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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배추 May 21. 2024

백일동안 매일 쓰는 일기

28. 에르메스인 더 메이킹

에르메스인 더 메이킹이라는 무료전시회에 다녀왔다. 에르메스 수공업 장인들이 제품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는데, 원래는 VIP대상으로 하다가 일반인들에게 처음으로 오픈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 첫 번째 장소가 서울이라니, 우리나라의 구매력이 상당하긴 한가 보다. 에르메스가 유명하다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대부분의 작업을 손으로 직접 하는 줄 몰랐다. 장인분들께서는 장인이라는 이름이 붙을 만큼, 수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도 떠는 모습 없이 몰입하시던데 그 모습이 멋있었다. 특히 프랑스어를 말하시는 모습이 뭔가 더 예술적으로 느껴지게 만들었는데, 한 나라의 이미지란 게 이렇게 무서운가 보다.


에르메스 스카프를 접한 건, 회사의 후배가 결혼식에 포인트로 선명한 색의 에르메스 스카프를 포인트로 하고 왔을 때였다. 다양한 색상이 조화로운 것도 신기했지만, 에르메스라는 브랜드의 필터링이 거치니 한층 더 멋스러워 보였다. 그런데, 스카프를 만드는 과정을 실제로 본 것은 처음이었다. 디자이너 분들이 디자인을 하고, 컬러디자이너분들이 다시 최상의 컬러를 뽑아낸다. 그리고 실크스크린을 만들어 여러 번에 걸친 염료작업과 스팀, 빨래 등을 통해 하나의 스카프가 완성되는데, 왜 이런 터무니없는 가격을 받았는지 살짝 이해 가는 시점이었다.


다만 산업화에 따른 분업화와 각기 다른 전문성 때문에 바느질을 하는 사람은 바느질만, 가죽을 자르는 사람은 가죽만 자르며, 세공하는 사람은 세공만 하다가, 염료를 칠하는 사람은 100장씩 실크를 늘어놓고서는 스카프에 색상을 덥입히게 된다. 나라면 실크스크린 작업을 하다가도 ‘나도 컬러에 대해서 공부하고 싶다.’라며 샛길을 타고 싶을 것 같은데, 30년씩 40년씩 하나의 업무를 완성도 있게 해나가시는 모습이 존경스러웠다. 그런데 다른 분야와의 의사소통은 어떻게 할까? 각기 자리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융합하다 보면 더 좋은 제품이 나올 것 같은데 그런 소통의 장이 있나 궁금했지만, 물어보지는 않았다. 장인분들의 설명과 작업하는 모습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이고 싶었다.


그나저나 제품디자이너의 경우, 자신의 이름을 스카프에 새기기도 하던데, 하나의 완성품을 만들기까지 참여한 모든 사람의 이름이 담긴 제품이 나온다면 어떨까? 예전에 뉴욕에서 살 때, 일본인 친구의 집에 에르메스 스카프가 벽에 걸려 있었는데, 뉴욕을 그려낸 모습이었다. 보통 자연을 주제로 나오는데, 뉴욕이라니 매우 신선했다. 언젠가 서울도 나오길 희망해 본다. 안살꺼지만(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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