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심채 대신에 시금치를 넣고 볶으면, 여기가 베트남
베트남에 놀러 갔을 때, 메뉴에서 모닝글로리를 보고 엄청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아는 모닝글로리는 문구점밖에 없었거든요. 왠지 그 메뉴를 시키면 지우개가루와 연필이 섞여 있을 것 같았습니다. 알고 보니 모닝글로리는 공심채라는 나물종류더군요. 처음 먹어 보았는데도, 첫술에 입맛이 돌았습니다. 그야말로 눈이 떠지는 맛이라고나 할까요? 그 뒤로 제게 모닝글로리는 공심채로 마음속에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공심채를 사면 이상하게 자꾸 묵혀 두게 되더라고요. 꼭 모닝글로리 나물이 물렁물렁해져야, 살아 있는 부분만 겨우 솎아내어 요리를 하곤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 좋아하던 모닝글로리는 점점 제 마음에서 멀어지더군요.
하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기 마련입니다. 닫힌 문인 줄 알았는데, 조금 비켜가보니 다른 문이 열려 있었어요. 공심채나물을 공심채로 할 필요가 없었던 것입니다. 시금치로 하면 되었어요! 물론 공심채처럼 아삭한 맛은 덜하지만, 겨울은 시금치의 계절 아니겠습니까. 싱싱하고 쓰임새도 많은 시금치라 냉장고에 넣어도 걱정이 없었습니다. 시금치는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자리를 찾을 녀석이라는 믿음이 있었죠. 갑자기 모닝글로리 st볶음이 싫어지면, 우리나라식 시금치나물을 해도 되고, 계란에 쓱쓱 비벼서 시금치오믈렛을 만들어 먹어도 될 뿐만 아니라, 피자에 쏙 집어넣어 청량감을 낼 수 있잖아요. 그러니 내가 생각했던 그 요리가 아니더라도, 어떻게든 먹을 수 있으니 부담감이 줄어들었습니다.
게다가 시금치를 사는 마음은 공심채를 사던 마음보다 훨씬 가볍습니다. 심지어 가격도 가벼워요. 혹시 냉장고에 시금치가 있다면, 어른 입맛에 딱 어울리는 베트남 한 방울의 시금치 볶음 한 번 해보세요. 재본 적은 없지만, 느낌적 느낌으로 칼로리도 낮아 보입니다. 물론 없던 입맛도 돌아와서 살이 빠지지 않는 역효과가 있습니다만..하하
재료
시금치 1단
올리브유
다진 마늘 1스푼
페페론치노 5개 정도
삼게소스 2 스푼 (없다면, 피쉬소스)
진간장 0.5-1스푼
국물간장 1스푼
참기름 1스푼
만드는 방법
1. 올리브유를 넉넉히 두르고 다진 마늘 1스푼과 페페론치노 5개 정도를 넣고 살짝 볶습니다. 지글지글 끓어오르면, 시금치를 넣어줍니다. 처음에 한 단이 많아 보여도 숨이 죽으면 금세 줄어드니 걱정 마세요.
2. 뒤적거리며 볶다가, 시금치가 전체적으로 숨이 죽으면 삼게소스 2스푼과 진간장 0.5-1스푼, 국물간장 1스푼, 참기름 1스푼을 넣어 볶습니다.
끝!!
너무 간단하지요? 입맛이 없던 남편이 이걸 먹더니 왈,
“입맛 도네.”
그러니 꼭 한 번 드셔보세요. 일단 저는 매우 좋았습니다. 뭔가 나의 장에도 좋은 일 한 것만 같은 기분도 들었고요.
한식에 베트남향기 한스푼이면 꿀맛
다이어트를 하더라도 건강한 다이어트가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