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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욱 Jun 02. 2024

17화. 워싱턴에 노숙자가 많은 이유?

@ 2007 워싱턴 시간여행

높이 170미터에 이르는 화강암 오벨리스크인 워싱턴 기념탑(Washington Monument),  링컨 기념관, 백악관 등 워싱턴DC에 오면 미국을 대표하는 각종 상징물과 만나게 된다.

미국 워싱턴 DC  토머스 제퍼슨 기념관 내부

지하철을 타고 백악관에 갈려면 메트로(Metro) 오렌지 라인 '맥퍼슨 스퀘어 역'에 내리면 된다.


그런데 지하철에서 내려 지상으로 올라오는 에스컬레이터 끝에서 맞닥뜨리기 쉬운 건 바로 홈리스, 노숙자들이다. 백악관 가는 길을 알려주는 화살표와 그 아래에서 쉬고 있는 노숙자의 모습은 묘한 대조를 이룬다.

차를 타고 워싱턴 DC에 갈 때도 마찬가지다.


특히 출퇴근시간대나 차가 밀릴 때면 팻말을 들고 구걸하는 노숙자들의 모습을 심심찮게 찾아 볼 수 있다. 한  퇴역군인 출신인 노숙자는 자신의 생일을 축하해 달라며 사람들의 온정을 호소하고 있다.      

미국에서 노숙자 문제는 오래된 사회문제이다. 가난 구제는 나랏님도 하지 못한다는 옛말이 맞는 것일까 ?


미국의 한 노숙자 지원 단체(National Alliance to End Homelessness)의 조사 결과 미국의 노숙자 수는 2005년 현재 약 75만 명에 이른다. 지난 96년의 미국 노숙자 추정치가 45만명에서 80만명 수준이었다고 하니 10년 동안에 노숙자가 증가했거나 아니면 적어도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 전체 인구가 2억 9천 만 명이니까 노숙자는 전체 인구에서 약 0.3%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노숙자가 가장 많은 곳은 캘리포니아 주로 약 17 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인구 비율로 따질 경우 워싱턴 DC의 노숙자 비율이 미국 내에서 가장 높다는 거다.


이 조사에서는 워싱턴 DC의 노숙자는 약 5천 6백 명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이는 워싱턴 DC 전체 인구 57만명의 1%에 해당하는 수치다. 미국 전체 평균을 훨씬 웃돈다.


노숙자가 가장 많다는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도 전체 인구 3천6백 만 명 가운데 노숙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0.5%가 조금 못된다.      


이처럼 워싱턴 DC의 노숙자 비율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한 교회에서 운영하는 Food Bank에서 자원 봉사하는 마이클 바우드(Michael Baud)씨는 이렇게 분석했다.     


“노숙자들이 살기에 좋은 조건이 있다. 날씨가 온화하던지 아니면 쉽게 먹을 거리를 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어야 한다. 기후가 좋은 캘리포니아 주에 노숙자가 많이 몰리는 것은 크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반면 워싱턴 DC는 미국의 수도이다. 그만큼 NGO와 각종 자선 단체들이 많다. 노숙자들이 이 단체들로부터 쉽게 음식을 구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워싱턴 DC 당국 차원에서도 각종 쉼터(Shelter)를 만드는 등 노숙자 정책에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워싱턴 DC에 노숙자가 많은 거라고 본다.”     

미국 백악관 앞의 반전 노숙시위. 태극기 문양이 눈에 띈다.

이런 이유 때문이라면 워싱턴DC에서 노숙자를 완전히 구제하기란 매우 힘들 것 같다. 노숙자들을 위한 쉼터와 음식 제공이 오히려 더 많은 노숙자를 불러오는 결과를 가져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먹을 게 없는 노숙자에게 음식을 제공하지만 이 선행이 오히려 노숙자의 자립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안타까운 역설이 언제쯤 통하지 않게 될까?  ///T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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