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카레지만 닭고기를 포기할 수 없어요.

비건카레에 치킨까스 한 장 올려놓고 먹으면 꿀 맛

제가 결혼하고 얼마 되지 않았던 때입니다. 요리를 해 먹어야 하는데 도통 시간만 걸리고 맛도 안 나더라고요. 아니, 도대체 어떻게 하면 맛있게 편하게 먹을 수 있을까를 그때부터 열심히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그러더라고요.

'카레만큼 쉬운 것도 없어.'

그렇게 카레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카레가 쉽다는 게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던 때였습니다. 감자도 깎아야 하고요. 당근도 총총 썰어야 하는데 눈물 나는 양파를 잘게 저미다 보면 두 눈에서는 눈물이 콸콸 쏟아집니다. 요리손이 잡히지 않았던 때라 감자 하나 깎는데도 시간이 걸리다 보니 은근 손이 많이 가는 요리가 카레였습니다.

‘이게 쉽다고?’라며 언제나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요리를 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런데, 이제 요리 20년 차 정도 되다 보니 카레만큼 쉬운 것도 없더라고요.

카레는 몸에 좋기도 하고,

야채만 썰어서 고형카레만 두 알만 넣어도 어느 정도 맛이 나오니 정말 가성비 갑인 요리라고 생각됩니다.

문제는 그 카레를 아이가 안 좋아해요. 

학교에서 부르는 카레라이스 똥꼬라이스 뭐 이런 희한한 노래의 역할도 있겠지만,

평이한 듯한 변하지 않는 카레맛이 아이의 오감을 자극하는 희열의 맛과는 차이가 있나 봅니다.

그래도 제가 만든 카레는 꽤나 괜찮아서 오늘도 꿋꿋하게 비건카레를 만들어봅니다. 전 고기가 들어간 카레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언제나 비건으로 만들어요. 그런데, 제 작은 친구는 고기가 안 들어가면 모든 것이 별로인 육식 파입니다. 그래서 합의를 본 게 치킨까스를 위에 턱 하니 올려주는 비건카레를 만드는 것이었어요. 겨울에 김이 솔솔 나는 카레 드셔보신 적 있나요? 뭔가 소울푸드처럼 겨울의 차가운 바람이 있어야만 느낄 수 있는 따스함이 카레에 있습니다. 그러니 겨울에는 꼭 카레를 해드 셔보세요.

물론 카레에 맥주 한잔이면 그날의 피곤함도 노곤노곤 잠들 것입니다.

먼저, 치킨까스를 만들어야겠지요?

저는 수제치킨까스를 만듭니다. 무항생제 닭고기를 가로로 썰어 얇게 만든 다음에 고기방망이로 때려줘요. 그럼 육질도 부드럽고, 방망이를 내리치는 과정에서 은근 스트레스도 풀립니다. 물론 공중에서 에어펀치를 날리셔야 합니다. 안 그러면 바로 누가 지금 점프하냐고 경비실에서 전화와요.

그렇게 얇게 펴진 무항생제 닭고기에 소금을 뿌리고, 기다림이 어려운 저는 바로 밀가루를 묻힌 다음에 계란옷을 입혀 빵가루를 쓱싹 발라주고 프라이팬에 구우면 끝입니다. 어렵지 않아요. 단, 시작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도 한번 만들 때 대량으로 만들어서 얼려두는 편이에요.

카레는 모두가 아는 방식입니다.

양파를 잘게 썰어서 카라멜색이 나도록 프라이팬에 이리 굴렸다 저리 굴려봅니다. 그걸 냄비에 넣고, 감자와 당근을 넣고 20분쯤 끓이다가, 고형카레 두 조각을 넣은 다음, 자박하게 익으면 우유를 한소끔 둘러서 섞어주면 크리미한 카레가 나와요. 은근 입맛 돌지 않나요? 전 매번 카레집을 하나 차려도 좋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카레부심이 있기 때문에 벌써부터 침이 고이네요. 물론 요리를 하는 건 싫지만, 카레는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먹어도 크게 나쁘지 않으니 자주 찾는 한 끼 식사가 되었어요.

그렇게 나온 한 접시.

저는 항상 한 접시요리만 추구하는데, 이번 비건카레지만 치킨까스를 올려서 꼼수비건카레가 되어버린 이 과정은 평소보다 조금 더 복잡하네요. 그래도 따뜻한 한 끼 우리 소중하잖아요.

다른 무엇보다

따뜻한 밥 한 그릇이 우리의 영혼을 어루만져준다고 생각하기에 요리를 무척 싫어하는 저도

오늘의 한 접시요리를 포기할 수 없습니다.

저와 가족들이 식사를 하며 따스함을 느낄 수 있으니

이거야말로 가성비갑이니깐요.

재료

치킨까스

무항생제 닭고기가슴살

부침가루

빵가루

계란 2알

소금 약간

카레

양파 1개

감자 2개

당근 1개

고형카레 2조각

우유 약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