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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니 스탁 May 21. 2023

[돈] 중고차에 내린 기적

알뜰한 자에게 복이 있을 지어다



이 이야기는 실화입니다



나는 쓰던 물건이 조금이라도 성능에 문제가 생기거나 퍼포먼스가 떨어지면 수리하고, 업그레이드를 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핸드폰 액정이 깨진 채 며칠을 넘기는 일은 내 사전에 없다. 자동차는 주기적으로 점검을 한다. 차 안이 지저분한 걸 참는 사람들은 이해가 안 될 정도다. 이어폰, 오디오, 키보드.. 뭐든 내가 쓰던 물건은 당근에서 인기 만점이다. 흠집을 잘 안 낸다.


예의상 보내는 거겠지만.. 흠흠..


반면, 후배 디자이너의 남편이자 가까이 지내는 동생은 물건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필요한 물건조차 사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성능이 한참 떨어지는 제품을 무덤덤히 쓰고, 지저분해진 필름을 몇 년이고 그냥 내버려 두고, 자동차 안에 노출된 배선도 그대로 덜렁거리게 놔두고 다닌다. 그러나 대단히 성실하고 머리도 좋고 바른생활을 하는 친구다.


ⓒ GIPHY


그러던 친구가 갑자기 차를 바꾸겠다고 연락이 왔다. '형님 제가 차를 좀 바꾸려는데요..' 뭐지? 얘가 뭔 일이 있나? 걱정이 됐다. '차에 문제가 생겼어? 사고 났어?' '며칠 전에 기계식 세차장을 갔는데 사이드 미러가 안 접히고 엔진소리가 좀 이상하더니 시동걸 때 경운기 소리가 나요. 수리비가 너무 비싸게 나와서 포기했어요. 집사람이 해도 해도 너무한 거 아니냐며 차 좀 바꾸자고 해서...'


헐.. 나는 물건을 아끼는 건 좋지만 둘이 타고 다니는 자동차가 그 상태면 사고위험도 있으니 생각 잘했다고 했다. 그런데 이 알뜰한 친구들이 자동차를 1도 모른다. 모델 추천을 통사정을 해서 몇 날 며칠을 갓성비 검색을 위해 중고차 사이트들을 뒤지는 나... 니들 차를 사는데 내가 왜 브리핑을 하고 있냐...


ⓒ GIPHY


문제는 지금 타고 있는 차를 폐차할 거냐 팔 거냐를 선택해야 했다. 설마 이 낡아 빠진 차를 얼마 주겠어? 반신 반의 하며 대차서비스(차를 사면 타던 차를 가져가고 그만큼 돈을 빼주는 서비스)를 신청했다. 역시나 사이드 미러도 안 움직이고 시동 걸면 엔진이 경운기처럼 요동친다. '이거 얼마 못 받겠는데.. 대차를 거부할 수도 있겠어' 나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그들에겐 예기치 않은 사건이 벌어지는데..

이하 들은 이야기를 현장 스케치 하듯 쓴 것이다






다음날 담당 직원이 구매한 중고차를 끌고 부부의 집 앞으로 왔다. 원래 타던 차를 테스트를 하고 감정가를 메기기 위해 둘러본다. 둘은 심드렁하게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외관은 네.. 뭐 연식이 있으니 감안할게요. 내부도 좀 볼게요 고객님~"

"아네.. 그러세요.(휴, 얼마나 주려나...)"


철커덕, 낡은 차의 문을 여는 직원. 그런데 그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꼼짝도 않던 사이드 미러가 '위~잉'하고 날개를 펼치는 게 아닌가! '오빠.. 사이드가..' 순간 남편은 아내의 입을 틀어막았다. 아무렇지 않은 척.. 누가 봐도 어색하게 둘은 직원 눈치를 살피며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쭈뼛거리고 서있다.


'뭐.. 뭐지!!!' '헐, 오빠 대박...'

둘의 마음의 소리다.


그러나 그들에겐 며칠 째 우렁차게 포효하던 경운기 엔진이 남아있었다.


"시동 좀 걸어 보겠습니다. 고객님"

"아.. 네.. (폭발하지만 마라..)"


무표정한 직원이 브레이크를 밟고 시동버튼을 누르는 순간...


탁탁탁 탁탁탁!!!! 쾅쾅쾅 쾅쾅!!!!! 엄청난 공사 소음이 골목을 뒤흔든다. 맞다!! 바로 옆건물이 철거 중이었지!!! 시동과 동시에 터진 무지막지한 굴착기의 소음은 지축을 울리며 최신형 경운기 진동을 귀여운 수준으로 만들어 버렸다. 1일 2 기적이 연거푸 일어난 것이다!


ⓒ GIPHY


"흐읍.. (ㅋㅋㅋㅋ)"

"아학.. 오빠(ㅋㅋㅋㅋ)"


남편은 들썩거리는 아내의 어깨를 힘주어 감싸 쥐며 터질락 말락 한 웃음을 참고 있다. 일단 시동이 걸리면 rpm이 올라가며 다소 진동이 잦아들었기 때문에 직원은 문제를 크게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다행히 나머지 전기계통은 큰 문제가 없었던 듯했다.


"네~ 고객님 점검 끝났습니다."

세상 다정하게 들리는 직원의 목소리.


"감정가는 ***원 정도 될 거 같네요. 괜찮으시겠어요? 저희도 더 드리고 싶지만 ㅎㅎ"

"아.. 그렇군요. 네 괜찮네요. 그 정도면(헉.. 이렇게나 많이 쳐줘요?)"


기대치 않았던 너무 좋은 가격...!! 직원에게 미안할 정도였다고 한다. 도착하면 사이드가 접히긴 하려나, 다시 시동 걸었을 때 윗사람에게 혼나지는 않으려나.. 총총히 사라지는 애마와 직원의 뒷모습을 보고 둘은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었다고 한다...라고 해놓고는


ⓒ GIPHY


나에게 바로 전화를 걸어 신나게 신의 손길을 간증하는 그녀. 나는 현웃이 터졌고 며칠 후 새로 산 중고차를 함께 타며 상태점검을 도와줬다. 별거 아닌 중고차 사고 판 이야기지만 놀랍긴 하다. 그날 신이 너무 심심해서 이 부부를 친히 도와주러 오셨나 보다. 너무 알뜰해서 안쓰러우셨나...






나는 실내 컬러와 잘 어울리는 핸들 커버를 선물해 주고 제발 정비 좀 제때 하라고, '기적은 세 번(은) 일어나지 않는다'라고 말하며 한참을 같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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