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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ots Sep 24. 2023

행동을 통해 생각을 확장하기

최근에 겪었던 어려움을 친구에게 이야기했다. 우리는 내가 슬럼프를 겪는 중이라고 매듭지었다. 나는 조금 더 힘들어지기 전에 정신건강의학과에 다녀오기로 했다. 병원 예약을 마치고 슬럼프에 대해 생각했다. 이것이 슬럼프라면 어디서부터 발생한 문제일까. 발생지점은 생각보다 훨씬 과거로 돌아간다.


어려서부터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 시간의 대부분은 상상 혹은 망상으로 채워졌다. 돌아보면 나는 상상하면서 노는 것을 좋아했던 것 같다.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기를 좋아했고, 감정적으로 기복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일을 미루고 생각하는 시간이 늘어난 것이다. 이것의 단점은 어려운 일을 만나면 피하게 되는 것이다. 도장 깨기 하듯이 일을 진행해야 하는데, 쉽게 생각하고 어려운 일을 미루게 되는 것이다. 이번 슬럼프는 그동안 누적되었던 상상으로 인한 것이었다. 나는 일을 미루는 것을 잘한다. 이것의 단점은 쌓아놓은 것이 없다는 것이고, 매듭진 일이 없다는 것이다. 의사 선생님도 내 추측이 맞다고 말씀해 주셨다. 우선 약처방은 받지 않았고 스스로 개선해 보기로 했다.


나는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들을 생각했다. 여러 가지 일 중에 하나가 그동안 미뤘던 유튜브를 하는 것이었다. 사실 유튜브에 대한 생각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예전부터 있었다. 기획부터 편집까지 너무 완벽하게 하려고 했기 때문에 미뤄졌다. 편집하는 일에 시간을 많이 들이면 쉽게 지칠 것 같았기 때문에 그동안 찍어놨던 동영상을 짧게 편집해서 올리는 방식으로 시작했다. 가볍게 시작하는 것이 주요했다.


모니터를 통해 나의 움직임을 보는 것에 흥미를 느끼는 것은 고무적이었다. 사실 나는 나의 움직임을 보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나의 움직임과 함께 맞물리는 그때의 그 공간과 소음이 낯설지만 조금 지나니까 익숙해졌다. 나는 그동안 그림 그리는 내 모습을 영상으로 보는 것을 왜 미뤘을까. 움직임은 또 다른 말하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으로 올리고 있는 시리즈의 주제는 팔과 붓의 관계다. 내가 그림을 그리면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내 신체다. 붕대로 붓을 팔에 고정시켜 신체를 풀어주는 방식으로 그림을 그리는 장면을 올리게 되었다. 나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여러 문장들로 묘사하기 시작했다. 캔버스에 물감을 묻히기도 하고, 묻은 물감을 닦아내는 나의 모습을 보는 나는 앞으로 어떤 문장으로 스스로를 묘사할 수 있을까. 나의 작업의 방향은 신체를 풀어주는 방향으로 흐른다.



걱정과 다르게 재미있다. 나의 모습을 보는 것에 익숙해지면 또 다른 생각이 떠오를 것 같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은 좋은 것 같다. 나는 또 다른 생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것이고 어딘가 언어로 기록할 것이다.


앞으로 유튜브를 통해 코딩으로 만든 영상도 올려볼 생각이다. 가능한 모든 일을 재미있게 하고 그 결과물을 공유할 것이다. 어쩌면 지금의 작업이 내일의 작업으로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지금 다시 열심히 할 수 있는 것 같다.


당분간은 어렵겠지만 조금씩 재미를 느끼다 보면 좋은 콘텐츠가 나올 것이다. 좋은 콘텐츠가 나오기까지의 기다림도 재미있을 것 갔다. 나의 신체와 사고의 방향은 언제나 풀림이다.


유튜브 좌표

https://www.youtube.com/@BodyUndefin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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