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게 너무나 미안한 날.
부서 회식하는 날이다.
나는 회사 생활을 하다 보니, 가끔 회식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회식은 주로 회사 근처에 있는 고깃집이었다. 같이 일하는 부서원들과 고깃집에 가서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곤 했는데, 그렇게 회식을 하는 날이면, 난 항상 아내에게 미안했다.
집에서 벗어나 회사라는 또 다른 공간이 있는 나와는 달리, 아내는 항상 몇 평 안 되는 집에 있어야 했다. 그런 아내를 혼자 두고서, 술을 마시고 집에 늦게 들어가게 되는 것도 물론 미안했지만, 그것보다 더 미안했던 것은, 나만 고기를 먹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난 회식자리에서 항상 안절부절못했던 것 같다. 겉으로는 즐겁게 있는 듯했지만, 마음 한 켠에는 항상 미안함이 가득했었다. 그렇게 회식하는 날이면, 아내는 항상 자기는 괜찮다며 오랜만에 회식하는데 많이 먹고 오라고 웃으며 말했지만, 내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회식하는 동안에도 집에 혼자 있는 아내는 뭘 먹어야 할까 고민할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난 항상, 그렇게 나를 배려하는 아내의 마음 씀씀이가 너무도 고마웠고, 그런 아내의 마음을 알면서도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는 내가 슬펐다. 이러려고 결혼한 것이 아닌데, 항상 받기만 하고 아무것도 주지 못하는 것 같은 느낌에 난 항상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만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일까? 나는 회식이 마무리되어갈 즈음에는 항상 테이블을 살폈다. 가끔 부서원들이 너무 많이 시켜서 고기가 남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럴 때에는 난 염치 불고하고 식당 아주머니에게 넌지시 비닐봉지 있냐고 물었다. 그리고, 그 봉지를 가져와서 조금씩 구워 놓은 고기를 비닐봉지에 쌌다.
가끔 그런 모습을 본 부서원들이 신기한 듯이 나보고 뭐하냐고 물을 때면, “음식은 남기는 게 아니야. 아까우니까 가져가려고. 아니면, 네가 싸 갈래?”라고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
그러면, 내 사정을 알리 없는 부서원들은 깔깔거리며 웃고는, 곧 부자가 되겠다고 맞장구 쳐주기도 했고, 여기에 더 남은 것이 있다며 같이 싸 주기도 했었다. 가끔은 내 사정을 아는 부서장이 회식이 끝나갈 즈음에 고기 한판을 더 시켜서 구워 주기도 했다. 그래서, 회식이 끝나고 가게를 나올 때면, 내 두 손에는 가끔 검은 봉지가 들려 있었다.
난 곱게 포장한 고기를 들고 집에 돌아와서는, 가스 불을 켜고 프라이팬에 한 번 더 데워서 내놓았다.
“회식하고 남은 건데, 싸 가라고 해서 가져왔어. 우리 같이 먹자.”
그럴 때면, 아내는 회사에서 체통이 있으니까 다음부터는 이런 것 가져오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난 그 후로도 때때로 이렇게 남은 음식을 싸 왔다. 가져가도 될만한 것이나, 같이 먹고 싶은 것을. 사주지는 못하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뭔가를 아내에게 주고 싶었다.
부서 회식을 끝내고 돌아온 저녁, 아내와 나, 이렇게 둘이서 우리만의 회식을 한 번 더 열었다.
고기를 먹으면서.
사랑하는 자기야.
그때, 우리 정말 힘들게 살았었나 봐, 그렇지?
난 그때 고기를 싸 오면서도 창피하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어. 그냥 그렇게 해서라도 조금은 영양가 있는 뭔가를 줄 수 있다는 것이 마냥 좋았어.
경제적으로는 우리가 힘들었지만, 마음은 항상 행복했기 때문이야.
어려운 시절, 같이 견뎌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