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세를 떠나고 싶을 때, 18세기 초가집 대청마루를 찾아갑니다
대구광역시 달성군 가창면 한덤마을이라 불리는 곳에는
꼭꼭 숨은 산골 오지에 커다란 바위를 등진채
250년을 견뎌온 조길방가옥이라는 초가집이 있습니다.
초가집이 250년을 견디고 버티고 있다는 사실은
볼 때마다 놀랍고 새롭습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초가집이라 합니다.
조길방가옥은 1784년 정조 8년에 지어졌다고 잔해 집니다. 이 가옥은 국가민속문화재 200호로도 지정되어 있습니다. 조길방 가옥은 함안 조씨문중 10대 조상인 조길방이 난리를 피해 이곳에 정착하여 지어진 집이라 합니다.
난리가 무슨 난리 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대구동촌 인근에 거주하던 조길방가족은 급히 이곳으로 이주했습니다.
안내문에는 4칸의 초가집이며 안채와 사랑채 아래체 부속채로 이루어진 ㄷ자 구조이며 삼량구조와 같은 간소한 건축기법이 돋보인다고 적혀있으며 국가민속문화재 200호로 의미 있는 건축물이라 소개되어 있지만 나 같은 문외한에게는 그저 유년시절의 친근한 초가집일 뿐입니다.
하지만, 이 가옥의 진정한 가치는 저 보이는 대청마루에 앉아 봐야 알 수 있습니다.
해발 450미터를 급경사로 올라와 자리 잡은 초가집의 대청마루에 앉으면 상상하지도 못한 건너편 풍경이 펼쳐집니다. 여름날에라도 이곳을 찾는다면 대청마루에 앉아 땀을 식히며 바라보는 풍광은 가히 압권입니다.
이 집으로 올라오는 길은 급속한 경사가 있습니다.
가창댐으로 올라오는 길은 유순한 고갯길입니다, 이런 고갯길을 한참이나 올라와 댐을 지나서 오래전 폐교된 분교 지금은 대구미술광장으로 이름을 바꾼 학교를 끼고 왼쪽길을 접어들면, 그때부터 방금 전까지 보던 풍경과는 전혀 다른 장대하고 급격한 경사와 산세가 펼쳐집니다.
조금 더 길을 따라 올라오다 다시 한번 왼쪽으로 꺾어 산길을 본격적으로 접어들면 성황당과 당산나무 한그루가 가파른 언덕길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어른 걸음으로 댐 입구에서부터 가옥까지 한 시간이 넘어 걸린다 합니다.
이 집이 250년 동안 평안했던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을 것 같습니다.
난리야 205년 동안 얼마나 더 많았을까요, 이곳 가창골만 해도 한국전쟁시기 국민보도연맹원들을 비롯한 민간인의 대규모 학살이 진행된 곳입니다.
하지만, 조길방 가옥은 정말로 감춰진 땅입니다.
숨어있는 땅
처음 이곳을 찾은 날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여름날 가는 비가 내리던 날 수도 없이 오가던 가창댐길에서
문득, 조길방가옥이라는 표지판을 보고 길을 잡았던 날
몽유도원이 내 앞에 펼쳐졌습니다.
안평대군이 만난 몽유도원
250년 동안 숨어있던 비밀한 땅의
비밀한 풍경이 내게 말을 건넵니다.
조길방가옥 찾아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