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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belbyme Apr 21. 2022

여자는 석탄, 남자는 기차

주홍글씨: 너새니얼 호손

주홍글씨, 카타리나 블룸의 불명예, 생의 한가운데, 모래의 여자 이 책에서 주인공 혹은 주요 인물은 여성이다. 다른 시대, 다른 장소,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인물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외부 압박을 받으며 성장한다. 주홍글씨에서는 사랑했던 한 남자를 위해  사회의 핍박을 이겨낸다. 카타리나 블룸의 불명예는 자신의 존엄성을 위해 날조된 악의적인 여론의 공격을 견딘다. 생의 한가운데는 부모, 남편, 국가, 경제 사정 모두  주인공에게 시련을 주지만 굴복하지 않고, 자기가 선택한 결정은 끝까지 밀고 나간다. 모래의 여자는 조금 다르다. 외부로 나가는 두려움에 그녀는 모래 안에만 머문다. 하지만 그녀의 집은 계속 모래로 덮여간다. 그 공간에서 탈피하지 못하는 수동성을 보이지만 자기 공간을 지키기 위해 계속 밀려드는 모래를 끊임없이 퍼낸다. 


모두 다른 작품 속의 인물이지만 소설에서 관통하는 것은 시련을 통한 성장이다. 여성 성장은 가족, 국가, 여론 등 다양한 외부 압력을 버티면서 이겨내는 성장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여성이 거대한 야망이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거나, 자기만의 작은 공간을 가지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뿐이다. 그 작은 소망을 지키기 위해 상상 이상의 탄압을 받고 버텨낸다. 


남성 성장은 여성 성장과 다르다. 남성 성장의 일반적인 예는 페르세우스이다. 페르세우스는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전투를 사람과 괴물을 상대로 한 신화 인물이다. 메두사 목을 자른 인물이라고 하면 가장 빠르게 이해된다. 페르세우스의 성장은 앞으로 나아가는 성장이다. 쟁취하기 위해 흉악한 괴물도 일부러 찾아간다. 홍길동도 비슷하다. 비록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하는 소박한 소망으로 시작된 이야기지만 결국 나라를 건립하는 확장적 성장이다. 


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여성의 성장은 석탄과 같다. 석탄처럼 엄청난 압력과 열을 오랫동안 받아 하나의 자원으로 바뀌는 내적 성장이다. 남성 성장은 이 석탄을 태워서 달리는 기차 같은 확산적 성장이다. 성장의 비교우위를 나눌 필요는 없다. 내적, 혹은 외적 성장이든 성장은 인간에게 중요한 요소이다. 다만 현대 사회는 그동안 엄청난 외적 성장을 이루었다. 그 외적 성장의 기반은 환경을 파괴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환경 파괴를 소비라는 형태로 바꾼 성장이다. 외적 성장은 지속될 수 없다. 인류에게 성장이 필요하고, 외적 성장이 계속될 수 없다면 소설 속에 나온 여성의 성장 방식은 다른 대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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