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닭을 먹어버려서 미안해

힘들지만, 함께해서 즐거웠다 ⑭

by yangTV

사람의 심리라는 것은 참 묘한 구석이 있는 것 같다. 뭔가를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 일이 하기 싫어지고, 꼭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이상하리만큼 더하고 싶어 지니 말이다.


우리가 그랬다.


그 당시 우리의 경제 사정은 거의 최악을 달리고 있었다. 집에 있을 때면 우리는 거의 때운다는 느낌으로 밥을 먹었던 것 같다. 어쩌다 처갓댁에서 준 반찬이 있으면 그것으로 밥을 먹었고, 없을 때는 거의 김치찌개 아니면 된장찌개를 자주 먹었던 것 같다. 집에 있는 먹을거리라고는 쌀이 전부였던 우리에게 선택권은 많지 않았다. 건강과 영양을 생각해서 과일을 먹어야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알고 있었지만, 그 비싼 가격에 선뜻 손이 가질 않았다. 그러다 보니, 과일이라는 것을 먹어 본 적이 언제였었는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였다.


21세기에 설마 그런 일이 있을까 싶지만, 그것이 우리가 실제로 처한 현실이었다.


생활비는 거의 없었는데, 그 조차도 마음대로 쓸 수가 없었다. 지금 당장 돈을 써버리면, 정작 써야 할 곳에 쓸 수 없는 일이 일어날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렇다 보니, 우리는 저녁을 먹고 나면 되도록 다른 것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TV 드라마를 본다든지, 일부러 산책을 나가기도 했다. 회사에서 있었던 일과 같은 사소한 일을 주절주절 이야기하기도 했고, 때로는,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아껴서 저축을 늘려 나갈 수 있을지와 같은 우리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자꾸만 먹고 싶은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이때 참 신기한 경험을 했다.


밥 이외에 제대로 먹지 못하는 날들이 계속되자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특별한 능력에 눈을 떴다. 그것은 환풍기나 창 밖 등을 통해 불어오는 바람에 묻어 있는 미세한 냄새도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우리는, 어디에서 흘러 들어온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공기 중에 포함되어 있는 반찬 냄새나, 고기 냄새, 통닭 냄새와 같은 자극적인 냄새가 너무도 선명하게 느껴졌다.


당연히 견디기 힘들었다. 문득 흘러 들어온 냄새를 느끼는 순간 우리는 너무도 허기짐을 느꼈다. 그럴 때면, 아무리 다른 곳에 집중해도 견디기 힘들었다.


“우리 통닭 시켜 먹을까?”


결국, 견디다 못했는지 아내가 내게 말했고, 우리는 통닭을 시켜 먹기로 했다. 급히 아파트 전단지에 나와 있는 통닭집에 연락을 했고 통닭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조금의 시간이 흐른 후, 배달이 왔고, 그렇게 바라던 통닭을 먹을 수 있었다. 우리는 정말 맛있게 정신없이 먹었다. 오랜만에 느낀 통닭 맛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먹던 그때, 갑자기 아내가 통닭을 내려놓고 울먹이며 말했다.


“오빠 미안해. 내가 참았어야 했는데, 잠깐 정신이 나갔나 봐.”


일주일치 생활비를 써버렸다며 스스로를 자책하며 울고 있는 아내를 보며, 난 잠시 말을 잃었다. 우리가 그렇게 잘못한 것일까? 아내가 이렇게 미안해하면서 자책할 만큼 해서는 안될 일을 했던 것일까?


참고 또 참다가 어렵게 꺼낸 말이었을 텐데, 아내는 오히려 자신을 탓하고 있었다. 자기만 참았으면 괜찮았을 거라며 그렇게 우는 아내를 보며, 난 한없이 미안했다. 아내만 그랬던 것이 아닌데. 나도 먹고 싶었는데.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아내에게 그런 자책을 하게 만든 현실이 너무 서러웠다. 어두운 창문에 비친 아내의 우는 모습에, 나도 미안하고 미안해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사랑하는 자기야.


그때 우리는 통닭 한 마리를 먹고, 그렇게 서럽게 울었지만

지금은 그때를 즐거운 추억처럼 기억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힘든 그 시절을 보내서 그런 것일까?

우리가 지금도 변함없이 서로 사랑할 수 있게 된 것은.


함께해 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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