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박정희 동상은 지금도 진행 중
나는 민주당원도 어떠한 정당의 당원도 아닙니다, 진보성향의 시민단체에 소속되어 있지도 않습니다.
이 글에서 말하는 진보주의자라는 용어는 특정한 신념을 가지고 의식적으로 행동하는 진보주의자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는 의미로 사용하였습니다.
나는 진보주의 자가 결코 아닙니다. 하지만 딱히 다른 용어가 생각나지 않습니다. 보수의 성지라 불리는 대구에서는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이유 만으로도 진보주의자 취급을 받습니다. MBC뉴스를 본다는 이유만으로 민주당 지지자로 여겨집니다. 아니 사실은 좌파라 불립니다. 적어도 대구에서의 보수와 진보의 구분점이 아주 오른쪽에 있습니다.
대구사람들의 서로의 정치적 입장을 아주 쉽게 표현합니다. 만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자기와 정치적 입장이 같은 것이라는 확신도 있겠지만, 다른 입장을 가지지 않았다는 것을 서로 증명하는 과정 일지도 모릅니다.
다른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나도 같은 편이라는 확신을 주는 과정, 그래서 대구 사람들은 정치적 입장을 더 확고히, 더 선명히 표현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나라가 망해도 국민의 힘을 찍는다" 이 말을 하는 진짜 속내는 생존의 본능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나는 앞으로도 특별한 일이 없으면 대구에 살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통해 대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자긍심을, 대구를 안타까이 바라보는 사람들에게는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스스로에게 자존감을 올려주고 싶습니다.
대구에도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지난 3월 홍준표시장이 SNS를 통해 동상을 건립하겠다고 의사를 밝힌 후 63일 만인 지난 5월 2일 이에 관한 조례안이 대구시의회를 통과했습니다.
대구시가 14억 5천만 원을 들여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2개를 세우겠다는 계획이 시의회를 통과했습니다.
대구시의회는 오늘(2일) 오전 본회의를 열고 '대구시 박정희 기념사업' 수정 조례안과 올해 첫 대구시 추가경정예산 수정안을 의결했습니다. 조례안은 표결을 거쳐 찬성 30명, 반대 1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됐습니다. <SBS 2024.5.2>
시민들과 어떠한 소통도 하지 않고 있다는 야권의 지적과 시민단체들의 반발에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있다. 홍준표시장은 "광주에는 김대중 대통령의 기념물이나 기념관들이 참 많은데 대구에는 박정희 대통령을 상징하는 게 아무것도 없다" "동상 건립을 통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상업화 정신과 2.28 자유정신이 공존하는 도시 이미지를 알리겠다"는 이유로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있다.
진행과정 역시 박정희 기념사업과 관련한 어떠한 조례도 만들어지기 전부터 예산안부터 편성하고 올해 전격적으로 이 사업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이 진행과정에서 많은 대구시민들이 반대의견을 제출했고 3월 12일 입법예고안이 나온 반대시민본부가 꾸려지고 반대의견서를 접수했으나 반대의견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했습니다.
'타 지자체에서도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에 관련한 조례가 있으며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이끈 박정희대통령의 기념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으며 이를 위한 조례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강행했습니다.
심지어 시민세금으로 동상의 건립이 진행됩니다. 이에 대해 심지어 박정희대통령 동상 건립추진위원회(위원장 김형기) 조차 성금으로 진행되지 않고 빠르게 진행되는 것에 대해 아쉽다고 말하기까지 합니다.
주기적으로 뉴스를 장식하는 대구 시장. 축구국가대표팀이 이슈가 되면 반드시 이에 대해 언급한다. 푸바오가 국민들에게 회자되면 중국에서 판다를 데려 오겠다고 이야기한다. MBC기자들과는 전쟁 중이다. 취재거부는 물론, 얼마 전에는 취재한 기자에게 사진삭제를 요구하다 폭력으로 까지 번진 일도 있다.
http://v.daum.net/v/20240524154044552(홍준표 대구시, 기자 폭행 논란에 취재 거부 여전... 언론탄압 종합판?)
일일이 거론하기 조차 힘겹다. 심지어 이런 논란의 대부분은 대구시와의 연관성은 찾아볼 수 없다.
중앙정치판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하던 존재감과 논란을 일으키겠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대구시장의 이런 행보가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 문제이다.
안하무인, 그의 표현대로 "개가 짖어도 기차는 달린다"는 대구시민을 무시하고 비하하는 시장에게 전권을 쥐어주고 그의 행보에 대해 일언반구 대꾸하지 못하는 대구시의 공무원들 그리고 대다수 시민들이 있다.
아마도 이러한 홍시장의 행보는 계속될 것이고, 현재와 같이 윤석열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더욱더 심해지리라 본다. 더불어 박정희동상 설립과 같은 선명한 정치적 입장을 견지하는 행위들을 더 욱도 서슴지 않을 것이라 본다.
대구는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는가 보다.
무슨 짓을 해도 되는 도시
정치적 입지를 위해 사용하고 떠나도 되는 도시
선거 때가 되면 모든 정치인들이 들르는 곳 대구서문시장. 소위 민심의 척도가 거기 있다며 다양한 인터뷰와 정치유세들이 열린다.
'나라가 망해도 국민의 힘을 찍겠다'라는 인터뷰도 아마 이곳 상인의 인터뷰였던 것 같다.
상식적으로 용납이 되지 않는 이런 인터뷰가 버젓이 진행되는 곳 대구.
얼마 전 총선 때의 일이 기억이 난다.
사전투표를 하기 위해 투표소를 방문했는데, 투표소 인근에서 "국민의힘" 운동원들이 피켓을 들고 선거운동을 하고 있었다.
이에 사진을 찍고 고발조치를 하려 하자, 그 광경을 지켜보던 시민들이 "별일 아닌데 고발까지 할 필요 있나?"며 말을 거들었다. 강력하게 항의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잠정적으로 "우리가 남이가" "뭐 별거 아닌데, 꼭 그렇게 까지 해야 하나?"라는 정서가 공유되는 것 같다.
지하철 입구에는 노인들이 "이재명 구속. 문재인 구속" 서명을 받고 있다. 수위를 넘어 불법적인 좌판을 펴고 이런 행위들을 하지만, 대부분 모른 채 지나친다.
히틀러는 파시즘 위에 반유대주의와 인종차별, 우생학등을 더 얹어 나치즘을 열어젖혔다.
극단적인 민족주의와 대중주의가 결합한 파시즘.
대구는 반호남주의, 진보에 대한 혐오, 독재에 대한 그리움을 얹어 극우파시즘으로 점점 더 고립되어 가는 것 같다.
논리도, 설명도 통하지 않는 편견과 극단적인 권위주의 등이 잘 버무려져 오히려 타 지역에 대한 배타적이고 공격적인 벽을 점점 더 쌓아만 가는 것 같다.
SNS, 온라인에서 대구를 혐오하면 할수록 더욱더 자기 검열의 벽을 높이 쌓아 올리는 것 같다,.
대구에서는 정치에 대한 무관심조차 불온한 사상으로 간주되는 것 같다.
고립과 전체주의의 벽이 놓아만 가고 있는 대구.
대구가 정치적으로 이렇게 까지 변별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고민해 본다.
대부분의 대구사람에게 물으면, 비슷한 몇 가지의 대답이 나온다.
"대통령을 제일 많이 배출한 도시"
"빈곤의 시대에서 풍요의 시대로 바꾼 지도자들을 배출한 도시"
"영향력 있는 인맥과 학맥이 제일 많이 있는 도시"
하지만 좀 더 깊이 이야기하면 논점이 흐려진다.
"그렇게 많은 대통령이 나왔지만 성공한 대통령을 없지 않은가?"라는 질문에는 대답이 흐려진다.
노태우 대통령의 쓸쓸한 말로도, 전두환의 비겁한 죽음도, 경상도 대통령 이명박의 말로를 이야기하면
대답이 흐려진다.
그리고는 곧이어 호남출신 대통령 "김대중" 그리고 "노무현"의 죽음을 들먹이며 "피차일반" "도찐개찐"
"정치는 원래...."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노무현대통령에 대한 비하와 혐오, 김대중에 대한 정치적 자극 등등이 어디에서 기인하는가 생각해 볼 대목이다.
이는 정치적 콤플렉스, 방어기제에 다름 아닌 것 같다.
그래서 박정희는 더 위대해야 하고, 박정희의 그 시절이 다시 돌아와야 만 한다.
대구는 70년대를 살아가고 있다.
70년대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주역으로 살고 있으며
경제성장을 주도했던 그 푸른 기억을 훼손당하고 싶지 않다.
그리하여 점점 더 그들만의 벽을 쌓아 올리고 있다.
대구사람들은 아직도,
이 나라의 주인공이 대구 사람들이 아니라 강남 사람들이 이 시대의 주인행세를 한지 얼마나 오래된 줄 모른다.
대구시 수성구의 외제차 보유율이 강남의 그것보다 높다고 자랑한다, 대구시 수성구의 교육열이 강남의 그것보다 높다고 자랑한다.
장강의 파도가 몇 번이나 흘러갔는지 정작 대구사람들은 모른다.
대구 시민들은 홍준표 대구시장이 대구의 발전과 시민의 행복보다 자신의 정치적 야욕이 훨씬 더 크다 아니, 대구의 발전과 시민의 행복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을 모를까?
대구 시민들은 조만간 정치지형이 변화되면 그토록 떠들던 박정희동산의 향후 진행 여부나 파워풀대구라는 도시브랜드의 효용가치들은 기억조차 하지 않고 자랑스러운 프로필과 대구시장의 트로피를 들고 떠날 것을 모를까?
서문시장의 상인들은 나라가 망해도 국민의 힘을 찍겠다 했지만, 그 국민의 힘이 자신의 삶과 무관하거나 더 힘들게 한다는 것을 정녕 모를까?
지하철 입구에서 좌판을 펼친 노인들은 이 정부가 노인들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 오히려 노인들을 비하하고 무시한다는 것을 정녕 모르고 속고만 있는 것일까?
오지 않는 종말을 올 때까지 기다리는 사람들
정년 모르고 속고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적어도 반은 속고 있다는 자신이 혐오스러워 자기 방어 논리의 벽을 더 높이 쌓아 올리고 있다.
내가 틀리지 않기를 바라며, 마치 오지 않는 종말을 기다리는 종말론자처럼,
오지 않는 종말을 인정하고 돌아서는 순간 그것을 믿고 살아온 자신의 삶의 모든 것이 무너질 것이라는 것을 잘 알기에 오지 않는 종말을 끝까지 기다려야 만 하는 사람들
종말은 반드시 와야만 하고, 이재명은 나쁜 놈 이어야만 하고, 민주당은 빨갱이여야만 하는 사람들.
아직도 역사의 주인공이라 착각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것을 빌미로 정치적 줄 세우기를 하는 정치인들.
대구 사람들.
나도 대구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