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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배추 Aug 01. 2024

항마

17. 다시 원점으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

“나도 잘은 몰라요.”

“분명 당신을 쫓는 것 같았어. “

“그럴지도 모르죠. 아무래도 다시 돌아가야 할 것 같아요. “

“어디로?”

“내가 도망 나왔던 그곳이요.”


태완은 손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 듯 운전을 멈추지 않았다. 선우는 자신의 옷이라도 뜯어서 그 손의 상처를 덮어주고 싶었지만, 갑작스러운 일이 닥친 지금 상황에 자신의 손길이 부담스럽게 여겨질까 싶어서 스커트 부분을 뜯다가 그만두었다.


“상처라도 동여매주게?”

“그렇게 해도 괜찮으시겠어요?”

“괜찮지 않을 것 같나?”

“그냥 혹시 몰라서..”


태완의 얼굴에 희미하게 미소가 번진다. 온화하게 풀어진 얼굴을 보고서야 선우는 나머지 부분마저 뜯어서 그의 손을 운전대에서 떼어 조심스럽게 감았다. 한 손으로 운전을 하는 태완은 흔들림 없이 운전을 해나가는 것 같더니 갑자기 방향을 틀어 차를 급히 세웠다.


“제대로 하고 다시 출발하지.”


꼼꼼히 지압을 하며 천을 둘러싸는 선우의 가슴이 조금씩 빨리 뛰기 시작했다. 현수의 손을 잡았을 때는 커다란 손에 상처가 많다고만 생각했는데, 살짝 스치는 그의 손길에는 자신도 모르게 손가락이 떨려서 중간중간 몇 번이나 심호흡을 해야 했다. 상처를 다 감고 태완을 올려다보자, 부드러운 눈빛의 태완은 나머지 한 손을 들어 선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고맙다고 말한다.


“그곳이라면 장소가 숨겨져 있는 건가?”

“네. 근처까지만 가면 어떻게든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요.”

"항상 꾸던 꿈이 있었어. 최근에는 목걸이 덕분인지 당신 덕분인지 꾸지 않지만. 그 꿈에서는 지금처럼 해괴한 일이 일어나곤 했는데, 괴물들이 나를 쫓았지. 당신이 아니라 나였다는 사실 말고는 별 다른 게 없어서 지금도 꿈을 꾸는 기분이야."

“갑자기 모든 게 변해버린 느낌이죠?”

“음.. “

“제가 그랬어요. 하루아침에 모든 게 뒤바뀐 기분이었죠. 다시 도로 돌려놓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저를 키워주신 분들이 살아 계신지도 모르겠고.. “


태완은 입이 떨어지지 않아서 한참을 침묵 속에 있다가 겨우 입을 떼고 말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어깨가 다시금 흔들리기 시작했다. 태완은 그녀를 자신의 가슴 쪽으로 끌어당겨서 그녀를 안고서는 도닥여주었다. 이제 갓 성인이 된 어린 여자애로서는 지금 상황이 버거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여자가 자신이 가진 의문을 해결해 줄 수 있으리라는 알 수 없는 믿음을 제쳐두고서라도 지켜줘야 할 것 같았다.


“일단 내 아지트로 먼저 갈 거야. 거기서 보여주고 싶은 게 있어. 어쩌면 도움이 될지도 몰라.”

“.. “


두 눈이 퉁퉁 불어서 잠에 빠진 선우는 꿈속에서 그토록 궁금해하던 자신을 키워준 그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은 창백한 표정으로 선우의 목만 쳐다보았다. 자신은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고. 목걸이를 하고 있었는데 이상한 깡패 때문에 일이 꼬이더니 이렇게까지 되어버렸다고. 말을 잘 듣고 있었어야 했는데 이렇게 되어서 미안하다고 꿈에서도 울면서 애절하게 말하는 선우를 바라보며, 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 걸음씩 다가오더니 선우의 손에 들려 있던 보석을 쥐어 들더니 온 힘을 다해 선우의 이마에 그 보석을 박았다. 머리가 부서질 것 같은 고통에 온몸이 화염에 휩싸인 것 같았다. 성대마저 뽑힌 것처럼 소리가 나오지 않았는데, 점차 자신을 뒤덮던 그 고통이 조금씩 사라지면서 점차 고른 숨을 쉴 수 있게 되었다. 자신의 몸에서 나오던 붉은 기운도 점차 안정되어 가서 정신을 차린 선우는 그들을 다시 한번 쳐다보았다. 그들은 눈에 눈물이 고인 모습으로 슬프면서도 기쁜 미소로 선우를 바라보더니 이마에 키스를 하곤 사라졌다. 몸이 흔들리는 느낌이 나서 고개를 들어보니 다시 현실이었다.


“괜찮아?”

“네.. 그런 것 같아요.”

“방금 전에 온몸에서 붉은빛이 나왔어. 차에 타기 전에 우리를 습격했던 그 괴물개들로 변하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고. “

“다 큰 어른이 너무 상상력이 좋은 것 아닌가요?”


이를 드러내며 웃는 태완이 보기 좋았다. 몸이 이전보다 가뿐해져서 두 손을 털고 일어났다. 어느새 태완의 아지트에

도착해 있었다. 겉으로 보았을 때는 평범한 집처럼 보였지만, 지하의 비밀문으로 들어가자 수많은 총들이 밀집해 있었다.


“위험한 일을 하시나요?”

“뭐 그런 셈이지.”

“저도 죽이실 건가요?”

“그럼 벌써 죽였겠지.”

“제가 당신을 믿어도 되나요?”


냥-


“저 녀석이 믿어도 된대.”


찾으려고 그토록 애를 썼던 그 고양이가 자신을 투명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선우는 한 걸음에 달려가서 그 고양이를 안아 올렸다. 잠시 선우의 품에 있던 고양이는 지루해졌는지 그만 선우 곁에서 빠져나가고 만다.


”총을 보여주려고 했나요? “

“아니. 그런데 총도 가져가긴 할 거야. “


무기고에서 숨겨진 문을 하나 더 열고 들어가니 좁은 공간에 책상과 침대가 놓여 있었다. 그 침대 밑에 조그마한 상자를 꺼내더니 선우에게 건넨다.


“이게 뭐죠?”

“나도 몰라. 그렇지만 당신은 알 수 있을지도 몰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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