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탓이 아니야

힘들지만, 함께해서 즐거웠다 ⑦

by yangTV

결혼하는 사람들은 모두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다.


'이 사람과 같이 있으면 행복하겠다.'

'이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


이런 생각 말이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몸이 아파서 힘든 나날을 보냈을 내 아내와 결혼하기로 약속했을 때, 난 이 사람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고 싶었다. 하지만, 처음 가진 그 마음을 실천하는 것은 마음처럼 쉽지는 않았다. 흔히들 결혼은 현실이라고 한다. 마냥 사랑이나 이상만으로 살아갈 수 없다는 의미이다. 그것은 나도 공감한다. 막상 결혼을 하고 보니, 바로 현실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결혼은 둘이 함께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경제적으로 독립한다는 의미도 그 속에 포함되어 있는 듯하다. 결혼한 그 순간부터 당장 “돈”이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우리들 앞을 가로막았다. 우리는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해서 스스로 번 돈으로 생황을 해야 했고, 그것 만으로 결혼 생활을 꾸려 나가는 것은 쉽지 않았다.


당시 나는 설립된 지 그다지 오래되지 않은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그런 회사를 다녀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모든 것을 처음부터 하나씩 만들어 가야 하기에, 일이 많아서 매일 밤늦게까지 야근하는 것은 다반사고, 주말도 없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지는 몰라도, 받을 수 있는 월급은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도 말이다. 당연히, 나는 넘쳐나는 일 때문에, 매일 녹초가 되어 집에 오는 경우가 많았다.


이상한 일이었다.


분명히, 나는 누구보다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열심히 노력하면서 사는데도, 우리의 생활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아끼고 아껴도 우리가 저축할 수 있는 돈은 그리 많지 않았다. 몇 년이 지난다 하더라도 과연 우리가 목돈을 마련할 수 있을까? 내 아내가 가계부를 쓰면서 알뜰하게 살아가고 있지만, 이런 상태라면 평생 노력한다 하더라도 전세나 월세를 벗어나 우리만의 집을 마련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아내와 같이 밤늦은 시간에 산책을 할 때면, 아파트 불빛이 반짝이고 있었고, 늦은 시간임에도 거리에는 아이들이 웃으며 뛰어다니고 있었다. 가게마다 사람들로 북적이고, 술에 취한 직장인들이 웃고 떠들고 있었다. 거리에는 고급 승용차나 외제차 같은 고가의 차량들이 여기저기 보였고, 좋은 옷을 입고 있는 사람들도 많이 보였다.


그런 풍경을 볼 때마다 아내에게 정말 미안했다.


'다른 사람을 만났더라면 더 행복했을 텐데.'

'어렸을 때부터 고생했던 내 아내는 이렇게 힘들어서는 안 되는데.'


그렇게 생각했었다.


어느 날, 밤늦게 퇴근해서 집에 왔을 때, 내 아내는 집에서 TV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나는 오랜만에 술 한잔 하자고 말했다. 우리는 가끔 이렇게 집에서 맥주 한 잔을 마시면서 이야기할 때가 있었다. 같이 TV를 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때 보던 드라마가 어떤 드라마였는지는 생각나지 않지만, 한 장면만은 생생히 기억한다. 아내가 돈 못 버는 철없는 남편에게 화를 내며 구박하는 그 장면이었다.


나는 그 장면을 보고, 마치 내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나는 저 드라마 속 아내의 마음이 이해된다고 말했던 것 같다. 의지할 데라고는 남편밖에 없었을 텐데, 저런 철없는 남편을 보며 얼마나 속상하겠냐고 말이다.


내 말을 들은 아내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오빠! 돈 벌고 싶지 않은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겠어. 저 남편도 열심히 노력하는데도 잘 안돼서 속상할 텐데, 아내가 그러면 안되지.”


비록, 드라마 속 상황을 빗대어 한 말이지만, 아내의 그 말이 날 위로해 주는 것만 같았다.

어쩌면, 말은 하지 않았지만 날 생각해서 그렇게 말해 준 것일지도.





사랑하는 자기야.


내가 널 위해줘야 하는데,

오히려 네가 날 위로해 주는구나.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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