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격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는 태완을 바라보며,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간략하게 말하고 난 선우는 더 이상의 일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이미 어느 정도 예상했을 터였다. 어차피 엎질러진 물이었고, 누군가 더 믿을 사람이나 기댈 사람이 없었다.
-현수가 지금 곁에 있었더라면..
선우는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선우에게 기대어 있던 고양이가 고개를 일으켜 선우를 바라본다. 고양이를 다시 쓰다듬으며 입술을 꼭 깨무는 그녀.
-현수는 괜찮을까..
그녀에게 있어서, 현수는 자신의 외로운 어린 시절을 함께한 유일한 친구였다. 말이 많지 않았던 그는 언제나 선우의 말을 먼저 들어주었다. 다른 친구들을 소개해주지 않은 그가 섭섭할 때도 있었지만, 그렇기에 그를 오롯이 바라볼 수 있었다.
자신과 현수의 사이가 변할 수 있단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다시 만나면 물어보고 싶은 말이 많았다. 현수 없이 시내로 나갔던 때 이후로 서먹해지긴 했지만, 목숨이 위태로운 순간에 옆에서 구출해 준 사람은 그였다.
-제발 살아 있어 줘..
이렇게 그의 안위를 빌다가도 차갑고 경멸에 가득 찬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던 현수의 표정이 떠오르는 선우는 알 수 없는 오한을 느끼며 소파 위에 얹혀 있는 이불을 끌어와 몸을 감쌌다.
-일단 나를 키워준 분들부터 확인해 보자.
목걸이에 대한 중요성은 자신을 키운 부모님들이 알터였다. ‘목걸이를 절대로 빼지 말아.’ 언제나 했던 그들의 말이 선우의 귓가를 맴돌았다. 분명 무언가 있었다. 자신을 낳아 기른 것은 아니지만, 자신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했던 그들이었다. 필요가 없다면 그렇게까지 강조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랑한다는 말을 하진 않았지만, 무릎이라도 다치면 하던 일을 멈추고 자신의 다리부터 챙기던 그들이기에 더 믿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들 또한 이전의 삶이 있었을 터였는데, 왜 자신에게 희생했던 것일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냥-
고양이가 선우에게 무언가 말하려는 듯 울음소리를 낸다. 선우는 다시 한번 고양이를 안아 이불 안으로 끌어당겼다. 털이 가득한 동물이 주는 따스함에 눈꺼풀이 점차 감기려고 했다.
-그래, 일단 어딘가 도망가자. 현수는.. 현수는 분명히 살아서 날 찾아올 거야.
그가 끝끝내 찾아오지 않는다면 어찌해야 하나라는 생각에 잠시 눈이 뜨였다가, 지금은 일단 할 수 있는 것만 생각하자며 다시 눈을 감았다. 오랜만에 평온하게 아무런 꿈도 꾸지 않는 그런 깊은 잠에 빠졌다.
목걸이의 색이 점차 붉게 물들어가고 있는 것도 모른 채.
순간, 창문이 깨지면서 굉음이 들려왔다. 방탄으로 만들어진 유리가 통째로 소파 앞쪽으로 부서져 내렸다. 선우의 주위로 날아드는 총알을 피해서 달아나려고 했지만, 모든 일이 순식간에 일어났다.
선우의 목걸이가 목에서 갑자기 뜨더니, 피처럼 붉은빛을 내더니 부서지고 만다. 총알들이 마구 쏟아져 들어온다. ‘이제 죽었구나.’하는 순간, 선우를 사이에 두고 총알들이 그녀를 빗겨 나갔다. 정신을 차리고 몸을 숙여 바닥에 엎드렸다. 파괴된 목걸이 안에서 원래의 보석보다 작은 돌이 방출되며 선우의 손 안으로 떨어졌다. 다행히 태완과 그의 부하들이 들이닥쳐 그녀를 경호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사라진 고양이.
선우가 고양이를 찾으러 두리번거리는 사이에 또 다른 총알이 날아오고, 이번에는 선우를 비켜가지 못하고 선우의 한쪽 뺨을 스쳐 지나가 뺨에서는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태완이 비명을 지르는 선우를 붙잡고 자동차로 향하는 때, 옅은 연기가 차오르더니 사냥개의 모습으로 변하여 선우와 태완을 쫓기 시작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지?”
태완의 물음에 대답할 수가 없었다. 선우는 손에 들려 있던 돌을 힘주어 쥐자, 칼로 변하였다. 선우는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목걸이가 마지막으로 냈던 붉은빛의 눈으로 변한 채, 칼로 사냥개를 베기 시작했다.
스르르 다시 연기로 바뀌며 사라지는 사냥개들.
하지만, 연이어 형태가 틀어진 사냥개들이 계속해서 쫓아왔다. 태완의 손이 물리려고 할 즈음, 선우는 두 손을 벌려 하늘로 뻗더니 힘 있게 땅바닥에 대자, 붉은 기운이 사냥개들을 덮더니 연기로 되돌려 보냈다. 태완이 선우를 보았을 때, 선우의 뺨은 이미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할 말은 많지만, 일단 여기서 가지."
차에 올라타려는 순간, 누군가 선우의 목을 쥐어짜는 느낌이 들었다. 선우를 잡고 있는 건 다름 아닌 눈이 검게 변한 경배였다.
입에 거품을 일으키며 웃고 있는 경배.
그는 서둘러 선우의 몸을 훑으며 목걸이를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자 얼굴을 찌푸렸다. 그 순간, 선우가 경배의 옆구리를 칼로 찔렀다. 잠시 힘이 빠진 듯했던 경배는 아귀에 더 큰 힘을 실어 선우의 목을 부러뜨릴 것처럼 조였다.
그 손을 벤 건 다름 아닌 태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