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배추 Apr 24. 2024

간헐적 단식을 간헐적으로

‘단식’은 정치인들이 가끔 단식을 할 때만 듣던 단어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간헐적 단식이 건강에 매우 좋다며 모든 매체에서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어쩌면 정치인들은 몸에 좋은 간헐적 단식을 선견지명을 가지고 실천했던 것일까?(웃음)


단식은 금식과 다르다. 단식은 주관적인 개입의 여지가 있지만, 금식은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절대적으로 금지되는 식사이다. 처음 금식에 대해 들었을 때는, 시리아의 다마스쿠스로 여행을 계획하던 때였다. 9.11 테러가 있기 훨씬 전이어서 테러에 대한 두려움이 크지 않았던 시기였고, 시리아는 여행금지국이 아니었다. 문제는 여행이 가능했던 시기가 라마단 기간이었다는 점이었다. 라마단 기간 동안 단식 아닌 금식을 해야 하는 상황을 견딜 수 없을 것 같아 시리아로의 여행을 포기했다.


음식 때문에 포기했던 여행은 슬프게도 시리아로 여행할 수 있는 기회의 단절로 이어졌다. 때로는 내가 선택한 것보다 더 큰 소용돌이의 형태로 미래가 결정되어 당혹스럽다. 건강 또한 있을 때 지켜야 한다. 40대의 선택이 향후 몇 십 년의 건강을 결정짓는다고 한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의 정희원교수에 의하면, 젊었을 때의 업보는 사후세계가 아닌, 살아가는 동안 치매든 고지혈증이든 살아 있는 동안 본인이 받게 된다고 한다. 동화보다 더 잔혹한 현실이 펼쳐질 수 있기에 우리는 건강을 허투루 챙길 수 없다.


나의 몸은 내가 다스리므로 내 몸의 CEO라는 주인의식을 가지고 내 몸을 운영해야 한다. 그러므로 훌륭한 CEO로서 콩팥 등의 워라밸을 지켜주기 위해서라도 위와 신장도 쉬어갈 수 있는 간헐적 단식은 건강식과 함께 필수불가결한 선택이 되고 만다.


간헐적 단식의 대표적인 예는, 주 중에는 평소대로 먹고 주말 동안에 단식을 하는 경우 혹은 하루의 시간을 쪼개어, 저녁 7시부터 아침 7시까지 먹지 않는 12시간 간헐적 단식 등이 여러 가지가 있다. 어느 것이 더 좋냐의 문제는 아니고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형태를 고르면 되는데, 어떤 방식이든 간헐적 단식을 실행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신체적 이점이 있다는 게 참으로 가성비 좋다.


하지만, 간헐적 단식에도 문제가 있는데, 나처럼 병약한 사람이 하기에는 몸에 무리가 따르더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수많은 약으로 고통받는 나의 위와 신장을 조금이나마 휴식시키고픈 마음은 어찌할 수가 없어서 나의 몸상태를

봐가며 열심히 실천 중이다.


출처: hopkinsmedicine.org/간헐적단식의 효용


그리하여 내가 선택한 것은 간헐적 단식을 간헐적으로 하는 방법. 기본적으로 과자 등에 관한 craving을 제외하고는 몸의 반응을 따라가는 편인데, 기운이 없는 날은 간헐적 단식을 포기하고 저녁까지 소식으로 야무지게 먹으며 영양분을 보충한다. 그러다가 몸상태가 괜찮은 날에는 저녁을 먹지 않고 아침까지 공복상태가 이어지도록 한다. 만약 아침식사를 안 하면 간헐적 단식이 조금 더 수월한데, 모닝미라클을 추구하는 사람으로서 매일 새벽에 일어나다 보면 음식 없이 버티는 건 어려웠다. 그래서 아침, 점심은 매우 든든히 챙겨 먹는 편이다. 이처럼 간헐적 단식이 몸에 좋더라도 자기 몸에 맞춰서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러니, 난 건강을 위해서라도 내 건강상태에 맞춰 간헐적인 간헐적 단식을 꾸준히 할 예정이다. ‘캐스트 어웨이’의 톰행크스처럼 절대 치과치료를 늦추는 일이 없이 무인도에 떨어져도 당분간은 병원 없이도 버틸 수 있는 체력과 건강을 목표로 오늘도 아침 초콜릿을 참은 나에게 셀프칭찬을 하는 바이다.

이전 01화 만다라트로 나도 오오타니처럼 계획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