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 만드는 초승달
꽃은 언제나 아름답다.
반면, 초승달은 처연하다.
둘이 합쳐진다니 고개가 갸우뚱거렸는데, 완성작을 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대신 보라색 꽃으로 초승달을 표현해서 그런지 차분하면서도 차가운 느낌이 들어서 놀라고 말았다. 노란색 꽃을 썼다면 조금 더 환했으려나? 어쩌면 달이 밝은 노란색으로 보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보라색꽃은 그냥 퍼져있는 핸드타이드가 지일 예쁜 것 같지만, 일단 오늘은 크레센트 배우는 날이니 집중해 보았다.
오늘의 꽃
장미-5번가: 연두연두한 색 때문에 여름에도 초록이들과 어우러져 잘 쓰인다고 한다. 실제로 이름만큼 고급스러워서 다음에 5번가 장미로만 가득 채운 꽃다발을 만들고 싶었다.
카네이션-코스모라일락: 카네이션은 꽃잎을 만져도 잘 버텨주는 튼튼한 아이이다. 분홍색에 보라색이 염색된 코스모 라일락은 인기가 좋은지 종종 보이는데, 나는 그냥 원래 그대로의 색을 더 좋아하는 편이다.
시레네: 입체감주기 좋은 꽃이다. 너무 뭉탱이로 쓰면 지저분해서 주의해야 한다. 생각보다 잘 시드는 안타까운 점도 있더라는. (웃음)
청공작초: 필러로 사용하기 좋고, 오래가는 꽃 중의 하나이다. 청공작초만 사본 적이 있는데, 정말 공작꼬리같이 보여서 무서웠던 기억이..
스톡: 필러로 사용하기 좋은 꽃이다. 이 꽃도 은근 잘 시들더라는.
유칼립투스-구리: 라인 잡을 때 사용하며, 물을 좋아한다고 한다. 다른 유칼립투스보다 더 강인한 듯하다.
본격적인 꽃꽂이: 크레센트
1. 유칼립투스를 이용하여 양팔을 먼저 꼽아 준다. 긴 부분이 한 뼘 반, 작은 부분은 한 뼘 정도의 사이즈로 45도와 30도의 각도로 꼽아주면 되는데, 휘어지지더라도 아래쪽으로 휘어지지 않게 조심한다.
2. 크레센트는 일방형으로 잘 쓰이기 때문에 가운데와 앞쪽에 라인을 잡아 줄 예정이다. 유칼립투스를 손가락 두 마디를 넘지 않는 사이즈로 잘라서 꼽아준다.
3. 가운데가 높아지면 뚱뚱한 초승달이 되기 때문에 유칼립투스의 라인 위로 꽃들이 올라오지 않게 얼굴이 큰 꽃들을 꽂아준다. 특히, 가운데는 좀 낮춰주는 게 얄팍한 초승달이 나오는 비결이다.
4. 연결감 있게 사이사이 꽃을 채워주되, 라인을 넘어가는 경우에는 과감하게 잘라주어 깔끔하게 만든다.
5. 일방형이라 뒤는 비어 있다. 이 상태로 비어 있게 두어도 되지만, 그게 별로라면 초록이들을 꼽아서 마무리하기도 한다.
**주의사항: 초승달을 만들다 보면 모든 줄기들이 하나의 중간 지점을 향해 방사형태로 꼽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한 곳에 모이다 보니 바깥에서 잡아서 꼽을 경우 줄기가 부러지기 쉽다. 줄기의 아랫부분을 잡고 넣어야 원하는 각도로 무리 없이 디자인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