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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니 스탁 Apr 20. 2023

[말] 내 삶이 미화되기 전에

성찰과 기록의 선물

     

비범함 보다

한결같음


그릇이 크든 작든 꽉 찬 사람이 좋다. 그런 사람은 한결같다. 능력에 과장이 없고, 겉과 속이 같으며, 불필요한 꾸밈말을 잘 쓰지 않는다. 때와 장소를 가리고, 감정에 기복도 적다. 반면 뭔가 비어있는 사람의 결핍은 곧 들통이 난다. 거기에 필사적으로 무언가를 채워야 버티는 게 사람이기 때문이다.


결핍의 하루는 곧 잘 눈 뜨자마자 시작된다. 쓸쓸함, 왠지 모를 압박에 아침부터 눌리기도 한다. 물한 모금 넘어가지 않는 아침에 허겁지겁 차에 오르고 모니터를 켜자마자 쏟아지는 업무 리스트에 숨이 막힌다. 마음 구멍에 찬바람이 든다. 배고픈 영혼은 주변 사람들에게 자꾸만 뭘 달라고 한다. 관심, 사랑, 인정... 피곤하다.


눈을 떴는데 뭘 해야 할지를 모르는 하루도 있다. 직업이 있고 없고를 떠나 '할 일이 있다'는 건 다른 개념이다. '해야 할 일'이나 '누가 시킨 일'이 있는걸 이걸로 착각하면 안 된다. 누가 뭐라 하든 말든 나를 위해 해야 할 일이 없는 삶은 그야말로 소모품의 삶이다. 두려움에 관심을 끄고 침잠한다. 무거워진다.



카메라를

꺼내자


세 바퀴, 네 바퀴 강연을 듣고 결심하고 계획을 세워보지만 3일이 한계다. 뭐든 시작하면 용두사미다. 이상하다. 내가 끈기가 없는 사람이 아닌데. 게임도 시작하면 최종 보스까지 깨버리는데, 누군가를 사랑하면 끝장을 보고 밑바닥에서 꼭대기까지 다 보여주는데.. 솔직하고 강력한 호불호로 나의 아이덴티티가 명확한데 말이다.


이런 잘못된 자기 확신은 늘 하나 빠진 나사와 구멍을 방치하게 된다. 속이 꽉 찬 사람들의 큰 특징이 있는데, 바로 자신을 객관화한다는 점이다. 자신의 내부에서 카메라를 꺼내 밖에다 걸어 놓고 산다. 필요할 때는 속을 비추기도 하지만, 늘 자신과 상대의 관계와 그 연결점을 관찰하고 기록한다.


카메라를 꺼내세요 ⓒ GIPHY


그래서 생각이 열려 있다. 자신이 어디 있는지 명확히 판단한다. 그래서 멀리 보고 끊임없이 점검한다. 계획이든, 목표든, 고난과 도전도 객관적으로 보려 애쓴다. 그들이라고 좌절이 없을까. 그런데 정말 놀랍고 질투가 날 정도로 건강하게 이겨낸다.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웬만한 변화에도 방향을 바꾸지 않는다. 고집이 아니라 원칙이다. 내 속만 쳐다보고 달리던 사람은 전봇대에 부딪혀 머리가 깨지고 나서야 그게 얼마나 좁은 생각인지 안다. 그 때라도 카메라를 꺼내면 다행이다. 고개를 들면 배운 거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적었더니

보여요


나이가 찰 수록 성찰은 더 중요해진다. 성찰하지 않는 삶은 미화된다. 속칭 꼰대는 그 결과다. 기록이 필요하다. 종이 노트, 디지털 노트 다 좋다. 적어 보자. 카메라가 관찰하듯 적어야 한다. 시나 소설은 딴데 적고 최대한 객관화된 사실 말이다. 그걸 알려면 리서치를 해야 한다.


적는 놈 못 이긴다 ⓒ GIPHY


그럼 방법이 없다. 인문학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나의 작은 뇌로는 도무지 해석이 안되기 때문이다. 이 기록을 바탕으로 되돌아보면 과장, 왜곡, 미화는 일어나기 어렵다. 넋두리보다는 솔루션이 나오게 된다. 체계화된 메타인지는 이렇게 생기는 것이다.


다 잘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깨닫게 된다. 아니, 불가능하다는 진리를 알게 된다. 창백한 푸른점 위의 내 존재를 알고 우쭐대지 않는다. 그래서 보이는 생각보다 초라할지 모르는 자신의 본모습은 한껏 미화된 거짓보다 훨씬 가치 있다.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하게 된다.



사실, 지금까지 내 이야기였다,

대부분 문장을 과거형으로 바꾸면 된다.

아직 한 ~ 참 남았다.

이렇게 되려고 매일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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