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학교에 오는 것이 싫었다
부끄러워해서 미안해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가끔 생각난다.
아직 해가 떠오르지 않아 어두컴컴했던 하늘. 그래서 더 선명하게 빛나던 별빛. 피부로 느껴지던 차가운 새벽 공기. 사람들이 자주 지나다니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주택과 주택 사이의 오솔길. 그리고 이슬이 맺혀 있던 길가의 풀잎과 그 향기. 등굣길에 보고 느꼈던 그 모든 것이 그렇게 문득 생각나고는 한다.
내가 다녔던 중학교는 사내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어서, 등교하려면 버스를 타고 한참을 가야 했다. 사람들은 그 학교가 예전부터 아주 유명했던 명문 중학교라고 하는데, 난 그 학교를 원해서 들어간 것이 아니었다. 당시에는 학교 평준화라는 명목으로 무작위로 학교를 배정하고 있었는데, 재수가 없어서인지 하필이면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그 학교에 배정되고 만 것이다. 동네 친구들은 다들 가까운 중학교에 배정되었는데 나만 홀로 그 먼 곳으로 가야 했으니, 정말 마가 끼었기는 했던 것 같다.
어찌 되었든, 난 덕분에 매일 아침 5시쯤에는 강제로 일어나야 했다. 당시 학교에서는 정식 수업이 시작되기 전 오전 자율학습을 했는데, 그 시간까지 늦지 않게 도착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아니, 어쩌면 아침밥은 반드시 먹어야 한다는 어머니의 신조(?)가 없었다면 조금 더 이불 속에서 여유를 부릴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신조가 괜히 신조인가? 공부하려면 꼭 먹어야 한다는 어머니의 성화 때문에 결국 난 항상 그 시간에 일어나야 했다. 사실, 새벽 5시라는 이른 시간에 일어나도 시간은 항상 빠듯했다. 당연히 아침마다 등교 전쟁이었다.
이렇다 보니, 가끔 준비물을 안 가지고 오거나, 도시락을 깜빡하고 놔두고 오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상하게도 그런 것은 꼭 학교에 도착하고 난 후에야 알게 된다. 곧 수업이 시작될 것인데 그 먼 길을 다시 되돌아 갈 수도 없었으니, 어쩌겠는가? 다른 아이들처럼 엄마 찬스를 쓸 수밖에... 그래서,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나는 재빨리 교무실 앞에 있는 공중전화로 달려가 어머니에게 SOS를 치고는 했다. 그럼, 어머니는 항상 만사를 제쳐 두고 학교로 달려와 주었다.
언제나 환하게 웃으시면서…
난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보는 것이 좋았다. 이제 막 등교했으니까 실제로 어머니와 떨어져 있던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는데도, 이상하게 오랫동안 떨어져 있었던 것처럼 반가웠다. 어차피 수업 끝나고 집에 가면 볼 수 있는데도 왜 그렇게 좋았는지. 만사 제쳐 두고 달려왔을 어머니에게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그보다 어머니 얼굴을 다시 볼 수 있어서 마냥 좋았다.
그렇게 반가워했던 어머니였는데, 왜 그랬을까?
어느 순간, 난 변했다.
분명히 어머니가 싫어진 것은 아니다. 그것만은 확실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머니가 학교에 오는 것이 갑자기 싫어졌다. 언제부터 그렇게 되었는지는 딱히 알 수 없다. 그냥 어느 순간 그렇게 되었다. 그때의 그 감정이 무엇인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그냥 어머니가 학교에 오는 것이 부끄러웠고, 왠지 불편했다. 다른 얘들에게 어머니를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냥 그렇게 느꼈다.
그래서 난 어느 날 어머니에게 그렇게 화내고 말았다.
“엄마는 절대 오지 마! 알았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무슨 일 때문이었는지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어머니가 학교에 오겠다는 것을 나는 그렇게 화를 내며 극구 말렸다. 오면 절대 안 된다고 여러 번 엄포를 놓으면서 말이다. 아마도 학교에 부모님이 참석해야 하는 어떤 행사가 있었던 것 같은데, 나는 차라리 혼자 있는 게 오히려 낫다고 생각했다. 그때는 정말 어머니가 학교에 오는 것이 정말이지 싫었다. 아니, 그랬던 것 같다.
'화를 낼 만한 일이 아닌데, 왜 내가 화를 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한편으로 들긴 했지만, 나는 그렇게 말하고 말았다. 어머니는 갑작스러운 나의 태도에 당황한 듯한 표정으로 나를 멍하니 바라봤다. 뭔가 할 말이 있어 보였지만, 어머니는 머뭇거리더니 끝끝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한참 나를 바라보다가 그저, “알았어, 그럼 엄마는 안 갈게.” 하고 겨우 말했을 뿐이었다.
우리의 대화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어머니는 그 말만 남기고 부엌으로 갔고, 나는 방 안에 덩그러니 남겨졌다.
난 뭐가 그렇게 화가 났던 것일까? 얼마나 대단한 자존심이길래 어머니에게 그렇게 말하고 말았던 것일까? 초라한 어머니의 모습이 부끄러웠나? 아니면, 이제 당당한 어른이 됐으니까 어머니는 필요 없다는 생각이었나? 얼마나, 도대체 뭐가 그리 잘났다고 그렇게 상처 주는 말을 했을까? 뭐가 그리 잘나서 어머니를 만만하게 보고, 무시했던 것일까? 함부로 대해도 될 만한 그런 분이 아닌데, 그래서는 안 되는 분인데…
그날, 어머니는 그런 나를 보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셨다. 책망하거나 말버릇이 없다며 화를 내지도 않았다. 마치 그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평소와 같이 따뜻한 밥을 차려 주셨다.
그리고 어머니는 내 말 대로 학교에 오지 않았다.
그때의 나는 왜 그리도 아둔하고 이기적이었을까? 뭐가 그리도 부끄러워서, 그런 말을 했던 것일까?
만약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교문을 들어서는 어머니를 향해 달려가 따뜻하게 안아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