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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배추 Jun 10. 2024

백일동안 매일 쓰는 일기

45. 고통

가끔 생각해 본다. 과연 내가 고통에 익숙해질 수 있을까 하고. 니체는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할 뿐.‘이라고 했지만, 의문이 들었다. 그가 말한 고통은 신체적인 고통을 말하는 건 아닐 테지만, 그 고통이 무엇이건 간에 강해지기만 할까? 우리는 그걸 진정으로 원하는 걸까?


다시 아프게 된다면, 두 번째라며 의연하기는커녕 난 분명 또다시 무너지고 엄청 울고 말 것이다. 세상의 모든 신을 원망하다가도 죄송하다며 한 번만 살려달라고 빌 것이 분명하다. 예전에 어린이치과에서 생각보다 첫 치과치료를 잘 끝낸 아이를 보며, “오, 생각보다 잘 견디네요.”라고 말한 적이 있다. 치과의사 선생님은 웃으면서, “원래 모를 때는 잘 견뎌요. 두 번째부터는 다들 힘들어하죠.”라고 말하였다. 그러면 우리는 강해지는 게 아니라 더 큰 두려움에 빠지게 되는 건 아닐까?


그런데 한 가지 확실한 건 있다. 치과치료의 경험으로 치아가 썩지 않도록 더 열심히 이를 닦게 되는 것처럼, 하나의 경험은 더 나은 그다음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마음고생과 몸고생이 심했던 나는 언제고 다시 무너지겠지만, 다시 일어날 것이란 걸 안다. 그리고 두려움에 휩싸여 아무것도 못하기보다는 오늘을 온몸으로 관통하며 제대로 보내고 싶다. 또한 내가 겪은 여러 고통으로 다른 이들을 더 잘 이해하기도 하고, 작은 고통은 그냥 모른 척 지나가기도 한다. 이런 걸 보면 어쩌면 니체의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다만, 여기서 드는 생각은,,

더 이상 성장하고 싶은 마음은 없으니 그냥 편하게 살고 싶다는 것?? 정신적 성장과 육체적 편이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난 후자를 주저 없이 택하고 말 것이다. 고통은 언제 몇 번을 겪어도 고통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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