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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배추 Jul 04. 2024

백일동안 매일 쓰는 일기

65. 뒤집어진 얼굴

나이가 들면 얼굴피부도 잠잠해질 줄 알았는데, 민감성으로 돌아선 나의 피부는 작은 일에도 성을 낸다. 평소에 하나에 만원 정도하는 선크림을 썼었다. 무난하니 나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욕심이 나는 거였다.


-선크림을 바꾸면 피부가 더 좋아지려나.


사람의 욕심이란 게 아예 아무것도 없을 때보다 손에 뭔가 주어지기 시작할 때부터 자라는 건지, 뜬금 피부미인이 되고 싶어졌다.


어떻게?


만원에서 4만 원으로 약 4배를 점프시킨 선크림을 사는 것으로 시작했다. 선크림이 도착하자, 바르지도 않은 화장품의 사진을 연신 찍어가며 새로운 선크림에 애정을 쏟아냈다. 발림성도 어찌나 좋던지.


-나에게 딱 맞는 무기자차네. (흐뭇)


그런데,,

그런데,,


3일 정도 지나자, 얼굴에 개기름이 끼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나르시시즘이 있는 터라, 물광효과인 줄 알았다. 그런데 얼굴이 오돌토돌 가렵기 시작하더랬다. 그래도 선크림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밀가루 탓을 하면서 애꿎은 크라운 산도를 끊었다. 힘든 이별이었다. 하지만 이미 나의 자본을 투자한 선크림에 대한 신뢰도가 하늘을 찔렀기에 의심하지 않았다.


-너 피부 왜 그래? 안 그랬잖아?

-병원도 가고 하니 신경 쓰여서 그런가 보죠.

  (다리가 달달 떨렸으나, 쿨한 척을 했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선크림이 문제였다. 사람이란 정말이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게 되나 보다.


모든 게 너무 좋아 보일 때는 항상 조심해야겠다. 어쩌면 내가 만들어낸 환상의 세계의 루프에 빠진 건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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