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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배추 Apr 10. 2024

만다라트로 나도 오오타니처럼 계획

작은 습관을 만들기 위한 나의 만다라트

어렸을 때는 막연히 성공하고 싶었다. 하루 먹고 하루 사는 집에서 한 달 뒤의 월세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풍요로움을 만끽하고 싶다. 어린 시절 꿈은 단순히 회사에 들어가서 과장이 되는 것이었고, 사람들은 꿈꾼 대로 산다는 것이 맞는지 나는 열심히 회사를 다니고 있다.


그런데, 마음이 헛헛했다. 우리 집에서는 내가 먹고 살만 하니깐 머리에 똥만 가득 차서 그러는 거라고 비난을 했다. 6.25 시절, 피난민들이 모인 고개에서 사람들은 하루 먹고 하루를 살아야 했기 때문에 전쟁 당시에는 자신의 심리적 상태를 돌볼 겨를이 없었다기에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먹고 살만 해져서야 먹고사는 게 다가 아님을 깨닫게 되었으니 무슨 수로 이 기분을 막을 수 있을까. 어쩌면 메슬로우의 욕구의 가장 하위단계에서 이제 갓 벗어났기 때문에, 그것도 한참 나이가 먹은 뒤에나 탈출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런 혼란스러움을 더 느끼는 것인지도 모른다.


언젠가 글로 벌어먹고 살 수 있게 되면 좋겠다며 이리저리 떠들고 다녔다. 이게 내 진짜 꿈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글을 안 쓰면 미칠 것 같지도 않아서 긴가민가했다. 예전처럼 열정적이지 못하기도 하고, 건강 상의 이유로 지구의 바닥까지 내려앉았던 경험이 있어서인지, 모든 것을 제쳐두고서라도 어딘가의 정점에 우뚝 서고자하는 욕구가 사그라들었다. 물론 대가 없는 성공은 하고 싶다. 도둑놈 심보처엄 노력 없이 얼떨결에 부자가 되길 희망하지만, 머릿속으로 열망한다한들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니 스스로에게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도 않았다.


허송세월을 보내며, 자기 계발도서를 읽었다. 글을 쓰라고 해서 매일 글을 써보았고, 별도로 일기를 빠트리지 않고 매일 썼으며, 명상을 하고 좋은 음식을 먹었다. 그러면서 조금씩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해지더라는. 어두웠던 삶이 조금 더 밝아짐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그러던 중, TV를 잘 보진 않지만, 이곳저곳에서 오오타니 선수이야기를 하더랬다. 잘 모르겠어서 누구냐고 물었더니 야구선수란다. 얼굴도 굉장히 멀끔하게 생겼는데, 그 생김새가 호날두처럼 힘이 들어간 모습이 아닌 그냥 순딩 순딩한 고등학생정도의 얼굴이었다. 야구를 엄청 잘해서 굉장한 금액으로 활동 중이라고 했고, 그 부가 부러웠다. 일본인친구는 뉴욕에서 살고 있는 동안, 뉴욕 메츠와 오오타니선수의 매칭경기를 보러 갔다가, 일본 TV와 인터뷰를 하기도 했는데, 그녀의 아이가 오오타니선수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로 "나랑 결혼해 주세요."를 외쳤다. 궁금했다. 누군데 이렇게 결혼하고 싶어 한다는 말인가. 게으름병 말기였지만, 누군가 하고 검색해 보았다.

출처: https://www.foxsports.com/mlb/shohei-ohtani-player

생각한 것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었다. 얼굴이 귀엽고, 키가 커서 대단한 것이 아니라, 본인이 그 자리에 올라가기 위해 만다라트를 작성하고, 그걸 매일 꾸준히 실천해 나갔다는 점이 존경스러웠다. 인생에 있어서의 목표를 잡고, 그 목표를 잡기 위해 9가지의 덕목을 정하고서는 그 9가지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써놓고 실천한 오오타니. 오오타니의 팬은 아니지만 만드라트때문에, 그를 통해서 내 삶을 한번 더 생각해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매체를 통해서라도 그의 생각을 알 수 있게 되어 기뻤다.


너무 먼 미래까지는 생각하기 어려웠고, ’ 멋진 50대‘가

되는 걸 일단 나의 목표로 잡아보았다. 9가지 덕목을 생각하기에는 너무 지치고 게을렀기 때문에 4가지로 압축해 보았더니 이런 표가 나왔다.

오오타니는 아니더라도 조금 더 나답게 살 수 있는 나만의 만다라트.


구덩이에 빠졌을 때 중요한 건 구덩이에 빠져서 ‘내가 왜 빠졌나 이유’를 살피는 것이 아니라, 그 구덩이를 조금씩 메워서 벗어나는 것이다. 그 구덩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나와 내 주변의 안위가 중요한 법. 합법적이고 건강한 틀 안에서 구덩이를 빠져나와 따뜻한 햇볕아래에서 봄을 즐기기 위한 방법, 그것이 나의 만다라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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