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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배추 Feb 26. 2024

여름이 시작되면 무조건 코니아일랜드로 출발

뜨거운 여름 해변가에서 먹는 네이선핫도그의 맛이란

봄에는 오키드쇼를 보러 갔다면,

여름이 오면 무조건 코니아일랜드로 향했다. 누가 오라고 초대를 한 것도 아니지만 그렇게 열심히 갔는데, 그곳에는 저렴한 가격으로 해변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있었고, 우리가 좋아하는 네이선핫도그가 자리하고 있었다.


지글지글 구워주는 네이선핫도그.

이상하게 집에 구우면 이 맛이 안 난다.


맨하탄시내에서 지하철을 타고 코니아일랜드를 향하면 약 1시간이 걸리는데, 조금이라도 빨리 가고 싶어서 우버를 탄다 한들 마찬가지다. 맨하탄에서 퀸즈로 빠져야 하기 때문에 결국 도찐개찐.


물론 핫도그 먹을 생각하면 이 1시간이 1000년처럼 느껴지고 마는데, 다행히 맨하탄을 벗어나면, 지하철은 지하의 세계에서 바깥세상으로 머리를 드러낸다. 햇살 좋은 미국의 지하철 안에서 퀸즈의 풍경을 눈에 담다 보면 어느새 코니아일랜드에 도착한다.


네이선핫도그의 사제느낌을 수제로 바꿔버린 코니아일랜드. 항상 같은 메뉴를 시키면서도, 줄에서 내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언제나 메뉴를 정독하게 된다. 결국 항상 똑같은 메뉴를 시킬거면서도 이렇게 매번 진지하게 고민하고 만다.


내 차례가 되어 카운터에서 스태프에게 주문하고 나면, 그 자리에서 메뉴를 받는 구조이다. 한 번에 모든 걸 끝내야 한다. 다시 돌아오려면 또 기다려야 하는데 줄이 금방 빠지지도 않고, 천성이 느린 미국인 스태프들은 누가 기다리든지 말든지 느긋느긋 하게 주문을 받고 음식을 준비하니 계속 늦어지는 사태가 벌어진다.


뜨거운 햇볕아래에 테이블전쟁이 일어나는 외부식사코에서는 미리 자리를 선점해서 기다리는 용이함을 보여주는데, 미국인들이 “ 먹고  거냐?” 물을 때마다 이제 먹을 거라고 대답해야 하는 난감함에 목이 타기도 했다. 핫도그와 음료가 나왔을 때에는 괜히 주문자의 잘못인 것처럼 핀잔 어린 눈빛을 쏘아내고는 핫도그를 와구와구 먹으며 흠뻑 미소를 짓는다. 공포스러울 정도로 빠른 감정의 전개.


그런데  네이선핫도그는 나만 좋아하는  아닌지, 비둘기마저 하나  모여든다. 유유자적하게 걸어 다니며 떨어진 부스러기를 주으러 다니비둘기들. 그렇게 느릿느릿 걷다가도 바닥에 뭔가 떨어진 순간, 잽싸게 달려와 집어간다. 진화된 비둘기는 다리에 근육이 많을  같다.

먹고 나면 약간 루즈해지는데, 그때는 바로 일어나야 한다. 눈앞에 놀이동산이 있고 해변이 있는데 앉아있을 수만은 없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코니아일랜드의 루나파크에는 어른들이 탈만한 놀이기구가 대부분이다.


코로나 때가 생각난다. 루나파크도 어김없이 문을 닫았다. 조용한 코니아일랜드는 상상할  없지만,  시절은 루나파크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리하여 어느 정도 코로나가 진정되고 다시 놀이공원을 재개장했을 때에는 뉴욕시장이 직접 루나파크의 롤러코스터를 타며 재개장의 기쁜 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게다가 케이트윈슬릿이 주연인 ‘원더 휠’ 코니아일랜드가 배경이니, 코니아일랜드는 그냥  장소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출처: 네이버 영화/Wonder Wheel

명심해야할 것은 있다. 해변가입장도 공짜이고, 화장실도 구비되어 있지만,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기는 적절치 않다는 사실이다. 매우 더러운데, 줄까지 길어서 기다리기가 몹시 힘들다. 대부분은 바깥에 설치된 간이샤워시설에서 대충 수돗물에 흙을 털고 몸을 말린다.


생각해보면 안전한 동네도 아니고, 해변이 깨끗한 것도 아니고, 사람들도 정말 너무 많은데, 더럽기도 하지만, 여전히 코니아일랜드가 좋다.


이방인인 내가 섞여 있어도 위화감 없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서민들이 편하게 즐기는 해수욕장이 있는데다가 구조요원도 있고, 무엇보다 네이선핫도그가 있다.


이 글을 쓰다 보니 침이 고이는 나를 보니

어쩌면 여름이 멀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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