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말고 나를 신경 쓰려면
신경 쓰고 살 게 정말 많다. 이쯤 되면 이래야 하고 저쯤 되면 저래야 한다. 여기 가면 이런 게 필요하고 저기 가면 저런 걸 챙겨야 한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라서 그래야 한다고 배웠다. 내가 정한 게 아니라서 가끔 묻고 싶어도 그 대상이 불명확해서 꾹꾹 눌러 참아왔다. '아니 이런 것도?' 싶은 게 생겨도 그냥 그러는 게 낫다고 하니 이 눈치 저 눈치 보며 남들 하는 대로 한다. 자유롭게 살 수 있다는 인간의 자유는 언제쯤 마음껏 펼 칠 수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이렇게 지내다간 저세상 가기 전까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없겠다 싶어서 마음을 고쳐먹지만 쉽지 않다. '난 이제 나만 바라보고 살겠어!'라고 다짐해도 주변이 가만있질 않는다. 언제부터 붙어있었는지도 몰랐던 오지라퍼들이 줄줄이 바짓가랑일 나눠 잡고 늘어진다.
말이 씨가 된다
앞으로 남 눈치 안 보고, 남 신경 안 쓰겠다고 알렸다. 그동안 남들이 필요하다고 해서 주섬주섬 챙겨 입어 왔던 허물들을 벗어던지겠다고 했다. 세속적인 모든 것들 다 없어도 나만 온전하면 된다고 전했다. 그러니 더 이상 내게 이래라저래라 하지 말아 달라고. 갑자기 어디 초상이라도 난 것처럼 진중한 눈빛으로 나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Be careful what you wish for.
주변을 의식하면 조금 답답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런 게 없으면 제대로 살 수 없다고 진심 같은 조언을 전한다. 내가 바라는 게 위험한 소원이라는 말이다. 말이 씨가 되어 손해를 볼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니 듣다 보면 그럴듯해서 또 정신이 팔리게 된다. 괜히 아무것도 모르고 설친 건가 싶어 진다.
될 대로 되라지
휴, 또 넘어갈 뻔했다. 항상 이런 식이었다. 내가 내게 집중하려 들면 꼭 남들을 들먹였다. 남이 없는 자유는 자유가 아니라고 했다. 남들 보기에 괜찮고 그럴듯해야만 의미를 가질 수 있었다. 나만 존재하는 세상이 아닌 건 알지만 왜 그 시작과 끝이 내가 될 수 없는지 늘 이해할 수 없었다. 내 삶의 중심을 나로 돌리는 일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다. 마음을 단단히 잡았다.
I don’t care how it ends.
어떻게 끝나든 상관없다. 원하는 걸 해보지도 못하고 이럴까 봐 저럴까 봐 걱정만 하는 건 생의 낭비다. 우리가 언제는 찾아올 끝을 보장받고 살았던가. 어차피 모를 나중이라면 지금이라도 바라는 대로 행하는 게 낫지 않을까? 이 정도까지 막 나가는 나를 보며 '남들 바라기'들의 눈빛이 흔들린다. 진정으로 내가 그들 곁을 떠날까 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알게 뭐야
꽤나 진지해졌다. 그렇게 살면 부모님이 어쩌고 같이 사는 가족이 어쩌고 친구들이 어쩌고 온갖 나쁜 경우의 수를 가져다 댄다. 그런 그들의 무리수를 보며 내 마음은 굳어간다. 아무리 나 빼고 모든 사람을 가져다 붙여도 이제 상관없다. 드디어 쿨하게 이 말을 던질 때다.
Who cares?
그게 다 무슨 상관이야? 내가 나처럼 살겠다는데 그 모든 게 다 알게 뭐야. 그런 건 애초에 중요하지도 않고 신경 쓸 필요도 없어. 도대체 누가 상관이나 하겠어? 원래 우린 자신보다 남들에게 관심을 더 줄 수 없어. 억지로 주변을 의식하며 살게끔 만들어 낸 분위기 때문이지. 이거 다 너희들이 만들어 낸 거잖아. 남들한테 한 마디라도 더 해서 주춤주춤 하고 주눅 들게 만드는 거 즐기는 너희 무리 말이야. 물고 늘어질 남들 없으면 스스로의 존재 가치가 사라지는 약해빠진 녀석들. 이제 난 너희를 모른 척하고 살 거야. 내 곁에서 사라져 주기를. 이제 눈길 한 번 안 줄 테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