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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배추 May 06. 2024

백일동안 매일 쓰는 일기

16. 양치질과 글쓰기

자꾸 충치가 생겨서 속상했던 때가 있었다. 원체 내 이빨이 약한가 보다고 의레짐작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열심히 이를 닦는데 하늘도 무심하다 생각했다. 그런데, 직장에서 같이 일하던 동생이 양치질을 하는 모습을 보고는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그 동생은 마치 치과에서 보여주는 이빨 닦기의 정석처럼 아귀에 큰 힘을 주지 않은 상태로 부드러운 손목의 스냅을 사용하여 잇몸에서부터 이빨까지 아래위를 쓱쓱 닦았는데, 칫솔에 치약만 묻힌 채 쓱하고 치아를 스쳐 지나가기만 했던 나의 양치질과는 사뭇 달랐던 것이다. 그때까지 난 하루 3번 규칙적으로 이빨을 잘 닦는다고 생각했었다.


나는 잘하고 있는 것 같은데 상황이나 일들이 내 마음 같지 않을 때가 있다. 물론 모든 원인이 나로부터 일어나는 건 아닐 테지만, 그럴 땐 어릴 적 양치질 마냥 대충 흉내만 내면서 자기만족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점검한다. 이런 사소한 일들이 겹겹이 쌓여 충치도 만들고 건치도 만드니까.


할 일 없이 인스타릴스를 보다가 빠니보틀이 유퀴즈에

나왔던 영상을 보게 되었다. 그는 계속되는 실패에 자기 자신이 정말 쓸모없는 쓰레기라고 느꼈었는데, 그게 모여 지금의 내가 된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요즘의 난 그 동생의 부드럽고 자연스러웠던 손목의 스냅을 생각하며 시간을 들여 천천히 이를 닦는다. 글을 쓸 때도 이 마음 잊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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