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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Jan 30. 2024

자리를 차지하지 않는 책

책은 물건이다. 물건은 자리를 차지한다. 자리는 정해져 있다. 이만큼 채우면 그만큼 비워야 한다. 아무리 책을 사랑해도 모든 책을 다 가지고 살 수 없는 이유다. 책을 내고 주변에 책을 선물하면 궁금하다. 이 책이 놓일 자리가 그에게 있을까. 있다면 어디쯤일까. 잘 보이는 곳이려나. 다른 짐들 사이에 보관만 되려나. 아니면 도저히 공간의 여유가 없어서 다른 곳으로 보내지려나. 주는 마음은 내 뜻이지만, 받고 나서는 그의 마음대로다. 내가 책에 들인 정성과 눈물이 얼마가 되든 보내버린 물건은 주인이 알아서 한다. 소유의 원리가 그러하기에 단순한 호기심을 가질 뿐 서운함과는 거리를 둔다. 읽든 안 읽든, 기억하든 잊든, 간직하든 버리든 간에. 


책이라는 물건의 처치 곤란을 경험한 이들은 다른 노선을 타기도 한다. 단 한 뼘의 공간도 차지하지 않는 전자책. 자리 걱정이 사라진 디지털 세계 속 나만의 책장에 가득한 E-Book은 경쾌하고 날렵하다. 물리적 책장이 줬던 빵빵한 자신감도 여전하다. 아직 읽진 않았지만 꽂혀만 있어도 읽은 것 같고, 언젠가는 다 읽을 것만 같은 근거 없는 확신. 전자책의 매력에 흠뻑 빠진 이를 새로 나온 책을 알리다 만나면 가슴이 철렁했다. '전자책은 없어요?'라는 질문에 대응할 수 없었기에. 세 권의 책을 펴내는 동안 단 한 번도 전자책을 함께 선보인 적이 없다.


독자의 입장일 때는 종이책이나 전자책이나 다를 게 없었다. 내용이 같고 방식만 바뀌었을 뿐이니 어려울 게 없어 보였다. 출판사와 함께 책을 쓰게 되면서 큰 착각임을 알았다. 전자책은 새로운 책이었다. 새 책이 나와서 한 바퀴 홍보를 돌다가 만나는 '전자책은 없어요?'를 들고 출판사를 찾아가면 항상 똑같은 답을 받았다. 전자책을 만들려면 추가 노동과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어느 정도 반응이 있는 책만 가능하다고. 전자책의 존재를 물었던 잠재 독자에게 앵무새처럼 똑같이 답할 수밖에 없었다. 사랑을 주면 태어날 수 있으니 이해해달라고. 사랑을 주고 싶었던 상대는 줄 대상이 없으니 곧 사라졌다. 아쉽게도 출판사가 생각하는 수준의 반응을 끌어내지 못한 내 책은 전자책이 된 적이 없다. 


갓 책이 나와 무엇이든 될 것 같은 희망이 부풀던 초기를 지나면 쓴 사람의 관심도 시들하다. 매일 검색창에 넣던 제목도 일주일, 격주, 한 달로 점점 벌어진다. 얼마 전 오랜만에 무심결로 검색하다가 못 보던 내 책을 발견했다. 그동안 없었던 모양이라서 신기하게 한참을 바라봤다. 꼭 집으로 배송을 받지 않아도 파일을 내려받아서 바로 화면으로 펼쳐지는 전자책이 떡 하니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머리를 굴려보니, 출판사에서 지나가듯 했던 안내가 떠올랐다. 전자책 제작 지원을 신청했고, 선정된다면 나올 거라는.


확인해 보니 확실해졌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KPIPA)의 '2023년 전자책 제작 지원 사업'에 세 번째 책이 선정되었다. 기뻤다. 그리고 궁금해졌다. 전자책을 묻던 이들에게 이 소식을 알리면 읽어줄까. 당신이 물어봤던 전자책이 이렇게 나왔으니 어서 보라고. 문득 찾아 나서려던 걸음을 거두었다. 당황할 그들의 표정과 민망할 나의 마음이 그려졌으니까. 그저 조용히 혼자만의 흥분을 기록해 두기로 했다. 이렇게라도 알리는 마음은 내 뜻이고, 전해 받은 사람은 알아서 할 테다. 세상의 이치가 그러하기에 일말의 기대보다는 완료의 해방에 의미를 둔다. 관심을 주든 안 주든, 기억하든 잊든, 읽든 안 읽든 간에. 






*새로운 현실이 되길 바라는 발칙한 상상을 책에서 만나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전자책 제작 지원 사업 선정

『냉소자의 달콤한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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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겐 '주 양육자'와 함께 '글 쓰는 자아'를 가지고 있는데요. 회사를 떠나면서 각오를 다질 사건이 생겨 알립니다. 저는 이번에 퇴사를 했고, 동시에 세 번째 책을 출간했습니다. 작가로서 살아가기 위해 도움이 필요합니다. 서점 구매도 좋고, 도서관 신간 신청도 좋습니다. 응원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못마땅한 현실을 끄집어내는 발칙한 소설적 상상력.
상상이 새로운 현실이 되길 바라며 깃발을 든다!

당연하다고 믿는 현재를 냉소적 시선으로 바꿔버린 세상을 훔쳐보며 무엇이 정말 옳은지 고민하게 만드는 진짜 같은 꾸며낸 이야기. 살아가기도 벅찬 우리는 궁금해하지 않는다. 누가 왜 정해놓은 줄 모르는 틀에 아무렇지 않게 맞춰 지낸다. 그게 싫었다. 지금 이렇다고 앞으로도 이래야 한다고 믿지 않기에. 여기 '꼭 그래야만 하나?'라는 질문으로 시작한 수많은 허구가 있다. 굳이 들춰보지 않았던 모든 것에 의문을 던진다. 내게서 태어난 글이 구석구석 널리 퍼져 모두의 의심이 시작되길 바라며. 

* 세상을 가득 채운 무기력과 절망을 조금이라고 덜어주고 싶습니다. 이 책에 발생하는 저작의 모든 수익을 도움이 필요한 곳에 전액 기부합니다. 저의 작은 마음이 우리가 원하는 상상을 현실로 가져오는 데 쓰이길 바랍니다.






상상이 책으로 변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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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와 책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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