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배달 서비스 스타트업, Doordash (도어대쉬) 이야기
Tom입니다.
전편을 못 보셨다면 아래 링크로...
두 번째 얘기는,
우리가 요즘 자주 쓰는 배달 앱 회사 이야기입니다.
우리 나라에도 '배달의 민족', '푸드플라이' 등
음식점에서 파는 음식들을 그대로 배달해주는
배달 앱들이 많아지고 있죠.
요즘은 음식점에서 파는 음식을 그대로 배달해 주는 게 대세!
미국은 보통 배달만 하는 음식점들이 많지 않아,
대부분 배달 업체를 통해 배달을 합니다.
배달되는 음식은 사실 기껏해야 피자 정도...;
그래서 음식 배달 문화가 최근에서야 생겨서
많은 스타트업들이 이 시장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주로 큰 회사라면, 우리도 흔히 알고 있는
Uber Eats(현재 한국에서 사업 준비 중),
그리고 Postmates, Grubhub, Doordash가 있고,
상기 리스트에는 없지만
Caviar, Deliveroo 등도 유명한 회사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배달 스타트업 경쟁보다
사실 훨씬 치열한 구도입니다.
오늘 소개할 회사는 바로 Doordash입니다.
Doordash (도어대쉬)는 사실 우리나라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회사입니다.
우리 나라에 진출을 하지 않았으니깐요.
그렇지만 Doordash는 미국에서 2016년에
무려 $127M(약 1억 3천불)을 투자받은 회사로,
특히 우리나라 기업 중 쿠팡의 투자사로 유명한
세쿼이어 캐피탈에서 2번 투자를 받았습니다.
그만큼 미국에서도 비교적 주목하고 있는 스타트업이죠.
Doordash와 우리 나라 배달 서비스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바로 배달하는 사람이 '일반인'이라는 점입니다.
(사실 Uber Eats 등 다른 서비스도
이와 같은 개념으로 운영하는 곳이 많습니다)
우버X의 개념과 마찬가지로,
그냥 일반인이 배달 기사 역할을 맡는 거죠.
저도 회사에서 일하다가
저녁에는 차 몰고 다니면서 식당에 들렀다가
남의 집에 음식을 배달할 수도 있고..
이 점이 한국 배달 서비스와는
상당히 다른 점입니다.
그럼 자세한 이야기는 인터뷰를 통해 들어볼까요?
금요일 밤, 다소 늦은 시간에 Tom의 학교 선배였던 경민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몸이 안 좋으셨는데도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매우 감사했고, 한국어로 진행된 인터뷰만큼 저희도 편하게 일정을 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Tom : 학부를 마치시고, 바로 미국에 석사를 하러 가셨는데.. 그 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저 군대 갔다오니까 졸업하고 미국에 가셨더라고요 ㅋㅋㅋ
경민 : 맞아요. 군대 가기 전에 보고 우리 처음 만나는 거네요. (웃음) 저는 사실 미국에서 생활한지 8년째입니다. HCI(Human-Computer Interaction,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 전공으로 석사를 시작해서, 1년을 마친 뒤 뉴욕 구글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샌프란시스코 구글로 이동을 하였고, 현재는 음식 배달 스타트업인 Doordash에서 Product Designer를 맡고 있습니다.
Terri : 구글에서는 그럼 어떤 일을 하셨나요?
경민 : 저는 쭉 디자이너로 근무를 했어요. 지금도 마찬가지로 디자이너로 근무를 하고 있고요.
Tom : 엥? 선배 석사 전공이 CS (Computer Science) 쪽 아니었어요?
경민 : 네, 맞아요. 그런데 디자이너라고 통상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래픽 디자이너가 아니라, 실제 제품을 어떻게 설계할지 고민하고 UX(User Experience - 사용자 경험) 디자인을 하는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어요. 다른 스타트업에서 개발 관련 일도 잠깐 했던 적이 있고요.
Tom : 아.. 그럼 제가 생각했던 디자이너랑은 좀 다른 것 같네요. 그런데 사실 Product Designer랑 Manager의 차이는 뭘까요?
경민 : Product Designer는 주로 개발 쪽에 관여를 하는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제품 설계를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고, 제품 UX/UI에 대한 디자인 또한 생각해야 합니다. Product Manager와 다른 점을 굳이 비교한다면, Product Manager는 실제 Operation과 연결된 Front-end 부분, Designer는 개발과 연결된 Back-end 부분을 조금 더 보는 것 같네요.
(자세한 사항은 이 링크 참고 부탁드립니다.)
Tom : 실은 전에 만났던 친구 Vishay도 구글을 그만두고 Lyft에 다니고 있어요. 혹시 구글을 그만두시고, 다른 회사로 옮기신 이유가 있나요?
경민 : 뉴욕에 있을 때, 제 팀은 상당히 큰 규모였어요. 디자이너만 40명이 넘는 조직이었으니깐요. 그러다보니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았고, 더 많은 일을 하고 싶고 배우고 싶어서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Cloud 팀 디자이너로 이동했어요. 1년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일을 하다, 또 팀 규모가 커지기 시작했어요. 같은 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조금 더 작은 조직으로 옮기고 싶어서, 본격적으로 스타트업 생활을 하기 시작했죠. 지금 몸을 담고 있는 Doordash는 벌써 3번째 스타트업이에요.
사실 저는 일하면서 배우는 걸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다양한 경험들을 쌓고 싶은데 조직이 커지게 되면 아무래도 배울 기회가 줄어드는 것 같아요. 특정 업무에만 집중을 하게 되니깐요. 그래서 작은 조직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요.
그리고 당시에 같이 살던 룸메이트나 친구들이 본격적으로 퇴사를 하고 스타트업으로 옮기던 시기였어요. 그래서 그 때 Peer Pressure가 없었다고는 말을 못하겠네요. 주변 친구들의 삶이 더 재밌어 보이곤 했으니깐요.
Terri : 와, 사실 Vishay와 정말 비슷한 이유로 옮기신 것 같아요. 구글이 문제가 있는 회사일지도?
경민 : 하하, 많은 사람들이 조직이 커지면서 겪는 문제로 그만두는 것 같아요. 아까 말씀드렸던 다양한 경험 측면이나, 새롭게 일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드니깐요.
Tom : 혹시 후회하신다거나, '구글에 남아있었더라면 내 삶이 어땠을까' 고민해 본 적이 있으신가요?
경민 : 후회하는 건 없어요. 저는 다양하고 새로운 경험을 하는 걸 중요시하기 때문에 아주 다른 역할이라면 모를까 다시 같은 곳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어요.
Tom : 요즘 한국에도 스타트업 붐이 일고 있고, 실제로 미국 테크 기업이나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혹시 한국인이 미국 취업 시장 문을 두드릴 때, 가장 해 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경민 : 사실 저는 링크드인 등으로 구직 관련 문의들을 몇 차례 받았어요. 그래서 몇 번 연락을 주고 받은 적이 있었어요. 그 때마다 종종 느꼈던 문제가 '스토리'의 결여에요. 회사들에서 관심이 있어할만한 본인들의 '스토리'가 없다고 해야 될까요? 왜 여기서 일하고 싶고, 내가 왜 잘할 수 있는지 어느 정도 Background가 있어야 하는데 단순히 지표 상의 스펙만을 내밀면 여기서 구직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이런 경우, 아무리 Referral을 해 주고 싶어도 해줄 수가 없는 경우가 많아요.
Terri : 맞아요. 실제로 좋은 학교 나오고, 영어를 잘 한다고 일을 잘하는 건 절대 아니니깐요.
경민 : 그래서 남에게 들려주고 싶은 본인의 스토리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이 꼭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전 커리어와의 업무 연관성도 물론 필요하고요. 그리고 실패해 본 경험도 좋아요. 그 자체가 사실 도전 정신이니깐요. 몇 차례의 사업 실패 경험들을 잘 풀어내서 구직에 성공한 한국 분의 사례도 들었고요.
이런 것들에 대해 충분히 고민해본 후, 한국에서 네트워킹을 시도해 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이런 부분들은 굳이 미국에 오지 않더라도 한국에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거든요. 또한 최근에는 스타트업들도 여러 테크 기업들만큼이나 Screening이 강화되어 Referral Chance말고는 입사가 어려워졌어요. 그래서 본인이 가고 싶은 스타트업이 있다면, 네트워킹이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Tom : 안 그래도 다음 질문이 네트워킹 관련이었는데… 이전 인터뷰들에선 Meetup이나 Nerd Nite와 같은 커뮤니티에서의 네트워킹을 추천받았어요. 이런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지는 않을까요?
경민 : 네, 이런 것들도 답이 될 수 있다고는 생각하는데… 경험을 해 본 저로서는 아주 쉽진 않을 거란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영어로 그런 얘기들을 하면서 사람들과 친해지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닐 뿐만 아니라, 그런 데서는 사실 미국인들도 친구 만들기를 어려워 하더라고요. '그냥 아는 사람' 정도의 피상적인 관계는 될지 모르겠지만.
Terri : 하긴 우리나라에서도 같이 토론하고, 강의를 듣는다고 교실에 있는 사람 모두가 친구가 되는 건 아니니깐요.
Tom : 우리도 막상 가면 쭈구리처럼 그냥 뻘쭘하게 있다 올지도 몰라. ㅋㅋㅋ
경민 : 오히려 차라리 하우스 파티나 비공식 이벤트 같은 곳이 친구들 사귀기에 좋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사실 여기서 네트워킹을 한다는 게 참 쉬운 일은 아닌 것 같긴 해요 :( 정작 미국인들도 참 어려워하는 게 네트워킹인 것 같아요.
Tom : 하긴 우리 나라도 마찬가지로 술을 잘 못 하는데 '누구랑 한 잔 하고 있는데 잠깐 만나고 가~' 하면 참 난감하죠.
Tom : 흠, 사실 이전 질문과 비슷한 질문일지도 모르겠어요. 사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우리가 지금 샌프란시스코에 온 것이기도 해요. 많은 한국인들이 실리콘밸리를 '스타트업의 성지'처럼 여기면서, 방문하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여행 정보를 찾기가 참 어려워요. 대부분이 애플이나 구글 캠퍼스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인터넷을 찾아봐도 창업이 시작되었던 역사적인 장소들 외에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기껏해야 구글 자전거를 타는 정도죠. 실리콘밸리에서 오랫동안 일하셨던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떤 곳들을 가야 진짜 스타트업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까요?
경민 : 사실 많은 테크 기업들 본사는 이미 관광지 같아졌죠. 스타트업에 대한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사실 샌프란시스코나 근처 팔로알토의 아무 카페들만 가도 스타트업 관련 얘기들을 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아요. UX 디자인을 어떻게 하고, 투자를 어떻게 받아야 하고 등… 저는 처음에 샌프란시스코에 왔을 때, 이런 얘기들을 주변에서 들을 수 있다는 게 사실 너무 재미있고 신기했거든요. 남들이 하는 토론들을 엿듣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지금은 이런 얘기들을 들으면 사실 좀 지겹긴 하지만 ㅋㅋ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들에 가서 남들이 하는 얘기들을 한 번 들어보는 것도 굉장히 재미있을 거에요.
(그럴 줄 알고 제가 아래 포스트를 작성해 놓았죠!)
Terri : 바로 옆 테이블 사람도 노트북으로 뭔가 코딩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여기 사실 술집인데.
경민 : 맞아요. 여긴 샌프란시스코니깐요! 미국 어딜 가도 이런 도시는 없는 것 같아요. 뉴욕만 가도 너무 다양한 회사들이 있기 때문에 스타트업에 대한 얘기는 사람들이 거의 하지 않아요.
아, 그리고 팔로 알토에 있는 스탠포드도 방문하기 좋은 곳 같아요. 예쁜 캠퍼스 만으로도 방문할 가치가 충분하죠.
Tom : 이제 선배가 다니는 회사 얘기를 좀 해 보려고 해요. 최근 미국에서 핫한 On-demand Food Delivery 쪽에서 일을 하고 계시는데, 최근 경쟁자들도 굉장히 많이 생긴 것 같더라고요, Grubhub이나 Uber Eats 같은…
경민 : 네, 맞아요. 그런데 우리 회사 같은 경우 최종 목표는 사실 음식 배달이 아니에요. 전반적인 물류, 즉 Logistics 측면에서 Experiment를 하고 있는 거죠. 3개의 Player(음식점, 고객, 배달원)으로 이루어진 Data를 수집하여 실제로 운영을 해본 후 다른 방면에서도 혁신을 이루거나 사업을 시작하는 게 목표인 것 같아요. 사실 DoorDash의 현재 Business도 하나의 Experiment라고 해야 할까요? 물론 현재 이 동네에서 뜨고 있는 산업이긴 해요.
Tom : 하긴 Uber도 결국 사람들이 어떻게 이동하는지를 파악해서 사업을 하는 테크 기업으로 봐야 할 것 같긴 해요. 그럼 혹시 다른 경쟁자들과 구분되는 DoorDash만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경민 : 음… 이건 단순히 제 생각이긴 한데, Customer Service(C/S)라고 생각해요. 이것도 어쨌든 하나의 Product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Uber Eats의 경우, 의외로 고객 센터 전화번호가 없어요. 실제로 고객이 문제가 생기면 배달원에게 단순 문의만 할 수 있고, 회사에 직접 연락을 할 수가 없어요. 우리 회사는 고객 센터를 실제로 운영하고 있고, 고객 만족 설문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이런 쪽으로 고민을 많이 하고 있고, 강점으로 삼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재미있는 사실은 우리 회사는 샌프란시스코보다 사실 팔로알토, 산호세나 다른 미국 중소 도시에서 잘 되고 있어요. 샌프란시스코 쪽은 Caviar, Uber Eats나 Postmates 등이 인기 있는 것 같고요.
Tom : 저도 Uber Eats를 이용해 보았는데 고객센터 전화번호가 없다는 점인 인지하지 못했네요. 그런데 제가 호주에서 주문을 했을 때는 자전거로 배달이 왔던데, DoorDash는 자동차 외 교통 수단도 이용을 하나요?
경민 : 현재 E-Bike (전기 자전거)라든가 Starship이라는 로봇 서비스 등 밀집 지역 단거리 배달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긴 해요. 그러나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대부분 중소도시에서 점유율이 높은데 그런 곳들은 장거리 배달이 많아 차로 배달을 할 수 밖에 없어요. 그래서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도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긴 해요.
Terri : 한국에서 사실 저희는 굉장히 배달 음식을 많이 이용하는 편이에요. 혹시 배민라이더스나 푸드플라이 같은 서비스를 한국에서 이용해 보신 적은 있으세요?
경민 : 제가 한국에 사실 자주 가질 않아서 실제로 이용해 본 적이 없어요. UI는 본 적이 있는데… 그래서 제가 직접 써 보질 못해서 실제로 유저들이 어떻게 느끼는가에 대한 고민을 할 수가 없었어요. 주문을 해 보아야 진행되는 일련의 Process들을 경험할 수가 있는데 안타깝게도 써 볼 기회가 없었네요.
Tom : 사실 우버 이츠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는 없었던 것 같아요. 배달원이 누구고, 어떻게 이 사람이 이동하고 있는지 동선을 알려주진 않아요. 음식점에서 주문한 음식을 받았다 정도의 프로세스만 문자로 알려주고요. 그리고 배민라이더스의 경우 특이한 점은 바로 배민라이더스에서 운영하는 배민키친인 것 같아요. 일종의 Shared Kitchen으로 볼 수도 있겠는데, 특정 업체들이 강남역 주변에 모여서 배달 음식만 조리하는 거죠.
(강남역 모 도처에 입점해 있는 배민키친)
경민 :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네요! 사실 뉴욕에서 굉장히 유명한 할랄 가이즈(Halal Guys)가 샌프란시스코에 그런 가게를 운영하고 있어요.
Terri : 우리 나라에서 배달만 하는 야식집과 비슷한 개념이네요.
경민 :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다만, 이러한 Shared Kitchen을 배달의 민족에서 직접 운영한다는 것 자체가 신선한 접근인 것 같아요. 이렇게 음식점 파트너들과 독점적인 계약을 체결해서 동선이 좋은 곳에 Kitchen을 만드는 건 좋은 아이디어 같아요. DoorDash에서 주문해야 이걸 먹을 수 있다는 마케팅 포인트도 되고요. 실제로 Doordash 또한 한국에서도 유명한 Cheesecake Factory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답니다.
(나중에 찾아보니, Grubhub에서도 실제로 배민키친처럼 식당을 운영하고 있네요.
누가 먼저인지는 잘... 이런 개념을 Ghost Kitchen이라고 한답니다.)
Tom : 이건 제가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질문인데요. 우리나라의 경우 2~30년 전에도 음식을 배달시켜 먹는 문화가 있었고, 실제로 배달 음식 수준도 굉장히 높은 편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미국의 경우 기껏해야 피자 정도만 배달이 가능한 음식이었고, 서비스 및 품질 수준도 우리 나라에 비하면 아직은 낮다고 생각해요. 왜 이런 걸까요?
경민 : 사실 이 질문은 우리 회사 동료들도 저한테 많이 물어보는 질문이에요. (웃음) 일단 제가 느낀 미국의 첫 번째 문제는, 우리 나라 아파트와 같이 주거 밀집 지역들이 많이 없어요. 샌프란시스코만 해도 그렇고요. 어느 아파트 몇동 몇호처럼 주소가 체계적이지도 않고요. 배달 Coverage도 넓을 뿐만 아니라, 주소가 체계적이지 않다 보니 배달 시간 자체가 오래 걸리고 피자를 주문해도 식어서 오는 경우가 태반이죠.
Terri : 하긴 영국에 있을 때 피자를 시키면 1시간 넘게 걸리고 식어서 와서 당황했어요. 주변 친구들한테 얘기하니 원래 그렇다는 식으로만 받아들이더라고요.
경민 : 맞아요. 또한 최근 음식 배달 스타트업들이 많이 생기면서, 사람들의 '눈높이'가 굉장히 많이 올라갔어요. 서비스에 대한 기대값이 대폭 상승한 거죠. 아까 말씀하셨던 것처럼 '원래 그렇다'가 더 이상 용납되지 않아요. 돈을 주고 쓰는 서비스인데 당연히 좋은 품질을 기대하는 거겠죠. 앞으로 품질 수준을 끌어올리는 게 우리 같은 회사들의 목표이기도 하고요.
Tom : 배달원들이 우리나라처럼 Expert들이 아닌 점 때문도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우리 나라 중국집 배달하시는 분들은 다년간 해당 업무를 해 오신 분들이고, 특정 지역에만 배달을 해서 동네 지리를 전부 다 알고 있거든요. 반면 여기는 전문 배달원이 아니고, 랜덤한 지역에 배달하는 일반인들이기 때문에 역량의 차이가 발생한다고 생각해요.
경민 : 네, 실제로 Professional하지 못한 배달원들의 행동들이 간혹 있었어요. 문화적인 차이에서 트러블이 발생하기도 하더라고요. 우리 나라에서 당연하게 '~게 할 것이다'가 여기선 통용되지 않은 경우도 있고요.
Terri : 배민 라이더스나 푸드플라이의 경우, 배달원들이 전부 배달이 주 업무인 정규직이에요. DoorDash도 이렇게 하면 배달 수준이 상승할 수 있지 않을까요?
경민 : 그렇긴 한데, 아마 회사 입장에서 인력 운영이 어려울 것 같아요. 여기는 각종 보험 등을 다 해결해 줘야 하는데 정식 직원으로 고용을 해 주면 발생하는 인건비가 상당하겠죠. 우버에서 차량 운전자들이 요구하는 사항들 때문에 한때 논란이 있었던 것처럼.
아, 또 한 가지 점이 더 있겠네요. 한국도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음식점들의 Operation Management가 제각각이에요. 잘 Set-up가 안 되어 있는 경우도 많고요. 아직도 팩스로만 주문을 받는 음식점들도 있고요. 의외로 어플리케이션으로 주문을 받고 관리하는 걸 어려워하는 점주들이 많아요. 이런 이유로 파트너십을 맺고 싶은데도, 맺을 수 없는 경우도 있었고요.
Terri : 맞아요. 사실 이런 시스템이 잘 되어 있으면, 실제 Operation할 때 발생하는 Data들로 문제점들 및 개선 사항들을 찾아낼 수도 있는데 말이에요.
Tom : 벌써 마지막 질문이네요. 최근에는 어떤 쪽이 전도유망하다고 생각이 되시나요? 향후 5년 안에 급속히 뜰 것 같은 아이템이라던가…
경민 : VR 쪽을 꼽고 싶어요. 주변 개발자 친구들도 굉장히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Meetup 같은 데 가 보자고 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그리고 게임 뿐만이 아닌 비즈니스 부분, 예를 들어 의료나 교육 쪽에서 활용하고자 하는 시도들이 늘어나는 것 같아요.
Tom : 그런데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없는 것 같긴 해요. 의외로 하드웨어 쪽은 빨리 나온 것 같은데.
경민 : 아직은 사실 활용 분야를 제대로 찾지 못한 것 같은데,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분야만 찾는다면 금방 대중화 될 수 있겠죠. 그리고 투자 또한 활성화 되고 있고요.
Terri : 하긴 미국의 이런 문화가 부럽긴 해요. 스타트업에서 앞장서서 신기술을 활용한 개발을 진행하고, 투자 또한 활발하고요. 우리 나라 같으면 대기업에서 먼저 개발을 한다고 하면 중소기업들이나 스타트업들이 개발을 하기가 쉽지 않은데… 그렇다고 M&A나 투자가 미국만큼 활발하지 않기도 하고요.
이번 편도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다행히 한국말로 진행되어서,
인터뷰가 굉장히 수월했고...
오히려 현재 우리 나라에 있는 배달 앱 덕분에
상당히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전 인터뷰에서 Vishay가 했던 말이,
'혁신은 반드시 미국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라고 했었는데.. 어떻게 보면 '배달'이라는 문화가
우리나라에서 더욱 발달하였기 때문에,
더 큰 혁신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
이상, Doordash 인터뷰였습니다.
마지막 인터뷰로는 미국 솔루션 스타트업,
'Guidebook'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