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 시즌2> 1화 리뷰를 통해 본 리더십
<흑백요리사 시즌2> 1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요리 과학자'의 탈락이었습니다. 2000년대 초반 분자 요리 붐을 이끌었던 선구자. 화려한 기술을 선보인 그의 요리에 대한 안성재 셰프의 평가는 냉정했습니다.
"새로움이 없습니다. 질소나 이소말트 테크닉은 이미 19년도 더 된 기술입니다. 탈락입니다."
맛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조리 전 원재료인 사과를 먼저 먹어본 뒤, "요리보다 생사과가 더 맛있다"고 말합니다. 그의 심사 기준은 명확했습니다. 요리(일)란 원재료(직책과 보상)를 능가하는 부가가치(성과)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라는 것. 투입된 자원보다 나은 결과물을 만들지 못했다면, 그 일은 실패한 것입니다.
여기서 더 흥미로운 지점은 심사평이 아니라, 탈락자와 시청자의 반응입니다. 탈락자는 담담하게 결과를 인정했고, 누구도 그 평가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왜 저항이나 변명이 없었을까요? 여기에 중요한 리더십의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어떤 결과의 원인을 찾으려는 본능이 있습니다. 이를 설명하는 것이 바로 귀인 이론(Attribution Theory)입니다. 심리학자 프리츠 하이더에 따르면, 우리는 성공과 실패의 원인을 자신(내부 귀인) 또는 외부 환경(외부 귀인)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실패했을 때, 우리는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원인을 외부로 돌리기 쉽습니다. '리더의 지시가 모호했다', '시장이 나빴다', '팀원이 도와주지 않았다'처럼 말이죠. 그렇기에 리더가 피드백을 주면 구성원은 방어적으로 받아들이고 100% 수용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안성재 셰프의 피드백에는 모두가 수긍하는 '중력'이 작용합니다. 이는 저의 저서 『흑백리더십』의 개념으로 볼 때, 그가 가진 '흑(黑) 리더십'의 힘입니다. 흑 리더십은 지위와 통제를 기반으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합니다. 안 셰프가 집요하게 묻는 "의도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이 바로 흑 리더십의 핵심인 '의도와의 정렬(Intention Alignment)'입니다. 리더가 설정한 기준과 팔로워의 수행 결과가 일치하는지, 그 과정의 모호함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선언입니다. 감동적인 과정(백 리더십 요소)보다 최종 결과물로 증명하라는 요구이기도 하죠.
『흑백리더십』의 9가지 유형으로 보면, 그는 신뢰형-기준수호자(Standard Keeper)에 해당합니다. 이 유형의 리더는 단순한 권위가 아닌, 모두가 납득할 수밖에 없는 '신뢰'에서 권위를 만듭니다.
안성재 셰프는 미슐랭 3스타라는 압도적 전문성과 커리어, 즉 '획득된 신뢰(Acquired Trust)'를 가졌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그는 요리의 본질(익힘, 간, 온도)이라는 절대적 기준을 제시하고, 감정 없이 냉정하게 평가합니다. 하지만 그의 피드백이 상대방을 내면화시키는 이유는, 왜 감점되었는지 논리적이고 구체적으로 설명하여 스스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흑 리더십의 진정한 권위는 이처럼 '납득'에서 나옵니다. 리더십은 영향력이며, 영향력은 일방적인 지시가 아닌 상호 신뢰라는 초석 위에 쌓아 올리는 경험치입니다. 안성재 셰프는 그 동안 결과로 증명해 온 과거와 획득된 신뢰를 통해 '피드백의 권위'라는 영향력을 완성한 것입니다.
당신의 피드백은 지금, 얼마나 무겁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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