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해주고 싶어서 그래

뭐든 주고 싶어 하는 엄마

by yangTV

“만약 살이 안 쪄서 고민인 사람이 있다면, 어머니 집에 일주일만 보내 주고 싶어. 그럼 모든 고민이 해결될 텐데.”


언젠가 아내가 우스갯소리로 이런 말을 했을 때, 나는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살이 안 찐다고 투덜대던 그 사람이 내 어머니에게 어떤 일을 당할지 너무나 선명하게 떠올랐으니까. 어머니가 평소 하던 행동을 그 보다 잘 설명할 수 있는 말이 있을까? 문득, 그런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라 웃음 짓게 된다.


고향집에 가야 할 일이 있을 때면, 나는 항상 며칠 전부터 준비해야 하는 일이 있다. 바로, 다이어트다. 이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해 두어야 할 일이었다. 순간 방심하면 하루아침에 2~3킬로 몸무게가 느는 것은 일도 아니었으니까. 아내도 걱정이 됐는지 출발하기 전에 거듭 당부하고는 했다. 장도 안 좋으면서 자꾸 그렇게 많이 먹지 말라고 말이다.


내 아내가 그렇게 유난히도 걱정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고향집에 가게 되면 이런 일들이 벌어지게 되니까 말이다.


고향집에 도착하면, 어머니는 호들갑스럽게 인사를 하자마자 미리 준비해 놓은 음식을 내온다. 과일이나 떡, 식혜 등 며칠 전부터 준비한 음식들이었다. 그것을 우리가 먹고 있는 동안, 어머니는 또 부엌에서 뭔가를 하신다. 그리고는, “밥 먹어야 지?” 하며 점심을 주신다. 그럼 어떻게 하나? 이미 차려진 음식이니 먹을 수밖에.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밥을 먹고 나면 후식이란 명목으로 음식을 또 내온다. 여기까지 벌써 세끼(?)다.


그렇게 먹고 나면, 어머니는 소화도 시킬 겸 산책을 가지고 하신다. 산책 후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다들 감을 잡았겠지만, 산책하느라 배도 허기질 텐데 저녁을 먹자고 하신다. 과연 먹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음식도 푸짐하다. 도저히 먹을 수 없을 것 같아서 나중에 먹자고 거부하기도 무섭다. 지금 말고 조금 후에 먹자고 하면, 어머니는, “그럼 그렇게 할까?” 하고 말씀은 하시지만, 몸은 이미 부엌으로 가 있다. 갑자기 두려움이 찾아온다. 아니나 다를까, 저녁 먹기 전 또 간식이 나온다.


그래서 고향집에 가면, 나는 먹고 산책하고, 먹고 산책하는 행위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하든, 다음 음식이 나오기 전에 최대한 소화를 시켜 놓아야만 하니까.


장이 그리 좋지 않은 내가 그렇게 과식을 하니, 속이 견뎌낼 리가 없다. 당연히 자꾸만 부글거리는 속을 달래려 자주 화장실을 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 내 상태를 가장 잘 아는 아내가 가만히 있을까? 그러니, 가기 전부터 그렇게 당부에 당부를 거듭하고, 머무는 동안에도 눈빛으로 “그만 먹어야 해!” 하고 강렬한 사인을 보내고는 했다.


하지만, 나를 걱정하는 아내의 눈빛에도, 나는 도저히 그만 둘 수가 없다.


뭐라고 명확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잠시도 가만히 있질 못하고 자꾸만 부엌에서 먹을 것을 꺼내 오시는 그 모습 속에서 왠지 모르게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사실, 어머니가 내게 주시는 그 많은 음식들은, 방금 조리한 따끈따끈한 것이 아니었다. 며칠 전에 만들어 놓았던 음식을 다시 데워서 내온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숙주나물에서는 냉장고 속 김치 냄새가 섞여 있었고, 오이무침은 새어 나온 물기에 절어 흐물흐물했고, 애써 만든 회심의 돼지갈비는 어찌나 졸였는지 내 입에는 짜게 느껴졌다. 그래서 어릴 적 맛있게 먹었던 어머니의 손맛이라고는 좀처럼 느낄 수 없는 음식이었다. 그러니, 솔직히 맛은 예전 같지 않다.


하지만 나는, 그래서 오히려 감사했다.


어머니의 모든 음식들... 그것은 모두 나를 기다리며 오랫동안 준비한 것들이었다. 내 연락을 받은 뒤부터 오늘은 이것을 만들고, 내일은 저것을 만들면서 그렇게 나를 손꼽아 기다려온 것이다. 예전에 무엇을 좋아했더라? 이것을 해주면 좋아할까? 저것은 어떨까? 이것을 한번 사보면 어떨까? 아들이 좋아할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냈을 어머니의 마음이 그 데워 내온 음식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아니, 느낄 수 있었다.


아내의 걱정이 무엇인지 너무도 잘 알지만, 내가 오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준비한 음식을, 하나라도 더 먹이고자 하는 그 마음을 내가 외면할 수 있을까? 난 도저히 그럴 수 없다.


그것이 무엇이든 맛있게 먹어주는 것. 그것이 어머니의 마음에 대해 내가 해 줄 수 있는 최선의 방식이니까.


음식만이 아니다.


나는 어머니가 주시는 모든 것을 언제나 기쁘게 받는다.


냉장고에서 몇 개월이 지났는지 모를 생선을 꺼내 줄 때도, 어디선가 사은품으로 받은 그다지 예쁘지도 않은 머그컵을 내게 줄 때도, 누군가에게서 받은 물건을 내게 줄 때도, 나는 싫은 소리 안 하고 그저 받는다. 내게 그다지 필요 없는 물건을 줄 때도, 내가 먹지 못할 무언가를 줄 때도 마찬가지다.


내게는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언젠가 어머니는 나에게 지나가듯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형편이 여의치 않아 아들이 결혼할 때 남들처럼 집 한 채도 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엄마가 돼서는 아들에게 해준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같아 미안하다고… 그렇게 지나가듯 말하던 어머니의 애처로운 눈빛을 도저히 잊을 수 없다.


당시 나는 절대 그런 마음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지금까지 이렇게 많은 것을 해줬는데 더 바랄 수는 없다고 몇 번이나 말했지만, 어머니는 그런 내 말에도 여전히 미안함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 쉼 없이 먹을 것을 내오는 것도, 당신이 써도 될 것을 아껴 두었다가 나에게 주는 것도, 모두 어머니의 마음 한 구석에 있는 이 미안함 때문임을 나는 알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기쁜 마음으로 받기로 했다. 어머니가 주신 무엇이든 순수한 마음으로 받기로 했다. 그것이 어머니의 마음속에 있는 미안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풀어줄 수 있는 나만의 방식이고, 내가 해줄 수 있는 어머니에 대한 최선의 위로라고 생각하니까.


대신 나는 언제나 생각한다.


언젠가 어머니가 나를 필요로 할 때, 나도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아낌없이 사랑을 듬뿍 담아 드리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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