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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하 Dec 09. 2019

미·중 갈등 in 동물의 왕국

Think

동물의 왕국으로 본 미·중 갈등

학창 시절, 이른바 'made in china' 제품들은 화려한 겉포장과 믿을 수 없는 가격과 '이걸 돈 주고 샀다니' 하는 후회를 한결같이 안겨주었습니다. 아직도 그때의 트라우마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요즘 같은 불경기에 삼성, 애플을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하이얼, 화웨이, 샤오미 제품들의 가성비는 이미 세계 최고인 듯 보입니다. 막대한 노동생산성과 시장개방으로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한 중국이 이제는 기술력까지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포브스(Forbes)에서 발표한 '2019 The world's Largest Public Companies'에서 상위 5개 회사 중 3개 회사가 중국, 그리고 나머지 2개가 미국 기업으로 나타났습니다. 해당 순위는 기업가치뿐만 아니라 매출, 영업이익, 자산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결과로 상위권은 금융권이 기록하고 있습니다(부채를 포함한 자산이 워낙 높을 수밖에 없으니...). 1위는 ICBC(중국공산은행)가, 애플은 6위, Alphabet(구글의 모회사)은 17위, 알리바바는 59위에 랭크되어 있는데요. 중국의 성장세는 해가 갈수록 무섭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 독보적인 포식자였던 미국을 호랑이라고 본다면 아시아의 떠오르는 용, 중국은 가히 폭발적인 속도로 성장하여 세계 패권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동물의 세계에서 '싸움'이라는 행위는 어느 정도 싸움을 해볼 만할 때 발생됩니다. 보통은 한쪽이 머리를 숙이고, 강자에게 많은 부분을 양보하며 서로 평화를 유지합니다. 강자의 입장에서도 고개를 숙인 약자를 공격한다면 다른 약자들이 연합하여 죽기 살기로 공격할 수 있음으로 약자에 대한 적당한 배려와 생존을 보장하여 공존의 밸런스를 유지합니다. 우리의 주인님(고양이)도 처음에 합사 과정에서 몇 번의 장난스러운 장난(몸싸움)을 통해 서로의 서열을 확인합니다. 싸움을 원하지 않는 고양이부터 배를 보이죠. 이처럼 '서열'은 공존을 위한 생명체의 흔하디 흔한 규칙입니다. 늑대는 패배 후 등을 바닥에 대고 누워 승리자에게 목을 드러내고, 가재는 집게발의 크기로 싸움을 피합니다. 심지어 닭들의 세계에서도 '모이를 쪼아 먹는 순서(pecking order)'가 있습니다(T. Schjelderup-Ebbe, 1921).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기축통화의 특정국으로서 압도적인 경제 그리고 군사력을 축적했고, 이를 과시하고 있었던 미국은 먹이사슬의 가장 정점에서의 마치 호랑이와 같이 다른 곰, 여우들과 때로는 티격태격하면서 가끔 말 안 듣는 하이에나를 때리기도 하면서 군림했습니다. 그렇게 평화가 오랜 시간 지속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시아에 잠자고 있었던, 그저 이무기인 줄 알았던 한 마리 용이 꿈틀대기 시작했습니다. 전 세계의 1/5, 미국의 4배 이상의 인구를 바탕으로 한 든든한 내수시장, 노동생산성 그리고 개방된 시장에 몰려드는 외국 자본의 유입으로 막대한 자본을 축적했고, 인프라를 구축했으며, 특허권 따위는 가볍게 무시한 끈질긴 1등 모방·추격전략 등을 통해 기술력, 제품 경쟁력을 향상했고 1위 미국과의 격차를 좁히고 있습니다. 이제 충분히 호랑이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정도의 날카로운 발톱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지구라는 생태계에 호랑이와 용만 살고 있는 게 아니기에, 곰(러시아), 코끼리(인도), 원숭이(일본) 같이 다른 위협적인 동물들도 함께 살아가기 때문에 일국의 존폐를 위협하는 당장의 전면적인 싸움(세계 대전) 가능성은 희박할 것입니다. 다만 그들의 갈등은 상황에 따라 그 크기가 상이할 뿐 장기적으로는 힘의 균형이 어느 한쪽으로 기울 때까지 지속될 것입니다. 이처럼 힘센 동물들의 싸움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우리(한국)의 성공적인 생존 전략을 더욱 고민해볼 시기인 것은 분명합니다.


한편 한국을 상징하는 동물은 사실 호랑이입니다. 우리 민족의 얼을 상징하고, 단군신화 등 여러 설화가 존재하며 심지어 호랑이 모양의 국토를 가지고 있습니다(비록 반토막이 났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필자가 국가들을 동물화 하면서 가장 닮았다(?)고 생각했던 동물은 바로 '늑대'입니다. 늑대들은 일명 하울링(3~11초가량 길게 울부짖는 소리)을 통해 위급한 상황을 알리거나, 멀리 떨어진 다른 동료들과 소통을 하며 서로 무리 지어 생활하고 함께 사냥을 합니다. '이웃사촌'이라는 말처럼, 또한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처럼 협동, 관계 지향적인 문화가 강한 우리와 절묘하게 비슷한 점이 많은 어딘가 친숙한 동물입니다. 혼자일 때는 약하지만, 무리가 협동할 때에는 다른 맹수들이 두렵지 않습니다. 강자에게도 충분히 맞서 싸울 수 있는 강함이 우리 안에 충분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다만, 한 끼에 송아지나 염소 1마리를 다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식욕이 엄청나고, 항상 배가 고픕니다. 그래서 먹이가 부족할 때에는 무리 사이에 싸움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상위 포식자들과의 안정적인 관계가 유지되었을 때 또한 먹이의 수급이 안정적이었을 때에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과거 배부르면 더 이상 사냥하지 않았던, 공생을 허용했던 포식자들이 지금은 너도나도 먹이를 독점하기 시작했습니다. 힘들게 사냥해온 고기는 또다시 힘의 논리에 따라 강자에게 독식되고, 내부에서는 싸움이 끊이질 않습니다. 늑대는 한 마리의 수컷이 모든 권력을 독점하는데, 자신의 권능을 확인하고자 자신보다 낮은 서열의 주둥이를 입으로 물기도 합니다. 이처럼 지배자는 통제를 거스르는 무리의 입을, 다른 이들의 목소리를 혹은 생존의 도구를 철저하게 봉쇄해 버리기도 합니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월등한 포식자들과 경쟁하기에는 우리의 힘이 부족합니다. 최근 생태계(세계 경제)의 먹이 감소(Recession) 추이에서 우리가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은 내부적인 갈등을 당장에 중지하고, 지도자는 강력한 리더십으로, 또한 단합된 방향으로 무리를 인도해야 합니다. 당장 눈 앞의 먹이 때문에 서로가 치열하게 싸우는 무리는 결국 다른 포식자의 공격을 받고 자멸하게 됩니다. 우선은 늑대 무리처럼 똘똘 뭉쳐야 합니다, 그래야 포식자들 사이에서도 더욱 당당할 수 있습니다. 그들의 싸움에서 우리가 어느 편에 서야 하는지는 분명 그다음의 문제입니다. 우왕좌왕하는, 단합되지 않은 늑대들은 한낱 사냥감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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