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스가 아닌 여정
티비 뉴스에서 안타까운 모습을 보았습니다. 초등학교 학생들이 학원 교재가 너무 많아 교재를 캐리어에 넣어 다닌다는 뉴스였습니다. 요즘 학생들이 참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초등학생일 때만 하더라도 학교가 끝나면 친구들과 실컷 뛰어놀았습니다. 공하나 달랑 들고, 운동장에서 축구도 하고, 아파트 단지 내에서 뛰어다니면서 경찰과 도둑이라는 술래잡기도 했습니다. 또 비비탄 총을 쏘며 놀이터와 아파트 단지를 누비고 놀았습니다. 제 초등학교 시절과 지금 학생들의 상황을 비교해 본다면 현재 학생들이 힘든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실을 이해합니다. 공부가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부가 삶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 삶의 목적이 오로지 공부인 삶은 없습니다. 공부를 하는 이유는 잘 먹고, 잘 살고, 즐겁게 사는 인생을 위한 것이 아닌가요? 저는 이 축복받은 삶을 마음껏 즐기는 것이 삶의 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이해를 돕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연히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알게 된 이야기입니다.
+ TVN 문제적 남자 / 김반석 / 15.5.14 12회
케임브리지 입학시험 1등을 했습니다. 입학시험은 3시간 동안 10문제 중에 1문제를 골라 풀면 돼요. 저는 3시간 동안 4문제를 풀고, 3문제 정도를 반씩 풀었어요. 교수가 되게 좋아하는 거예요. 그래서‘난 이 학교 가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근데 안 된다는 거예요. 1등인데 안 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용납이 안 돼서 따졌어요. 왜 그러냐 그랬는데. 지금도 그 문장이 그대로 기억나요.
You are not the kind of genius we are looking for.
(당신은 우리가 찾는 종류의 천재가 아니다.)
그땐 그게 이해가 안 됐습니다. 그러나 그 이유를 옥스퍼드 대학에 들어가서 깨달았습니다. 맨 처음 대학 수업을 들었는데 수학 천재들이 30~40명이 앉아있었습니다. 걔네들이랑 수업을 1~2주 듣다 보니까 ‘아 저런 사람들이 수학 교수가 돼야 하는 거구나’ 생각했습니다. 저는 문제 듣자마자 받아쓰고 풀기에 급급했죠. 이 친구들은 보드 하나 가지고 와서 한두 번 써보고 이해되면 쓱 지우고 이해되면 쓱 지우고 여유롭게 문제 자체를 즐겼습니다. 저야 뭐 주입식 교육에 선두주자였죠. 제 수학은 어디까지나 굉장히 테크니컬 한 수학이었던 거죠. 근데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수학을 즐기는 천재들이 있었어요. 그들을 보고 한계를 느끼고 꿈을 접었습니다.
TV를 보고 저는 무릎을 탁 치며 깨달았습니다. 왜 김반석 씨는 화려한 수상경력과 실력에도 불구하고 일류대학에서 떨어졌을까? 그리고 일류대학이 원하는 천재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러자 ‘즐거움’이라는 깨달음이 왔습니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어떤가요? 우리나라 학교는 그저 죽어라 공부만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공부의 목적을 상을 타는 것, 좋은 대학의 가는 것과 같은 결과 지향적인 사고로 생각합니다. 이런 대한민국의 교육방식이 단기적으로는 큰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대한민국 학생들이 세계적인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학생 이후에 정말 권위 있는 노벨상, 필즈상 수상자에 대한민국 사람은 없습니다. ‘노벨상을 받은 사람이 있느냐?’란 질문도 결과 지향적으로 보일 수 있겠네요. 하지만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결과만을 바라고 노력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입니다.
2009년 테렌스 타오라는 사람이 대한민국을 방문했습니다. 그는 1975년 호주 출생으로 UCLA 수학과 교수로 2006년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한 사람입니다. 그 외에도 수학 분야의 주요 상을 받은 수학계의 유명인입니다. 그가 한국을 방문해 인터뷰한 내용이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줍니다.
+ 기사 / 테렌스 타오 / 09.12.12
- 기자 : 지금 한국에서는 각종 수학경시대회에 참가해 입상하려는 붐이 일고 있다. 세계 수학올림피아드 입상자로서 어떻게 보는가?
- 테렌스 타오 : 세계 수학올림피아드는 내게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 왜냐면 준비 과정도 즐거웠고 덕분에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했기 때문이다. 나는 수학올림피아드도 스포츠처럼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원에서 암기식으로 준비하는 것은 추천하고 싶지 않다. 목표가 있어야 한다. 무작정 하버드대에 진학하는 것이 꿈이었던 친구가 있었다. 결국 입학하긴 했지만 그다음이 문제였다. 정작 자신이 뭘 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었다. 맹목적인 준비는 옳지 않다.
- 기자 : 앞으로 인생의 목표는 무엇인가?
- 테렌스 타오 : 나를 움직이는 원동력은 ‘흥미’다. 어떤 분야에 흥미를 가지느냐에 따라 목표가 항상 바뀐다. 5년 전만 해도 내가 지금 이 분야의 연구를 하고 있을 줄 생각도 못했다.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재미있다. 항상 내가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목표라면 목표다.
위의 이야기를 보고 깨닫는 것이 있으신가요?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안에 즐거움입니다. 즐거움 자체가 이미 큰 보상인 것입니다. 테렌스 타오 역시 즐겁기 때문에 수학을 하는 것 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결과만을 보려고 합니다. 그저 멋있어 보이는 결과만을 바라보고 그것을 원합니다. 결과 자체로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업적과 상은 그저 즐거운 과정의 부산물일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결과만을 위한 노력은 무의미합니다.
인생을 결과 지향적으로 산다면 매우 힘든 삶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왜냐면 성공과 실패에 의해 삶이 판단되기 때문이죠. 그러나 삶을 즐기는 태도, 과정을 중요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산다면 매 순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즐거운 인생을 사세요.
따분하고 시시한 인생을 원하시나요? 아닐 것 입니다. 우리는 모두 즐거운 인생을 원합니다. 인생은 레이스가 아니라 여정입니다. 즐기고 느끼는 여정 말입니다. 인생은 테스트도 아니고 시험도 아닙니다. 우린 그저 눈앞에 멋진 인생을 즐겁게 보내면 됩니다. 인생은 짧습니다. 마치 아이스크림과 같습니다. 녹기전에 맛있게 먹어야 합니다. 짧은 인생을 즐기세요. 이 얼마나 즐거운 인생인가요.
+ 오드리 햅번 / 배우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이 인생을 즐기는 것, 행복한 것, 그것이 중요한 전부이다.
+ 마이클 조던 / 농구선수
나는 어린 선수들에게 경기를 그저 즐기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들은 농구에 대한 사랑을 키워 갔으면 한다
+ 장한나 / 첼리스트
정말로 저한테 왜이렇게 음악이 재밌는지, 정말 어떨때는 진짜 어느 액션 무비보다도 음악이 훨씬 재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