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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May 09. 2022

적도와 멀어지지 않아도 필요한

호주 겨울 실내복 - 우디(Oodie)

우리가 호주에 온 이유는 여러 가지다. 그중 가장 큰 이유를 꼽자면 '겨울이 없어서'였다. 누구도 그렇게 단정적으로 알려주진 않았지만 남반구의 천국인 이곳은 당연히 그럴 것이라 믿었다. 심지에 우리가 머무르고 있는 곳의 이름이 ‘선샤인 코스트(Sunshine Coast)’였으니 그럴만했다. 사계절이 존재하고 그 차이가 분명히 있다고 들었으나 아무리 그래도 한국보단 덜 할 것이라 여겼다. 순진하게도 '별 것 아닐 것'이라고 굳은 선입관을 가지고 왔다. 그동안 보내온 수많은 한국에서의 영하 겨울에 비하면 이곳의 영상 겨울은 껌일 거라고.


처음 왔을 때가 호주의 겨울이었다. 한국의 그것과는 달랐지만 확실한 겨울이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사람이 추위를 느끼는 것은 절대 온도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중요한 건 일교차였다. 쨍쨍한 오후의 날씨 덕분에 아침저녁의 쌀쌀함은 더욱 극대화되었다. 잠이 들 때와 일어날 때의 추위는 만만치 않았다. (분명히 영상 10도 안팎에 불과했으나) 도착하자마자 겪은 첫겨울과 둘째 겨울은 어떻게 어떻게 버텼다. 그러나 세 번째 겨울은 시작하면서 더 추워진 느낌이었다. 멋 모르고 지낸 지난날보다 알고 맞이하는 게 더 걱정이 되었다. 전기매트, 히터, 두꺼운 잠옷, 두툼한 이불 등 모두 동원했지만 무언가 부족했다. 분명히 이곳 호주 사람들도 추위를 느낄 테니 뭔가 여기만의 방도가 있을 것 같았다. 


우리 집에서 추위에 가장 약한 사람은 파랑(아내)이다. 그녀는 늘 '추워 추워'를 입에 달고 산다. (4계절 내내) 지금 사는 곳에서 더 내려간 위도에서는 살지 않겠다는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 ("적도와 더 이상 멀어지지 않겠다!") 추위 왕이면서 검색 왕인 파랑이 일을 냈다. 우리를 구원할 이것을 찾았고 주문했고 받았다. 완전히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 




Oodie란?


들어는 보았는가? Oodie! (네이버 검색해도 안 나온다.) 간단하게 말해서 '엄청 크고 두툼한 뒤집어쓰는 모자 달린 실내복'이다. 홈페이지(https://theoodie.com)에는 Oversized Blanket Hoodie라고 설명하고 있다. 사진으로 보면 바로 느낌이 온다.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크고 포근한 옷이다. 별거 없어 보이고 가볍게 보이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다. 아이, 어른 거 할 거 없이 100불을 넘는다. (9~10만 원) 딱 하나 걸렸던 게 괜히 부담스러워 보이는 가격이었다. (이걸 이 돈 주고 사는 게 맞아?) 다행히 마침 마더스데이(Mother's Day) 할인을 하고 있었고 약 40% 할인을 받아서 구매했다.




Woorie Oodie


도착한 우리 세 가족 우디. 그냥 모두 한 가지 사이즈라고 한다. 그래도 차이가 좀 있어서 가장 큰 햄스터 무늬는 내 거, 조금 작은 강아지 무늬는 파랑 거, 아이용 해리포터 무늬는 아들 거다.



우리 부부 착용 샷은 아무도 원하지 않을 테니 요즘 즐겨 입는 아들 샷을 남긴다. 아침과 밤에 자동적으로 우디 안에 몸을 맡기고 있다. 포근하고 따뜻하다는 느낌을 전해주었다.





사용 후기


대만족이다. 특히 주로 새벽일을 하는 내게도 딱 좋다. (지금도 우디를 뒤집어쓰고 쓰고 있다.) 근데 잘 때 입는 잠옷은 아닌 것 같다. 실제로 어제 입고 자겠다고 뒤집어쓰고 잠든 아들은 새벽에 이미 벗었다. (답답하고 덥다고) 아침저녁으로 쌀쌀할 때 입고 생활하는 용이다.


한 가지 주의사항은 우디를 입으면 집 밖으로 나가기 싫어진다. 한 없이 뒹굴뒹굴 거리고 싶어만 진다. 집순이 집돌이에게는 탁월한 아이템이겠다. 덕분에 올해 겨울은 보다 따뜻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돌아간 한국의 겨울이 찾아오면 이제 우디 없이 못 지낼지도?


* 아, 세탁 후 건조기에 돌리면 안 된다. 크기가 줄어 펑퍼짐한 매력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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