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대로 살지 않는 개척자
아오, 쟤 또 시작이네. 아침에 깨자마자 아주 의욕이 충만해. 어제 그렇게 망하고도 어떻게 다시 일어날 수 있는지, 참. 매일 보지만 볼 때마다 신기하단 말이야. 이 정도 넘어졌으면 포기하고 '정해진 대로 살겠습니다'하고 찾아올 법도 한데. 어쩐지 얘는 끝까지 이렇게 살다 갈 것 같단 말이지. 휴, 그럼 인생 피곤해지는데. 보는 나도 매번 힘들고. 역시나 오늘을 시작하는 다짐도 어마 무시하구먼. "원하면 뭐든 해낼 수 있고, 어려워도 헤쳐 나갈 수 있다!" 그래, 이론적으로는 맞지. 테크니컬리 롸잇이라고. 내가 가진 너의 성공 확률을 보여주면 마음이 싹 바뀔 텐데, 규칙상 알려줄 수도 없고 답답하네. 어떻게 보면 대단한 놈이야. 아무 고민과 도전 없이 편히 사는 이 시대에 혼자 저러고 있는 걸 보면. 어디서 그런 희망과 용기를 가져왔는지 모르겠네. 난 따로 준 적이 없는데.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 건가. 아무튼 저 녀석 하나 때문에 귀찮은 건 사실이야. 얘 빼고 나머지는 내가 미리 놓아준 길을 벗어나질 않아서 한번 세팅해두면 할 일이 없거든. 경로를 벗어나면 알아서 혼자 반성하고 돌아가니까. 이 친구는 도무지 예측이 불가능해. 어디로 튈지 몰라서 계속 신경 쓰고 봐줘야 한다니까. 보통 성가신 게 아니야. 농땡이를 피울 틈이 없어.
아, 난 직업이 '신'이야. 여기저기서 많이 찾으며 시도 때도 없이 불려가는 그 신 맞아. 쉽지 않은 직장이지. 전지전능하게 모든 일을 빠짐없이 처리하는 게 보기보다 어렵다고. 이쪽 분위기 잘 모르나 본데 잠깐 수다 좀 떨어볼까. 내가 맡은 관리 지역이 지구거든. 여기는 인간이 살고 있어. 처음엔 랜덤하게 눈 감고 주머니에서 뽑듯 태어나지. 성별, 외모, 능력 같은 거 아무것도 정하지 못하고. 다만 살면서 딱 하나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 내가, 그러니까 신이 정한 대로 살거나 아니면 자신이 정하면서 살 건지. 중간에 얼마든지 바꿀 수도 있어. 이렇게 살다 저렇게 살다 할 수 있지. 어떤 게 더 좋거나 나쁘다는 건 없어. 선호에 따라 주는 선택의 기회일 뿐이야. 아무렇게 태어나 버렸는데 이 정도는 결정할 수 있게 해주자는 우리 회사 측의 배려지. 고를 수 있게 해주면 대충 반반 정도로 갈렸어. 선택지를 잘 만들었다는 이야기지. 우리가 일 잘하거든. 두 가지 그룹의 업무 난도는 분명히 다르긴 해. 정해줘야 하는 쪽이 처음에 좀 골머리를 앓지. 그래도 한 번 정하고 나면 끝이라 일이 늘어지지 않아서 좋아. 오히려 알아서 살아가는 쪽이 매우 번거롭지. 지속해서 지켜봐 주다가 막막해하면 믿음도 심어주고, 힘들 땐 살짝 돕기도 하면서 적절하게 보살펴야 하거든. 마치 성장기의 아이 돌보듯이 말이야.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어. 양쪽 다 의미가 있기 때문에 불만은 없어. 다만 후자의 비율이 대폭 줄었으면 좋겠다는 노동자로서 당연한 희망을 품을 뿐이었지. 퇴근 일찍 하고 싶은 건 나도 마찬가지라고.
*새로운 현실이 되길 바라는 발칙한 상상을 책에서 만나요!
못마땅한 현실을 끄집어내는 발칙한 소설적 상상력.
상상이 새로운 현실이 되길 바라며 깃발을 든다!
당연하다고 믿는 현재를 냉소적 시선으로 바꿔버린 세상을 훔쳐보며 무엇이 정말 옳은지 고민하게 만드는 진짜 같은 꾸며낸 이야기. 살아가기도 벅찬 우리는 궁금해하지 않는다. 누가 왜 정해놓은 줄 모르는 틀에 아무렇지 않게 맞춰 지낸다. 그게 싫었다. 지금 이렇다고 앞으로도 이래야 한다고 믿지 않기에. 여기 '꼭 그래야만 하나?'라는 질문으로 시작한 수많은 허구가 있다. 굳이 들춰보지 않았던 모든 것에 의문을 던진다. 내게서 태어난 글이 구석구석 널리 퍼져 모두의 의심이 시작되길 바라며.
* 세상을 가득 채운 무기력과 절망을 조금이라고 덜어주고 싶습니다. 이 책에 발생하는 저작의 모든 수익을 도움이 필요한 곳에 전액 기부합니다. 저의 작은 마음이 우리가 원하는 상상을 현실로 가져오는 데 쓰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