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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동안 매일 쓰는 일기

26. 사각사각 소리 나는 나의 이불

by 남배추

일요일 아침은 이불빨래하느라 바쁘다. 이불을 일주일마다 세탁할 필요는 없겠지만, 먼지를 터는 게 더 귀찮아서 일주일마다 세탁한 지 벌써 1년이 넘었다. 물론 이불속은 건조기 이불 털기 기능을 쓰므로, 겉면만 걷어 세탁해서 시간이 오래 걸리진 않는다.


사과도 아닌 것이 피부가 닿을 때마다 사각소리를 내는 이 침대커버와 베개커버는 면 100%로 제작되었는데, 이불 하는 곳에서 직접 맞춘 아이들이다. 다들 굳이 커버를 맞춰야겠냐고 의구심을 가졌지만, 내 몸에 닿는 것이나 먹는

것, 매일 쓰는 것에 신경 쓰는 것이 자존감으로 이어진다고 믿는다.


소규모의 유명하지 않은 이불집이었지만, 이래저래 신경 쓴 모습이 포장지와 마감에서 느껴져 마음이 따뜻했다. 처음에 급한 마음에 뭣 모르고, 이불집을 찾을 생각을 못하고 비싼 무인양품에서 구입한 게 참으로 아쉽다. 무인양품 이불들은 소프트하게 닿는 맛이 있어 부들부들하지만, 바삭한 맛이 있는 이 커버들이 더 내 스타일이다.


속내를 드러내자면, 빨래는 정말 귀찮다. 빨래를 하는 일도 귀찮은데, 커버를 다시 씌우는 일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어깨가 무겁다. 커버에 발이 달려서 스스로 세탁하고 나와서 알아서 정리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가끔은, 아니 생각보다 더 자주, 세탁기에서 건조기로 옮기는 과정 또한 견딜 수 없이 피곤하다.


그래도 그 행위를 견디게 하는 건 역시나 얼굴이 베개에 닿았을 때 뽀송뽀송함이다. 발바닥으로 슬며시 커버를 쓸면, 당연하게 나는 연필 깎는 소리 쓱싹쓱싹, 천에서 이런 소리가 나는 게 너무 힐링포인트이다. 여름이 되면, 이런 상쾌함도 눅눅해질 테지만, 그때는 또 그때 가서 생각해야지. 오늘은 오늘의 슬픔과 기쁨만으로도 바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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