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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배추 Jul 21. 2024

백일동안 매일 쓰는 일기

73. 인생은 똔똔이

어쩜 인생은 제로썸싸움이란 생각이 든다.  

그건 1을 얻으면 어디선가 -1이 생기고 말기 때문이다. 물론 그 등가법칙이 눈에 잘 드러난다면, 누구에게나 훨씬 쉬운 인생이었겠지만, 안타깝게도 그 등가법칙은 사람마다 다른 성정과 상황, 욕심 등이 마구 어우러지면서 본래의 색을 알 수 없는 색의 혼합처럼 쉽게 보이지 않는다.


다행히 오늘 생긴 일은 금전적인 득실이 동시에 발생하여 이 등가법칙을 쉬이 느꼈던 하루였다. 물론 두 사건이 절대불변 인과관계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관련 없는 사건을 내 마음대로 엮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뭔가 인생은 똔똔이라는 생각이 드는 그런 일이었다.


사건은 이러했다.

시원하게 초계국수를 먹고 나오는데, 호적메이트의 안경이 분리되었다. 이게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싶은데, 정말 순식간에 안경본체와 다리가 분리되었다. 이유인즉슨, 힘이 세지만 조절버튼이 아직 미숙한 나의 작은 친구가 갑자기 달려들어서 얼굴이 부딪힌 게 원인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머리의 충격에 의해 안경다리에 꼽혀 있던 나사가 날아가다니.


‘나사란 게 그렇게 쉽게 빠지는 거였나??‘


지금도 매우 의아스럽다. 처음에는 구획을 나누어 나사를 찾으려 노력했다. 문제는 무척 더웠고, 바닥에 떨어진 나사를 찾다가 눈이 점점 매직아이처럼 변해지더라는 것이었다. 어쩌면 마음속으로 안경집에서 어떻게든 해결해 주리라 하는 믿음이 있어서 다들 대충 찾았는지도 모른다. 사람의 집념은 생각보다 많은 일을 이뤄내니까.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안경집의 답변에 당황하고 말았다. 안경의 나사가 특이한 거랬다. 바깥은 넓고, 안으로 들어갈수록 좁아지는 형태라 안경테를 산 곳에서 해결을 해야 한다는 것인데, 미국에서 산 거라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 순간 단 한 번도 제대로 본 적 없는 안경다리에는 아주 조그마하게 ‘made in Korea’가 쓰여있었다.


“이거 미국에서 샀지만, 한국에서 만든 건데요? “


뭐 이러나저러나 그 안경은 취급하고 있지 않아서 고쳐줄 수 없다는 말씀. 어깨가 축 처졌다. 멋있는 모델을 사자니, 너무 비쌌다. 궁여지책으로 안경알을 그대로 끼워 넣을 수 있는 7만 원짜리 모델을 선택한 우리.


오늘도 절약생활을 위해 알뜰살뜰 살았는데, 목돈이 나가는 상황을 만나니 잠시 현타가 왔었다. 그래도 안경집의 친절로 안경다리가 분리된 안경은 본드로 붙여주신다고 하셨다. 이로써 여분의 안경이 생긴 거에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집으로 와서는 테니스백팩을 직구한 게 있어서 확인 차 이메일을 체크했다. 이건 또 오래전 이야기인데, 배대지사이트에서 백팩의 로고가 애매하게 다르다며 사진을 보내주셨더랬다. 체크해 보니 원래 로고에는 노란색볼이 그려져 있는데, 배대지로 온 건 하얀색 볼이 그려져 있었다. 공홈에서 보낸 거니 당연히 맞겠지 싶었지만, 궁금한 건 또 못 참는 성격이라 공홈 cs센터에 로고가 바뀐 거냐고 물어보니, 한참을 기다려도 답변이 안 오더랬다.


그런데 오늘 답장이 왔길래 이메일을 열어보니, 그 백팩은 내가 그냥 가져도 되며 환불을 해주겠다는 것이지 않는가. 정확히는 이미 환불처리를 했다고 했다. 그리고 그 가격은 공교롭게도 오늘 산 안경과 비슷한 가격이었다.


백팩이 공짜로 생긴 건 해피한 일인데, 문제는 그 이유가 적혀 있지 않았다. 설마 내가 Have you changed the color of it?라고 보내서 그런 것일까? 나는 ‘너네 로고색 바꿨니?‘라는 의미로 보낸 건데, 행여나 ‘너네가 로고색 바꿨니?’라고 들은 것인가? 마치 그들이 내 백팩만 색을 바꾼 것처럼?? 이메일로 말할 때는 더 명확한 표현을 썼어야 한다며 나의 영어를 자책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문득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 있어서 공홈사이트에 들어가서 내가 샀던 백팩을 검색해 보니 하얀색볼로 사진이 업데이트되어있지 않은가. 결국 자기네 책임으로 환불로 처리한 모양이었다.


그리하여 안경을 잃고 가방을 얻게 된 그런 이야기.

역시 인생은 똔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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