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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치한약수'나' 라고요?

나무의사 양성과정 시작기

by 내일 여기에서

의대 정원을 대폭 늘리겠다는 정부의 파격적인 발언에 소싯적 공부 좀 했던 직장인들마저 사표를 내던지고 의대를 가기 위한 N수를 시작했다는 뉴스가 연일 화제였다. 다수의 젊은 사람들은 회사가 내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고, 소모품처럼 쓰다 버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나 자체로서의 가치를 올릴 수 있는 전문직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의치한약수'. 의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입장은 잘 모르겠으나, 일반인들은 의느님이라고 부를 정도로 최강의 입지를 자랑하는 직업이 아닐까 싶다.


나도 의느님에 도전이라도 해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멋진 학창 시절을 보낸 나에게 그 정도의 무모한 용기는 없었다. 기왕 자연에 가까이 지내기로 한 거 나무의사가 되어보기로 했다.


나무의사는 간단히 말하면 나무에 생긴 병해충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직업이다. 초기에 나무의사라는 명칭 때문에 일부 의사회와 다툼이 있었던 것 같다. 자격증 이름을 너무 거창하게 만들어놔서 명칭에 현혹되는 사람들이 깨나 있을 것 같다. 물론 머쓱하지만 나도 그중 한 명이다. 우스갯소리로 메디컬을 의치한약수나라고 하는 걸 보고 있으면 실소가 터지기도 한다. 사람들의 창의력은 어디까지인가...


몇 년 전, 나무의사 양성과정을 듣기 위해 식물보호산업기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지방의 국립대 2곳에 합격을 했으나 직장인에겐 너무나도 변태 같은 교육일정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포기를 했다. 신청할 때는 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막상 합격하고 나니 항상 칼퇴근을 할 수 있을지도, 저녁도 안 먹고 가서 들을 수 있을지도 확신할 수가 없어서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 후, 비대면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한국수목보호협회 양성과정에 반신반의하며 지원을 했는데 운 좋게도 한 번에 합격을 하게 되었다. 양성과정을 듣는 게 겨우 시작일 뿐이지만, 앞으로 약 한 달간의 양성과정에서 나무의사라는 직업에 대해 현직자들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다른 전문가분들의 의견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많길 바란다. 내 인생의 길을 정하는 데에 이번 양성과정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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