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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욱 Jun 01. 2024

16화. 스톱 사인과 로드 레이지

@ 2007 워싱턴 시간여행

스톱 사인과 로드 레이지(Road Rage)     


미국에서 운전하다 보면 자주 맞닥뜨리는 게 멈춤 신호(Stop Sign)이다. 반대 차선이나 교차로에 차량이 없더라도 일단은 반드시 멈춰야 하는, 그야말로 Stop Sign이다.


운전면허 시험을 볼 때도 이 신호에서 차량이 완전히 정차하는 지 꼼꼼하게 따진다.       


횡단보도 신호등이 빨간 불일지라도 지나가는 차가 없으면 길을 건너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미국인들이지만 신기하게도 운전할 때 Stop Sign에서는 태도가 달라진다.


Stop Sign은 주로 주택가 도로나 이면도로에서 큰 도로로 진입하는 곳에 설치돼 있는데 상대편 차선에차가 없어도, 아무리 바쁘더라도 이 신호에서는 대다수가 차를 멈춘다.        

그런데 멈춤신호(Stop Sign)와 달리 미국운전자들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단어가 바로 ‘도로상의 분노’로 표현되는 이른바 ‘로드 레이지(Road Rage)’ 현상이다.  


‘도로에서 스트레스를 분출하는 폭력적 행동’으로 정의되는 ‘로드 레이지(Road Rage)’는 과속을 일삼거나 지나친 끼어들기, 혹은 앞 차량의 뒤에 바싹 붙어 운전해 다른 차량에게 위협을 가하는 행동, 손가락을 이용하거나 직접 욕설을 내뱉는 행위’ 등이 포함된다.      


이 때문에 교통사고도 종종 발생한다.


2007년 4월 미 동부의  I-270 고속도로에서 로드 레이지 때문에 2명이 숨졌다.  두 차량 운전자가 서로 욕설을 주고 받다가, 한 차량이 앞지르기를 하면서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고, 뒤 차량이 급하게 멈추려다 전복돼 타고 있던 2명이 숨진 것이다.


이 같은 로드 레이지로 인한 교통사고가 한 해 1천 200건 가량 발생하고, 그 가운데 3백여 건은 치명적인 인명사고를 동반한다고 미국 AAA재단이 밝히고 있다.      

특히 교통정체가 심한 도시의 운전자들이 로드 레이지 행위를 일삼고 있으며 운전이 매우 거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 조사 결과 로드레이지가 심한 곳은 1위가 마이애미, 2위 뉴욕, 3위 보스턴, 4위 L.A. 5위가 워싱턴 D.C인 것으로 나타났다.(2007년 AutoVantage 조사).     

 

대개 로드 레이지 현상이 증가하는 건 만성적인 교통정체와 관련이 깊다고 한다.


“교통량이 적고, 도로위에 공간이 비교적 많은 도시의 운전자들이 더 인내심이 많고 예의가 바르다”고 Alan Pisarski라는 전문가는 분석하고 있다.  


바쁜데 길이 막히면 짜증이 나고 그러다 보니 불만이나 분노를 다른 차량에 표출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운전습관도 나빠질 수 밖에 없다는 거다.


‘마이애미에서 깜빡이 신호를 켜는 것은 곧 자신이 약자임을 스스로 알리는 것’이라는 David Barry라는 칼럼니스트의 말이 결코 그냥 나온 말은 아닌 것 같다.      


교통정체 때문에 로드 레이지 현상을 보인다는 분석인데 그렇다면 ‘그렇게 바쁜 미국 운전자’들이 왜 스톱사인은 지킬까? 바쁘다면 스톱사인도 대충 무시해야 되는 것 아닌가? 물론 스톱사인을 잘 지키는 운전자가 ‘로드 레이지’를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


이를 두고 인종차별적인 분석으로 연결하는 시각도 있다. 미 중부 출신인 백인 남성의 분석이다.      


“대개 로드 레이지가 심한 도시는 해변과 인접한 도시인데 이 곳은 대체로 백인들보다는 남미나 다른 대륙에서 온 사람들이 더 많다. 여러 대륙과 나라에서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운전습관이 서로 다르고 그러다 보니 로드레이지가 더 많다.  백인들이 많은 미국 중부에 가면 사람들이 친절하고 로드레이지 현상도 없다”     


결코 동의할 수 없는 분석이다.  


오히려 인간 본성 때문에 로드 레이지가 발생하는 것은 아닐까?


스톱 사인은 대개 주택가 이면도로나 동네 입구에 주로 설치돼 있다. 지키지 않는다면 이웃 주민이 곧바로 신고하기 쉽상이다.


실제로 한 지인은 미국 정착 초기 때 스톱사인을 모르고 지나치다 신고가 들어가 곤란했던 경험이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로드 레이지 행위가 많이 발생하는 고속도로는 운전자들이 익명성 뒤에 숨을 여지가 더 많다. 


자신이 사는 동네가 아닌데다 차량이 빠른 속도로 달리기 때문에  로드 레이지 행위를 하더라도 차량 운전자를 식별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사고를 일으킨 것은 ‘무슨 무슨 차량’이라는 식으로 나오지 ‘어디에 사는 누구’로 설명되지 않는다.


고속도로 I-270에서 발생한 로드 레이지 사고 역시 초록색 Pickup 차량 운전자가 일으켰다고 보도됐을 뿐이다.  


차량이 주는 ‘익명성’ 때문에 로드레이지 현상이 발생한다는 분석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T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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