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는 여기까지, 내일은 조금만 더 괜찮기를
10년 동안 누구보다 내 일에 열정적이었다.
새로운 시도를 좋아했고, '나다움'을 잃지 않는 것이 내 일의 기준이었다.
그런 내가, 지금은 나답지 않다고 느껴질 만큼 무너져 있다.
우울증 진단을 받고 약을 복용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아직은 약의 효과도 느껴지지 않는다.
요즘은 회사에 앉아 있기만 해도 숨이 막힌다.
누가 내 숨통을 조이는 것처럼.
크게 소리를 지르던 그 팀장님의 영향인 건지,
이젠 누군가 재채기만 해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오늘은 유독 답답함이 심해져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결국 심리상담센터를 예약했다.
8만 원이라는 상담비가 부담되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 숨 막히고 답답함을 해소하고 싶었다.
하루에 최소 12시간씩 일하는 이곳에서
처음으로 30분만 연장하고 퇴근하려던 찰나,
그 팀장님이 내 자리에 찾아왔다.
며칠 전 내게 소리를 지른 일에 대해
사과를 하겠다며 말을 꺼냈다.
하지만 그건 사과가 아니었다.
"나는 너를 걱정해서 그랬던 거야."
"나도 마음이 안 좋았어."
말끝마다 나에게 책임을 돌리는 말들.
가스라이팅이었다.
상담센터 예약 시간이 임박해 급히 자리를 떴다.
결국 상담 시간에 늦었고,
예정보다 짧게 상담을 시작해야 했다.
어디서부터 얘기해야 할지 막막했지만
선생님이 설문지를 토대로 질문해주시면서 내 이야기를 차분히 이끌어내 주셨다.
그 덕분에 조심스레 내 마음을 꺼낼 수 있었다.
말하다 울컥하기도 하고
선생님의 따뜻한 눈빛에 잠시 무장 해제되기도 했다.
내가 힘든 이유,
앞으로 내가 시도해 볼 수 있는 작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숨을 조이던 무언가가
조금은 느슨해졌다는 느낌.
"오늘은 그래도 괜찮다."
스스로를 다독이며 차에 올랐다.
출발하려는 찰나,
그 팀장님의 전화가 울렸다.
깊은 한숨이 나왔다.
'왜 나한테 이러는 걸까.'
계속 울리는 전화.
받지 않으면 더 큰 후폭풍이 올 것 같아 결국 받았다.
오늘따라 내가 평소와 다르다는 걸 느끼셨는지
이전과는 다른 말투였다.
부드럽고 조심스러운 말들.
하지만 느껴졌다.
그 안의 냉기.
말투는 다정했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업무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계속 엮여 있는 관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일이 흘러가야 하기에
나에게 요구되는 것들도 많다.
지금 하고 싶은 말들을
예의 바른 말투와 포장된 따뜻함으로 꺼내놓는다.
하지만 결국엔,
나를 찌르는 말들뿐이다.
통화를 끊고 차 안에서 한참을 울었다.
간신히 세운 마음이
그 한 통의 전화로 다시 무너졌다.
상담센터를 나와
나를 지켜내려 했던 하루의 끝,
그 하루가 또다시 무너졌다.
오늘 하루는 여기까지만.
“내일은 제발,
조금만 더 괜찮기를. “
작은 빛 하나 켜듯, 오늘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