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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belbyme Apr 17. 2022

잘 죽기 위해 독서한다

독서의 이유

모두 다른 이유에서 책을 읽는다. 심지어 한 사람이 책을 읽을 때도 그 이유가 매번 바뀐다. 나는 길보트라는 bar에서 책 읽기를 좋아한다. 공간이 내가 책을 읽게 만든다. 독서모임에 나갈 때는 독서모임에서 더 아는 체를 하기 위해 책을 읽는다. 다른 사람이 나를 책 읽게 만든다. 더 정확하게 다른 사람의 시선에 대한 나의 반응이 나를 책 읽게 만든다. 내 안에서도 책을 읽는 이유가 빈번히 바뀌지만 길게 보면 책을 읽게 만드는 이유는 한 두 가지로 좁혀질 수 있다. 


잘 죽기 위해서다. 교통사고 같은 급작스러운 죽음이 아니라면 대부분 사람은 자신 삶을 돌아볼 시간을 가지면서 죽을 것이다. 나는 종종 그 시간을 생각한다.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달의 시간이 주어질 것이다. 많은 후회가 있을 것이다. 후회 없는 삶이란 어떤 의미에서 자기기만이라고 생각한다. 후회와 더불어 궁금증도 있을 것이다. 죽음 넘어 무엇이 있을까? 그 시점에 떠오르는 대부분의 질문은 답이 없는 질문일 것이다. 다만 최소한 내가 답 할 수 있는 질문에 대해서는 답을 알고 죽고싶다. 사랑이 무엇인지 궁금할 수 있을 것이다. 죽기 전에 최소한 내가 정의한 사랑에 대한 답을 가지고 싶다. 다만 그 답은 그냥 머리 속에 떠오르는 답이어서는 안된다. 라캉이 말한 사랑, 셰익스피어가 말한 사랑, 소크라테스가 향연에서 말한 사랑 다양한 사랑에 대한 글을 읽고, 고민하고 내린 결론이어야만 한다. 그런 노력으로 얻은 답이어야만 죽기 전에 받아들일 수 있다. 존재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을 것 같다. 플라톤이 말한 존재, 칸트가 말한 존재, 하이데거가 말한 존재, 들뢰즈가 말한 존재. 이 존재 연구가가 인생을 바쳐서 만든 존재에 대한 의미를 공부하고 내 것으로 만든 답을 가지고 죽고 싶다. 내가 죽기 전에 알 수 없는 것이 휠 씬 더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알 수 있는 범위의 것은 알고 죽고 싶다. 그것을 알게 해주는 유일한 방법은 독서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잘 죽기 위해서 독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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