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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배추 Apr 25. 2024

백일동안 매일 쓰는 이야기

5. 취급주의 루틴

새벽 5시 반이 되면 어김없이 일어나며, 때로는 알람소리가 울리기도 전에 눈이 떠져서 스스로 대견스럽게 생각될 때가 있었다. 그게 깨진 건 약 2주 전의 일이다. 몸이 으슬으슬 아프고 하루 종일 억센 기침을 하다가 바람 빠진 풍선처럼 기진맥진했던 나날들. 감기가 좀처럼 낫지 않았지만 어떻게 버터 냈을 때에는 배를 5cm 정도 찢게 되었다.


몸이 피곤하면 기계처럼 에너지절약모드로 들어가는지, 잠자는 공주의 물레에 대신 찔린 사람처럼 잠만 자기 시작했다. 새벽 5시 반에 깨던 나 자신은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하루 12시간씩이라도 자라면 잘 수 있는 신생아모드가 비집고 들어왔다. 계속 졸리다는 게 신기하다. 인간의 몸이 회복을 위한 반응시스템의 견고함에 새삼 놀래고 만다.


그리하여 수년간 쌓아 올린 나의 모닝미라클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어쩌면 루틴은 습관이 잡히면 알아서 움직이는 중력과도 같은 법칙이 아닌, 부단히도 애쓰며 지켜내야 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배가 아프다는 핑계로

기침이 너무 난다는 이유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원인으로

루틴은 쉽게 깨진다.

그리하여 어떤 순간에도 루틴을 이어나가고자 하는 건 커다란 에너지와 강인한 의지의 결합되어야 나타나는 것이다.


마음이 아플 때는 하루에 세끼를 먹고, 운동을 하는 루틴을 꾸준히 하다 보면 자신이 빠져 있는 구덩이가 조금씩 메워져 어느 순간 지상으로 올라올 수 있게 된다고 한다. 그건 어쩌면 루틴자체가 삶을 적극적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의 반영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배 5cm 찢은 게 너무 아파서 휴가를 냈는데, 내 작은 친구가 비염으로 학교를 못 갔다. 내 눈에 흐르는 건 눈물인가 안개인가. 이건 밥을 꼬박 챙겨 먹을 수밖에 없는 빅피쳐라고 생각해야지.


출근 대신 육아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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