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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ots Sep 24. 2023

장애가 있는 몸이 자신의 공간에 있을 때

사용자 경험은 서비스와 관련된 용어다.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함께 언급되는 이 단어는 서비스의 울타리를 넘어 우리의 일상에 적용해보면 어떨까. 내가 이 용어를 처음으로 일상에서 생각하게 된 시기는 작업실을 얻은 다음이었다. 작업실은 오롯이 내 몸을 위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나의 작업은 몸에 대한 생각의 변화와 맞물린다. 나의 몸은 작업의 나침반과 같아서 몸의 대한 생각이 자유로워질수록 작업도 자유롭게 변한다.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는 과정과 점점 커지는 그림을 지켜보는 것은 나의 몸의 경험이 나의 몸에 쌓이는 것을 증명하는 것과 같다. 이 경험은 결국 표현을 위한 경험으로 연결된다.


이 글에서 몸에 대한 생각을 넓혀준 사물들을 소개한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몸의 경험을 확장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조금 적어볼 것이다.


처음으로 소개할 사물은 원형으로 된 넓은 그릇이다. 작업실이 생긴 후에 나는 그릇 가게에 가서 조금 무겁고 납작한 그릇을 샀다. 팔의 움직임으로 그림 그리는 나에게 기존에 쓰던 팔레트는 가벼웠다. 쉽게 밀려 원래 있어야할 자리에서 벗어났다. 나는 그림 그리는 일에서 발생하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 필요했다. 원형 그릇은 쉽게 밀리지 않았다. 그림 그리는 것이 좀 더 가벼워졌다. 이것을 사용한 후로 나는 그림 그리는 경험을 더 완성할 수 있었다.


<이미지 1>, 종이에 과슈, 50 * 70cm, 2021


두 번째로 소개할 것은 슬리퍼다. 그동안 나는 걷는 모습 때문에 슬리퍼를 신지 못했다. 신고 몇 걸음도 안 되어 슬리퍼가 벗겨졌기 때문이다. 나는 작업실에서 신을 만한 슬리퍼를 찾았다. 오래 운동화를 신고 있으면 발이 답답하다. 그 슬리퍼는 작업실에서 신고 걸어도 벗겨지지 않았다.


특별히 슬리퍼를 신는 것은 나에게 중요하다. 예전의 나는 슬리퍼를 신을 수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앞에서 언급한 그릇이나 테이블을 사용함으로 슬리퍼에 대한 생각이 바뀐 것이다. 내 발에 맞는 슬리퍼를 신으면 된다.



예전 작업실에서 그림 그리는 모습


마지막으로로 소개할 사물은 높낮이 조절 테이블이다. 나는 컴퓨터 자판을 타이핑할 때 입에 문 펜으로 타이핑한다. 마우스는 턱으로 잡는다. 시중에 나온 책상은 생각보다 높이가 낮고 넓이가 좁아서 컴퓨터를 사용하기 어렵다. 예전에는 책상 위에 박스를 올려놓았고 그 위에 키보드와 마우스를 올려놨다. 이것의 단점이 모니터를 가까이 보게 되는 것이다. 나는 개발자로 일하기 시작하면서 조금 더 편안한 자세로 컴퓨터를 다루기 위해 이 테이블을 샀다. 이 테이블은 바퀴가 있기 때문에 공간 활용에 있어서도 장점이 된다.


나는 이런 경험을 작업실을 통해 할 수 있었다. 작업실은 내 몸을 생각할 수 있는 곳이 된 것이다. 몸은 외부와 관계를 맺는다. 나는 작업실에서 다른 사물들과 관계를 맺는 과정을 지나고 있다. 이 관계 맺음은 작업의 방향을 결정 짓는다. 더 나가 일상을 조금 더 가볍게 느낀다.


높이 조절 테이블과 컴퓨터


작업실은 경험이 실험되는 곳이다. 실험된 경험은 또 다른 실험으로 자리를 옮긴다. 경험의 자리는 가까이 있다. 생각의 전환이 멀리 있는 것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게 하고 가까이 있는 것을 멀리 볼 수 있게 한다.


이런 관계 맺음을 프로그래밍으로 이어볼 것이다. 인공지능이나 사물인터넷과 같은 영역의 경험이 지금의 경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지켜보자. 언어와 경험은 함께한다. 이것은 또 다른 경험으로 나갈 길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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