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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양부인 Mar 06. 2020

잘 맞는 음식은 몸이 먼저 반응한다

[체질01] 회 못 먹던 목체질 vs 피자가 부대낀 금체질

돌이켜보니 나는 생선애초부터 거리가 멀었다. 생선회를 처음 먹 것 중학교 때다. 초장 맛으로 것이지 물컹거리는 그 식감은 잘 구 고기에 비하면 영 가성비 떨어지는 외식이었다. 하여, 친척 모임으로 횟집에 가게 되면 나는 항상 배가 고팠다.


횟점에는 딱히 흥미가 없어서 메추리알과 콩이나 몇 개 까먹으 쭈뼛대던 나는 콘치즈가 나오면 그제야 허기를 조금 채우고는 후식 메뉴인 김 마끼 두어 개로 식사를 마무리했다. 매운탕 국물도 밥반찬으로는 영 만족스럽지 않았다.  차라리 저 국물에 라면 사리나 풍족하게 넣어주기를 바 뿐.


20대가 되어서야 사촌 결혼식을 전전하면서 드디어 나도 초밥의 신세계에 입문했다. 솔직히  이때의 초밥 8할은 락교가 영업했다. 달달하고 상큼한 락교로 인해 초밥을 좋아하게 되었으니까. 뷔페에서도 생선보다는 퓨전 롤이나 계란, 훈제오리, 육회가 올라간 초밥이 내 접시를 가득 채웠다. 그러다 바닷가 사람인 음금님과 연애하면서 해산물의 매력을 알게 되었고, 이제 시푸드같이 즐기고 있다.

견과류를 옆에 끼고 사는 목양부인






연애 초반 음금님은 뭐든 맛있게 잘 먹었다.

자기는 가리는 음식이 전혀 없다며, 심지어는 그 무미(無味)하다는 병원밥도 복스럽게 싹싹 다 긁어먹는다고 했. 절밥처럼 소박한 도 좋고, 김칫국물만 있어도 밥 두 공기 뚝딱 잘 먹는다고.

그야말로 세상 쿨한 남자를 연출했었다. 이 말은 즉, 네가 뭘 만들반찬투정 일절 없이 잘 먹을 터이니 나 좀 얼른 데려가라는 소리였다.


마른 몸에 비해서 보통 남자들 이상으로 밥을 잘 먹는 음금님은 유독 피자집에 갈 때만 식욕을 크게 잃었다. 평소 그가 먹는 양을 빠삭하게 알고 있던 나로서는 고작 피자 두 조각을 버거워하는 음금님이 몹시 낯설고 의아했다. 무릇, 남자라면 당연히 피자 한 판쯤 혼자 다 먹어치우는 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은 나랑 둘이서 라지 피자 한 판을 후다닥 해치울 만큼 잘 성장했다.)






팔체질 식이요법을 공부하면서 우리의 음식 편력이 어쩌면 당연한 이치였음을 깨달았다.


간이 비대하고 폐가 약한 목체질은 간의 기를 빼기 위해 육류와 밀가루, 우유 및 유제품, 견과류, 뿌리채소가 잘 맞고 각종 해산물을 멀리해야 이롭다는 것이다.


반면, 폐와 대장이 비대하고 간담이 약한 금체질은 간을 약하게 하는 육식을 멀리하고 각종 생선과 어패류, 잎채소와 나물, 주로 한식을 섭취하는 편이 몸의 건강을 돕는.


그걸 모르고 체질에 잘 맞지도 않는 밀가루와 치즈 범벅 피자를 음금님 속에 욱여넣었으니, 몸이 먼저 부대끼고 거북해서 체하곤 했던 것이다. 하, 참으로 정직한 양반...

결혼 후 음금님은 밥을 달라며 밀가루 보이콧을 시작한다






그리하여 나는 우리의 체질에 맞는 음식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를 에 적용하기로 했다.

밥이 보약이라는 옛 말은 그저 빈말이 아니다.

매 끼니를 나에게 좋은 제철 음식으로 챙겨 먹는다면 우리 나이에 굳이 한약재까지 손댈 필요도 없을 것이다. (특히 금체질에겐 약이나 영양제보다 밥심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이것은 잘 먹고 잘 살려고 연구하는 이야기.

목양체질과 금음체질 2인 가정의

생선회를 대패삼겹살로 쌈 싸 먹는 이야기.

말하자면, 나물밥 위에 고기 고명을 얹는

육회비빔밥과도 같은 일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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