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트럴파크와는 또 다른 매력의 걷기 하기 좋은 라인, 하이라인
몸과 마음 모두 최저점으로 떨어졌던 2020년,
코로나도 코로나였지만, 적어도 가계의 재정상태가 마이너스 나지 않게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에 무작정 운동을 배울 수가 없었다. 되도록 추가적으로 돈이 안 들어가는 선에서 모든 걸 해결하려고 했었다. 아파트 내 수영장에서 유튜브를 보며 수영독학을 한다던가, 아파트 이벤트로 받은 시티바이크이용권을 이용해 남북을 횡단한다던가 했는데 공짜로 받은 Soulcycle에 참가하여 사이클댄싱하고서는 이틀을 못 걸었던 일도 있었다. 하지만 그중 돈도 안 들고 제일 열심히 참가했던 건, 걷기였다.
그 당시 난 걷기의 신봉자였고,
지금도 걷기 예찬론자이다.
맨하탄에 살 때에는 휴직상태로 있었기 때문에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었고,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처럼 발품을 팔아 나만의 맨하탄지도를 완성하겠다고 마음먹었었다. 그래서 하루는 가로로 가로지르는 애비뉴만 쭉 따라 걷기도 했는데, 나중에는 그 범위가 점차 넓어져서 로어맨하탄에서 첼시마켓이 있는 미트패킹지역까지 가서는 하이라인을 이용해 허드슨야드를 왕복하기에 이르렀다.
이 하이라인이라는 공원은 철도가 지나가던 길을 공원으로 만든 장소이다. 우리나라에도 하이라인을 따라한 서울로가 있다고 들었는데, 생각보다 별로라는 소리가 많아 아직 가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하이라인에 대한 인기는 10년 전이고 지금이고 여전히 좋아서 주변에 고급 아파트들이 많이 들어섰다. 물론 관광객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나서 걷다 보면 다른 나라의 언어가 자주 들린다.
분명 철길을 개조해서 만들었는데 실제로 하이라인에 가보면 철로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정원과 길 사이 아주 간혹 가다가 그 흔적을 남겨두어 ‘아, 이곳이 철로였지’라며 잊히지 않을 정도로만 상기시켜주곤 했다.
기차가 지나던 길을 콘크리트와 흙으로 조화롭게 메꾼 다음, 꽃과 나무를 심고, 유리담장을 만들어 맨하탄시내를 시원하게 바깥을 구경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하이라인파크. 계단식 벤치에 앉으면 그 자리가 책을 읽는 공간이 되고 쉬어가는 장소가 된다. 주변의 벽에는 글과 그림(Murals)이 그려져 있고, 맨하탄의 빌딩들이 이 공간을 에워싸는데 특유의 분위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걷게 만든다. 그래서 언제나 시작지점인 휘트니뮤지엄을 시작으로 가장 마지막 구간에 위치한 허드슨야드까지 동일한 산책로를 시간이 날 때마다 걸었고, 허드슨야드에는 때마침 좋아하는 샌드위치가게가 있어서 더욱 산책할 맛이 났다.
지금도 난 굉장히 많이 걷는다. 어제만 해도 이만이천보를 걸었다. 마치 심장이 내 왼쪽가슴에서 다리로 내려가 있는 느낌처럼 다리가 두근거리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걷기가 좋은 건 걷는 동안 상념에 빠지다가도 중간중간 고개를 들어 보는 풍경과 간혹 들려오는 새소리가 너무 좋으니 중도하차가 불가능하다.
생각해 보면, 하이라인에서 새소리를 들었던 기억은 나지 않는다. 요즘 한강주변이나 뒷산만 가도 녹음된 새소리든 진짜 새소리든 항상 짹짹 소리를 듣게 되는데, 하이라인은 사람들의 소리와 발걸음이 더 크게 들리는 공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개조하여 공원으로 만들었을지언정, 오리가 와서 살고, 학이 걸어 다닐 수 있는 공간은 못되지만 그럼에도 도심 한가운데에 이렇게 기다란 초록공간을 만날 수 있다니 여간 운 좋은 맨하탄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