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출 수 없는 장난

[홍석준의 아빠 육아 백서] Vol.07

by 초록Joon

아들은 나를 두 가지 방식으로 부른다. 하나는 필요할 때 찾는 '아빠~'로, 다른 하나는 조용히 해달라는 '아빠!'로. 원래는 ‘아빠~’의 비중이 압도적이었다. 최근 들어 ‘아빠!’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이유는 내가 극심한 장난꾸러기라서. 워낙 좋아해서 시도 때도 없이 실없는 소리와 장난을 한다. 가까이에서 오래 받아온 사람은 아내다. 오랫동안 받아주다가 요즘은 못 들은 체를 한다. 그녀는 이제 일일이 반응하지 않는다. 뻔한 레퍼토리가 식상해진 모양이다. 반응이 없는 자에게는 장난이 통하지 않으니 재미가 없다. 다행히 아들이 태어나서 장난칠 새로운 대상을 찾았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허무와 황당 주의) 간식을 다 먹기도 전에 '맛있지?', 게임하기도 전에 '재밌지?', 만화 보기도 전에 '재밌지?'. 그때마다 아직 즐기기도 전인데 끝난 척 물어보는 아빠에게 아들은 '쫌!'이라는 의미로 '아빠!'라고 입술을 굳게 붙이며 말한다. 나만 재밌으면 좋은 장난이 아니겠지만, 그 모습이 괜히 좋아서 멈추지 못한다.


아들과의 장난은 점점 더 유치하게 흘러간다. 우리는 하루를 서로의 향기를 맡으며 시작한다. 내가 가끔 '킁킁'거리며 “음, 이건 좀 좋지 않은데.” 하면, 아들도 바로 “아빠도 땀 냄새나거든!” 이런다. 당하고만 있기가 억울한지 어려서는 말이 없던 방귀나 똥 냄새를 맡으면 난리를 피운다. “아빠! 살려줘~” 라며. 흠, 내가 네 것을 한 치의 찌푸림 없이 열심히 뒤처리를 해주었건만. 어쨌든 적절히 주고받는 반응이 만족스럽다. 좋은 파트너를 만난 듯해서.




함께 웃는 장난


아들과 나만의 특별한 의식 같은 장난도 있다. 공중화장실에 가면 꼭 손비누 냄새를 함께 맡아본다. 향기를 좋아하는 아들은 이건 어떤 것이고 저건 어떤 것이라며 맡아보길 권한다. 옆에서 얘네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황당해하며 바라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냉정하게 '그만하고 손 씻는 데 집중해!'라고 하진 않는다. 어쩐지 그러기가 싫다. 뭔가 아들과 나만의 비밀 같아서 계속 이러고 싶은 마음이다. 아들이 내게 다가와 손에 묻은 비누 향기를 맡으라며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이는데 어찌 떨쳐내랴.


어느 날 학교에서 아빠에게 주는 선물이라며 그림을 그려왔다. 얼마 전부터 사부작사부작 준비하더니 ‘짠’하고 보여줬다. 얼굴에는 벌써 '히히'거리는 표정이 가득하다. 눈에 들어온 아들과 나를 함께 그린 멋진 작품! 내 뒤에 업힌 아들과 빨간 넥타이를 맨 내 모습이 정겹다. 내가 자주 말하는 '아들~ 아빠한테 꼭 붙어줘~'를 표현해 준 것 같아서 기뻤다.


그런데 진짜는 따로 있었다. 그림 아래 적힌 '우리 아빠는 이래요'가 놀라움을 자아냈다. 세 가지로 표현한 아빠의 특징. '아빠는 자는 것을 좋아해요.', '아빠는 소파에서 자는 것을 잘해요.', '아빠는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을 싫어해요.' 으악! 어쩜 그렇게 3박자가 딱 맞는지. 하하. 맞네, 맞아. 난 언제나 눈을 감고 쉬고 있다. 틈만 나면 어디서든 잔다. 가급적 야외 활동을 자제한다. 아들이 파악한 게 정확하다. 그동안 아들에게 보여준 모습을 적나라하게 확인하는 그림이었다.


그래도 뿌듯한 게 하나 있었다. 그림 속의 내 온몸에 'A'라고 쓰여 있는데, 이게 바로 ‘영웅'을 뜻한다. 마블 영화 등장인물인 캡틴 아메리카의 'A'이자 어벤저스의 'A'다. 늘 자는 것 같지만 이래 봬도 영웅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자신을 돌보고 키우고 먹이고 같이 노는 내가 영웅이라고 설명해 줬다. 들뜬 마음을 달래면서 이 역할이 언제까지 필요할지 조심스레 물어봤다. 대학생이 될 때까지는 필요할 것 같다고. 어디 보자, 대충 10년은 넘게 해야 한다는 말이구나. 앞으로 최소 10년은 할 일 걱정이 없겠네.




발전하는 장난


요즘 아들이 늘어난 식욕에 맞춰 간식을 많이 찾고 있다. 워낙 말라서 무엇이든 잘 먹으면 좋겠거니 하며 내버려 둔다. 한 번은 큰 초콜릿을 번쩍 들고는 “반만 먹을 거야~”라고 했다. 그러더니 이미 반을 먹어버리고는 자기도 모르게 또 손이 나갔다. 약속한 것과 다르다고 알려주니, 날 쳐다보지 못하고 작은 혼잣말을 던진다. '아~ 손이 막 들어가네~' 귀여워서, 그냥 다 먹으라고 했다.


아침엔 내가 먼저 일어난다. 이미 빠져나온 나를 빼고 아내와 아들이 침대에서 자고 있다. 주로 아들이 먼저 깨는데 꼭 엄마에게 ‘나 먼저 나가도 돼?’라고 물어보고 나온다. 혹시 너무 새벽이면 좀 더 자라고 하기 위함이다. 적당한 시간이면 아내가 ‘응, 나가도 돼.’라고 허락한 뒤 아들은 나와서 논다. 어느 날 아침, 아들의 장난기가 발동했다. '나가도 돼?'라고 물어도 ‘응', '자도 돼?'라고 해도 ‘응’이라고 대답하는 졸린 엄마를 알아차리곤 머리를 굴렸다. “나 그럼 아이스크림 먹어도 돼?” 그즈음에 잠이 깬 아내가 외쳤다. “아니!” 계속 '응'이라고 하는지 보고 싶었다는 아들의 해명이다. 아마 성공했다면 일어나자마자 아이스크림을 먹은 행복한 하루가 되었을 테다. 점점 보통 녀석이 아님을 알아간다. 정신을 바짝 차리자.




장난을 나눌 단짝


최근엔 좀 걱정이 되기도 했다. 세 가족이 차를 타고 이동 중에 아들이 말장난을 쳤다. “‘방귀 뀌지 마!'를 영어로 뭐라고 하게?” 아무도 답하지 못하자 기다렸다는 듯 답이 쏟아졌다. “돈(Don't) 가스(Gas)!” 앞으로 돈가스 먹을 때마다 생각날 것 같았다. 연이은 질문 공세. “식물이 살기 어려운 도시는?” 역시나 대답을 못 했다. “시드니(Sidney)! 시드니에서는 식물이 시드니까.” 아들의 표정을 살피니 진지했다. 벌써부터 아재 개그를 펼치는 걸 보니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선한 아빠의 장난을 배우라고 했더니 이해하지 못하는 얼굴이었다. 흠.


한 번은 아들이 개최한 그림 그리기 대회가 열렸다. 주최자답게 아들은 시작과 동시에 마구마구 그리기 시작했고, 난 어떤 그림을 그릴지 한참 고민했다. 그러다 갑자기 딱 떠오른 생각이 있어서 외쳤다. “나 아이디어 있어!” 아들이 한 눈은 그림에 고정하고 다른 눈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아빠, 아이디어가 있어도 직접 그리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지!” 앗, 이거 어디서 누가 많이 하던 말인데. 생각보다는 행동이라고 지겹게 하는 나의 말이 아들 입에서 나왔다. 어쩌면 아들은 이 순간만을 기다려 왔는지도 모르겠다. 내게 통쾌하게 돌려줄 때까지.

이렇듯 아들이 크면서 만만치 않다. 이상하게 상대가 강해질수록 행복하다. 함께 장난을 나눌 영혼의 단짝을 만났으니까. 아들만 보면 장난을 멈추지 못하겠다. 덕분에 아들의 '아빠!'는 하루에도 몇 번씩 울려 퍼진다. 우리 오래오래 장난치자, 아들!


함께하는 육아를 만드는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 저자 홍석준
* 원고료는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전액 기부합니다.





어느 날 <한국교직원공제회>로부터 육아 칼럼 연재를 제안받았다. 예전에 <여성가족부>의 의뢰를 받아서 썼던 ‘모두가 함께하는 육아’ 시리즈의 글을 보고 연락했다고 설명했다. 쓰던 대로 육아를 주제로 자유롭게 작성하면 된다고 했다. 나는 주 양육자 아빠로서 살아가면서 부모 모두 함께하는 육아를 지향하고 실천하고 있다. 내가 적는 글이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다가가길 바라며 연재를 시작했다. 부모와 아이가, 남편과 아내가, 그리고 우리와 우리가 서로 더 이해하기를 바라면서.






세상에 필요한 변화를 만드는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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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https://bit.ly/3u91eg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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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제가 쓴 책이 나왔습니다. 애만 만들고 아빠인 척하던 제가 변해가는 이야기입니다. 아닌 척 모른 척했지만 저도 그저 엄마가 애를 키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저 같은 사람이 많아져서 함께하는 육아가 당연해지는 날을 꿈꿉니다. 책 표지에 적어 둔 것처럼 인세 수익은 모두 필요한 아이들에게 기부합니다. 다른 욕심 없이 오로지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해져서 세상이 변하길 바랍니다. 아이가 있거나 아직 없거나 다 컸거나 심지어 없을 예정이어도 읽으면 좋습니다. 엄마 아빠가 함께하는 육아를 아이와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이해해야만 바뀌기 때문입니다.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필요한 분들에게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순간을 나눌 수 있어서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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