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대구는 이래도 괞찮은 도시인가?
나는 민주당원도 어떠한 정당의 당원도 아닙니다, 진보성향의 시민단체에 소속되어 있지도 않습니다.
이 글에서 말하는 진보주의자라는 용어는 특정한 신념을 가지고 의식적으로 행동하는 진보주의자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는 의미로 사용하였습니다.
나는 진보주의 자가 결코 아닙니다. 하지만 딱히 다른 용어가 생각나지 않습니다. 보수의 성지라 불리는 대구에서는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이유 만으로도 진보주의자 취급을 받습니다. MBC뉴스를 본다는 이유만으로 민주당 지지자로 여겨집니다. 아니 사실은 좌파라 불립니다. 적어도 대구에서의 보수와 진보의 구분점이 아주 오른쪽에 있습니다.
대구사람들의 서로의 정치적 입장을 아주 쉽게 표현합니다. 만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자기와 정치적 입장이 같은 것이라는 확신도 있겠지만, 다른 입장을 가지지 않았다는 것을 서로 증명하는 과정 일지도 모릅니다.
다른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나도 같은 편이라는 확신을 주는 과정, 그래서 대구 사람들은 정치적 입장을 더 확고히, 더 선명히 표현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나라가 망해도 국민의 힘을 찍는다" 이 말을 하는 진짜 속내는 생존의 본능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나는 앞으로도 특별한 일이 없으면 대구에 살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통해 대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자긍심을, 대구를 안타까이 바라보는 사람들에게는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스스로에게 자존감을 올려주고 싶습니다.
대구에도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지난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대구는 투표율 64.0% (전국투표율 67.0%)로 제주(62.2%)에 이은 최저투표율을 기록했다.
그런가 하면 12석 전부를 국민의힘 후보들이 당선되었다. 거의 모든 지역구는 70%가 넘는 지지율로 국민의 힘 후보자를 당선자로 배출했다. 그중에는 이름조차 낯선 낙하산 공천자들도 꽤 많았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가 끝난 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집무를 시작하자마자 인수위시절부터 공표해 온대로 지난 19년 동안 써왔던 대구의 브랜드 슬로건을 하루아침에 교체했다.
시민단체들의 반대와 조례위반 논란을 뒤로한 채 "파워풀 대구"라는 새로운 시정슬로건이 시내 곳곳에 걸리기 시작했다.
브랜드슬로건으로 지난 19년간 사용되었던 "컬러풀 대구"는 하루아침에 사라지고 시정슬로건과 브랜드슬로건이 통합되어 하루아침에 도시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슬로건이 "파워풀대구"로 바뀌었다.
선거 과정과 인수위 시절 홍시장은 컬러풀대구라는 슬로건을 ‘이미지 위주의 보여주기식’이라 폄훼하며 시민의 의사를 묻지도 안은 채 도시 디자인의 핵심을 갈아 끼웠다.
순식간에 붉은 고딕체의 “파워풀 대구“란 슬로건이 도시곳곳 관공서 공원 택시 지하철 시내버스에 걸렸다.
마치 점령군의 포고령이 흩날리는 거리처럼 새로운 깃발이 나부끼기 시작했다.
"홍 시장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컬러풀대구와 같이 이미지 위주의 보여주기식은 옳지 않다"며 "구호 자체를 파워풀대구로 바꾸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구호는 대구시가 2004년부터 19년 동안 사용해 왔다. 당시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대구의 이미지를 젊고, 밝고, 활기차게 바꾸겠다는 취지로 정했다. 관련 문양의 점 크기와 위치, 색상 등도 조례로 규정돼 있다.
이후 대구시는 2015년부터 3억 5200만 원을 들여 도시브랜드 변경 작업에 나섰다. 대구시는 30여 차례에 걸쳐 시민들의 의견을 물었다. 하지만 신규 안보다 기존 구호를 선호한다는 응답이 더 많게 나오자, 2019년 로고의 디자인 색상만 일부 바꾼 안이 확정됐다.
이처럼 오랜 시간과 많은 이들의 고민이 녹아있는 도시브랜드 구호이지만, 홍준표 시장이 내세운 ‘파워풀 대구’에 빠르게 밀려나고 있다.
- 2022,7,6 경향신문
한 도시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브랜드슬로건과 로고를 취임과 동시에 하루아침에 바꿔 버린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시청 청사에 기존의 깃발을 내리고 새로운 깃발을 내거는 행위, 점령군의 행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는 마치 하루아침에 기존의 모든 질서와 전통 역사가 부정되고 운명이 바뀌고 만 비운의 식민지의 백성의 운명을 보는 듯하다.
전정부의 모든 그림자를 다 지워버리고 새로운 것으로 덧입히고야 마는 현실의 중앙정치를 보는 것 같아 더욱 안타깝다. 하지만, 대구의 경우에는 진보, 보수시장으로 바뀐 적도 한 번도 없이 같은 보수당 전임 시장의 업적조차 모조리 지우고자 한다.
지방자치단체장이 바뀐다고 무엇을 어디까지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가?
시민들에게 어디까지 마음대로 할 수 있도록 시장은 위임을 받는가?
시민들이 삶과 살아온 역사 기억 인문학적, 지리적 위상 자긍심 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새로운 시장은 마치 식민지 점령군의 사령관처럼 안하무인으로 행한다.
그도 그럴 것이 홍준표대구시장은 단 한 번도 대구를 삶의 터전으로 혹은 정치적 거점으로 삼아 살아온 적이 없다. 유일한 대구와의 인연은 대구 영남중고등학교를 수학한 것. 정치 이력 역시 송파구 국회의원을 거쳐 경남도지사 등등을 역임한 것이 다이며, 대구를 정치적 고향으로 삼은 적이 없다.
그런데, 어느 날 단 한 번도 정치적 거점으로 보이지 않던 대구에 난데없이 공천을 받아 당선이 되었다.
물론, 시민들도 그의 공약이 무엇이고 어떤 비전을 가지고 우리의 도시 우리의 시민의 미래를 설계하는가 아무런 고민 없이 보수당의 공천 후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압도적으로 우리의 시장으로 뽑아 주었다.
그리고 그렇게 당선된 홍준표 시장은 19년간 시민들의 고민이 녹아있는 도시슬로건을 그 짧은 선거기간 동안 자신이 사용한 "파워풀 대구"라는 슬로건과 디자인으로 폭압적으로 바꾸어 버린다.
CI교체로 인해 사용된 비용을 제외하고도 디자인적인 완성도도 시민과의 공감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신속하게 이루어진다.
컬러풀대구라는 슬로건을 이미지위주의 보여주기식이라 폄훼, 자의적 해석을 하는 안하무인 오만불손한 태도는 차치하고도 옳고 그름을 시장이 홀로 판단한다는 독선은 대구 시민에 대한 무시를 넘어 점령지의 통치대상 이상으로 보지 않는다는 증거에 다름 아니다.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명확히 보는 것 같아 너무나 안타깝다.
최초의 컬러풀대구라는 도시 슬로건은 과거 '섬유도시'라 불리던 도시의 위상을 생산을 넘어 패션에 이르기까지 인프라를 넓혀 나가겠다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그리고 컬러풀이라는 용어가 단순히 패션의 상징을 넘어 다양성에 대한 확장을 의미한다는 데에 까지 이르렀다.
물론, 이 과정에서도 수많은 반대와 부정적인 의견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밀어붙이는 근성, 의리와 뚝심. 그리고 소박함"이 대구 사람의 기질이라며 컬러풀이란 용어를 '화려'하고 '외향적'인 이미지를 의미하는 것이기에, 소위 대구기질, 경상도 기질과는 맞지 않다는 의견이 상당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많은 시간과 세월이 흐르며 컬러풀은 다양하게 확장되어 역사와 문화, 예술의 도시로의 자각과 짜고 맵기만 하다던 대구 음식을 '대구10미'라는 용어로 자긍심을 심어준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컬러풀'은 시의 대표축제의 이름뿐만 아니라. 민간의 다양한 행사의 이름으로도 사용되어 비로소 시민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선출직공무원은 정해진 임기 안에 시민들을 대표하여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다.
문제는 시장이 공공의 이익에 관심이 있는가 아니면,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위해 선출직공무원의 위상을 이용하는 가의 문제이다.
홍준표시장의 일련의 행보는 시민의 이익에는 관심이 없고 중앙의 정치에서 외면당하지 않기 위해 끝없는 이슈를 생산하는 데에만 골몰한다.
국가대표축구선수단의 감독선임에 관해 이야기하고, 연예계의 이슈에 대해 의견을 보탠다. 푸바오에 대해 이야기하고 갑자기 박정희 동상을 꺼내 공론화시키고,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밀어붙인다. 이에 대해 항의하는 시민들과 시의원들에게는 냉소와 비하를 일삼는다. 본인은 물론 대구시에 대한 MBC의 기자실 출입을 막고취재자체를 하지 못하게 한다. 허가된 퀴어축제를 시의 행정력을 이용해 정면으로 막았다. 동성로에서 경찰과 시청 공무원이 대치하는 웃지 못할 장면을 목격했다.
대구는 이래도 되는 도시인가 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대구에서는 이래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적어도 대구에서는 막무가내로 자기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시민들을 무시하고 일을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어떤 일을 해도 어떤 말을 해도 자신을 지지해 주는 70프로 이상의 시민이 있다, 아니 아무 말하지 않고 못 본 체하는 30프로의 시민이 있다고 생각한다.
대구사람들의 서로의 정치적 입장을 아주 쉽게 표현합니다. 만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자기와 정치적 입장이 같은 것이라는 확신도 있겠지만, 다른 입장을 가지지 않았다는 것을 서로 증명하는 과정 일지도 모릅니다.
다른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나도 같은 편이라는 확신을 주는 과정, 그래서 대구 사람들은 정치적 입장을 더 확고히, 더 선명히 표현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나라가 망해도 국민의 힘을 찍는다" 이 말을 하는 진짜 속내는 생존의 본능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우리가 남이가" 끝없이 확인하는 사람들, 다른 생각을 품을까 서로 감시하는 사람들
점령군이 군화발로 안방까지 활보해도 같은 편이기에 용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대구사람이 말하는 "의리와 뚝심"이 "나라가 망해도 국민의힘!"
점령군 시장의 온갖 안하무인도 눈감고 바라보고 있는 미덕인지 생각해 봅니다.
대구는 슬픈 점령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