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가을의 갈대 대신 내 마음의 갈대
책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만만해질 때가 있다.
나도 이제 드디어 ‘생각 끊기’가 가능하다며,
부처님과 같은 미소를 짓고는,
다른 이에게 ‘생각 끊기’와 명상의 이점을 설파한다.
이러한 자의식과잉은 때론 나르키소스를 능가하며
이제야 편안한 자세로 삶을 대처할 수 있다며 흡족해한다.
삶은 이런 자만함을 눈뜨고 지켜보지 못하는 성정으로
언제나 나의 뒤통수를 세게 치고는
삶의 소용돌이로 밀어 넣는다.
바다와 같은 삶에게 좀 잠잠해지라고 말해보았지만,
파도가 부서지며 폭풍우가 일뿐이다.
잔잔해질 수 없냐고 따지고 묻지만,
생명이 자라는데 각각의 모든 일들이 벌어져야 했듯,
고양이가 낮잠을 좋아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오르락내리락할 뿐이다.
이제 그만 기도할 법도 할 만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인 나는
오늘도 변화무상하지 않은 하루를 꿈꾸며,
그보다 더 견고하게 확고한 마음을 가지길
또다시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