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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배추 May 22. 2024

백일동안 매일 쓰는 일기

29. 꿈과 현실

꿈을 꾸다 보면 꿈의 세계가 너무나 선명해서 현실과 헷갈릴 때가 있다. 오늘도 그랬다. 꿈속에서 나는 분명 쫓기고 있었다.


꿈속의 세상은 전쟁 중이었다. 갑자기 하늘이 붉게 변화하더니 수많은 전투기들이 날아왔고, 폭탄을 투하했다. 운 좋게 피한 건물도 있었지만, 폭탄에 맞은 집들은 유리창이 깨지고 외벽이 부서졌다. 사람들은 이게 진짜 현실인가 확인하기 위해 언덕으로 올라가기 시작했고, 폭격을 경험한 사람들은 서둘러 언덕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같은 사건을 두고 좌측통행처럼 질서 있게 올라가고 내려가던 그들 사이에서 나도 오르막길을 선택했다. 집으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내 하늘은 더욱더 검붉어지며 곳곳에 연기가 피어올랐고, 무수히 떨어지는 파편에 놀란 이들은 일제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집에서 나가지 말라고 했을 때 말을 들었어야 했어.’


속이 미어졌다.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에 가족들과 떨어진 것이라고 자신을 탓했다. 꿈속인데도 가슴이 조여들어왔다. 잠시 폭탄이 뜸해진 틈을 타서 내가 살던 곳을 가보았다. 이미 집들은 너덜너덜해진 상태로 사람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생존자는 이미 피했을 테고, 죽은 자는 말이 없는 그런 상태. 돌아가야 했다. 그때 경보가 울렸다.


”지금부터 밖에 나와 있는 자들은 모두 사살한다. “


사람들은 서둘러 자신의 집문을 굳게 잠그기 시작했다. 급하게 달리며 제발 들여보내달라고 빌었지만, 사람들은 더욱 서둘러서 잠갔다. 그중 한 철문을 겨우 부여잡았다. 못 닫게 막으면서 들어가게 해달라고 애원했다. 얼굴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집주인의 손이 보이더니, 문을 안쪽으로 더욱 끌어당겼다. 결국 난 들어가지 못했다.


경비병들이 총을 장전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급해진 나는 숨바꼭질을 하는 사람처럼 이리저리 피해 도망쳤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고, 점차 밝아지더니 나는 잠에서 깼다.


오늘 들은 TED에서 강연자가 말했다. 사람들은 행복한 순간이 반복되면 당연하게 느끼기 때문에 일상의 행복을 잘 놓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가진 그 행복한 순간이 얼마나 남았을지 세어보라고 했다. 예를 들어, 자신의 커리어를 최우선으로 하기 앞서서 자녀와 함께 하는 티타임을 얼마나 가져왔는지, 그리고 그 자녀가 커서 친구들과 더 오랜 시간을 보내기 전 그 시간들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체크해 보면 모든 순간이 소중해진다고 했다.


전쟁이 없는 세상에 태어났지만, 우크라이나나 시리아만 보더라도 전쟁이 없는 세상이 당연한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몇 십 년 전에는 자유민주주의를 외친 이유로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그러니 지금 이처럼 평화롭게 폭격기가 날아다니지 않은 상황에 감사해야겠다. 그리고 조금 더 행복한 순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 인생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미지의 게임이니까.

꿈의 색이 밝아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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