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면 빠꾸해. 그래도 돼.

나다운 삶을 찾기 위한 기록

by Tone on

며칠 전, 처음으로 부모님께 지금 내 상황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33살, 회사 생활 10년 차.

일이 너무 좋았고, 성장하던 내 모습이 좋았던 나.

비상식적인 행동들이 반복되고,

일에도 점점 지쳐 마음이 병들게 된 나.

정신과 진료를 고민하게 된 요즘의 나에 대해 정말 꺼내기 힘들었지만 결국 털어놓았다.


"엄마, 나 정신과 진료 받아보려고 해."

엄마는 내 말에 소파에 기대고 있던 몸을 벌떡 일으키며,

"왜. 무슨 일인데? 힘들어서? 일이 힘들어?"

다급하게 물었다.

나는 덤덤하게 내 이야기를 꺼냈고,

엄마는 TV 소리를 줄이고 내 목소리에 집중했다.


며칠 뒤, 가족들과 외식을 하고 정말 오랜만에 노래방에도 갔다.

기억이 잘 나지 않을 만큼 오랜만이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가족들과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노래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가족들이랑 이렇게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게 참 오랜만이다. 너무 좋다.

맞아, 나는 이런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싶었던 거였는데.

사랑하는 가족들과 사랑하는 사람과 그냥 평범한 하루를.


그럼 지금 내 일상은 어떻더라?


아침 7시에 집을 나서 밤 10시가 넘어서야 돌아오는 날들.

평일이든 주말이든 쉴 새 없이 울려대는 업무 연락.

쌓여가는 To do 리스트, 하나를 지우면 다섯 개가 추가되는 마법 같은 일상.


잠시 한숨을 쉬고 다시 노래방 분위기에 집중하다가

밖으로 나와 아빠와 나란히 걸어가는데,

아빠가 술에 약간 취한 말투로 내게 말했다.


"아빠, 너한테 할 말 있었는데."

"어떤 말?"

"너 힘든 거, 힘들면 빠꾸해.

폭싹 속았수다 관식이 대사 알지? 힘들면 빠꾸 하는 거야.

그래도 돼. 아직 아빠, 엄마 젊어! 우리 믿고, 수 틀리면 그냥 빠꾸해."


그 말을 듣고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며 울컥했다.

집으로 돌아와 일기를 쓰는데, 아빠의 말이 자꾸만 마음에 맴돌았다.

그리고 '나다운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나다운 삶'은 무엇일까.

나는 나를 버리면서까지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걸까.

결국 '나다운 삶'이란, 나를 돌보고 내가 나를 존중하는 것이라는 깨달음과 동시에

이제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고 싶어졌다.


앞으로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내 삶의 톤을 켜고,

나다운 삶을 찾아가며 누군가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하고 싶다.


조금 천천히 가도 괜찮고,

때로는 멈춰서 다시 돌아가도 괜찮다.

수 틀리면 빠꾸해도 괜찮다.


그 마음을 내게, 그리고 언젠가 이 글을 읽고 위로가 필요한 누군가에게도 건네고 싶다.


작은 빛 하나 켜듯, 오늘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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