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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성교회 "도시 한가운데 나눔과 공공성을 세우다"

세대와 지역을 잇는 열린 교회의 실험

by 여운
도시 한복판, 거대한 건물이 닫힌 공간이 아니라 열린 광장이 될 수 있을까요?
나눔과 공공성으로 지역과 호흡하며, 대형교회의 새로운 길을 실험하는 교회를 소개합니다
자료의 수집, 저술이 다소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혹시, 문제가 있으면 제게 DM 주시면 바로 잡겠습니다.

*저술은 유튜브채널 "유목민이야기"(https://www.youtube.com/@%EC%9C%A0%EB%AA%A9%EB%AF%BC%EC%9D%B4%EC%95%BC%EA%B8%B0)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지면을 통해 감사드립니다.




서울 한성교회 "도시 한가운데 나눔과 공공성을 세우다"

세대와 지역을 잇는 열린 교회의 실험


도시 교회의 과제


1970년대 이후 한국교회는 도시화의 물결 속에서 경이로운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성공’의 표지는 웅장한 건물과 거대한 교인 수로 증명되었고, 도시는 교회의 새로운 부흥을 위한 약속의 땅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2020년대를 살아가는 지금, 대도시 교회들은 또 다른 현실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건물은 거대해졌으나 공동체의 숨결은 옅어졌고, 수평적 소통이 사라진 예배당은 외로운 개인들로 가득합니다.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세대 간의 단절과 지역과의 고립입니다. 젊은 세대는 교회의 문턱을 넘기 주저하고, 교회의 울타리는 지역사회와 점점 더 멀어집니다.


도시라는 복잡한 환경 속에서 교회는 어떻게 다시 공동체성을 회복하고, 멈춰버린 호흡을 되살릴 수 있을까요? 이번 이야기는 도시 대형교회의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서울 한성교회의 사례를 통해 그 답을 찾아보려 합니다. 교회의 문을 활짝 열어 지역을 품고, 나눔과 공공성의 원리를 도시 맥락에서 어떻게 구현하는지, 그 실험 속에서 ‘나눔’·‘치유’·‘자발성’이라는 세 가지 원리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탐구하고자 합니다.


모이는 교회, 흩어지는 교회, 닫힌 공간, 열린 공간


1972년 서울 개봉동의 한 가정집에서 시작된 서울 한성교회는 2007년 양천구 신정동에 새 성전을 건축하며 도시 교회의 역사를 써 내려갔습니다. 현재 약 1만 명의 교인들이 출석하는 이 교회는 단순한 ‘대형교회’라는 수식어를 넘어, 지역 사회와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는 실험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2022년 남주안 목사가 위임한 이후, 교회는 ‘모이는 교회’에서 ‘흩어지는 교회’로, 닫힌 공간에서 열린 공간으로의 전환을 위해 깊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거대한 규모가 자칫 고립과 단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세대와 지역이라는 두 개의 축을 잇는 다리가 되려 하는 것입니다.


세대공동체의 현실과 한계


한성교회는 대형교회답게 유치부부터 청소년부, 청년부까지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주일학교 예배는 연령별로 세분화되어 운영되며, 청년들은 그들만의 독립적인 예배와 모임을 통해 신앙을 다져갑니다. 이러한 효율적인 운영 시스템은 동시에 세대 간의 분리라는 한계를 낳기도 합니다. 주일 오전 1부 예배는 장년층이, 2부 예배는 가족 단위가 주로 참여하며, 오후에는 청년 예배가 따로 드려집니다. 이러한 구조는 각 세대의 특성을 살리는 장점이 있지만, 서로 다른 세대가 함께 모여 삶과 신앙을 나누는 경험을 제한합니다.


그러나 한성교회는 이 한계 속에서도 작은 시도들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교회는 세대 간의 벽을 허물기 위해 매년 여름, 전 세대가 함께하는 연합 봉사 활동을 기획합니다. 지난 봉사에는 약 50명의 청년과 70여 명의 장년 세대가 참여하여 지역 사회의 독거노인 가정을 방문, 도배와 장판을 바꾸어 드리는 봉사를 진행했습니다. 봉사가 끝난 후 땀을 뻘뻘 흘리는 청년의 손을 잡고 “고맙다”라고 말씀하는 어르신의 눈에는 깊은 애정이 담겨 있었습니다.


또한, 청년부가 주도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은 사회생활에 먼저 발을 내디딘 장년 세대가 취업과 진로를 고민하는 후배들을 위해 기꺼이 지혜를 나누는 통로가 되어주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3년간 150쌍의 멘토-멘티를 연결하며 세대 간의 건강한 관계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들은 딱딱한 예배 구조 속에서 찾기 힘든 공동체 회복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완벽하지는 않지만, 점진적으로 세대 간의 교류와 통합 프로그램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은 한성교회가 단순히 양적 성장에 머무르지 않고, 진정한 공동체 회복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지역 연계와 공공성 실천


한성교회의 진정한 힘은 지역 사회와의 활발한 연계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교회는 거대한 담장을 허물고, 지역을 섬기는 열린 공간으로 변모했습니다. 이는 지난 18화에서 살펴보았던 것처럼, 교회가 닫힌 폐(肺)가 아니라 세상의 공기를 함께 마시는 열린 호흡 기관이 되기 위한 몸부림입니다.


1) ‘사랑의 차·쌀 나누기’ 사역: 2012년부터 시작된 이 사역은 단순히 물건을 나누는 행위를 넘어, 교회가 지역 주민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대화의 문을 연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매주 창동역 앞에서 진행되는 무료 차 나눔과 쌀 배포 봉사는 지역 주민들에게 “한성교회는 우리 동네를 생각하는 교회”라는 인식을 심어주었습니다. 한 성도는 “쌀을 받으러 오신 어르신들의 손을 잡고 잠시라도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봉사의 기쁨”이라고 고백했습니다.


2) 돌봄 사역을 통한 치유: 한성교회는 지역의 가장 연약한 이웃들을 찾아 나섭니다. 소년소녀가장, 장애아동, 그리고 홀로 지내는 독거노인들을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생필품을 전달하고, 정서적 교감을 나눕니다. 특히, 매주 수요일에는 교회 식당이 완전히 다른 공간으로 변모합니다. 250여 명의 지역 어르신들을 초청하여 무료 중식을 제공하는 날, 교회의 식당은 성도들만의 공간이 아닌, 지역의 모든 이들을 위한 **'공유 식탁'**이 됩니다. 따뜻한 식사를 나누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 공간은 단순한 자선 행위가 아닌, 고립된 이웃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교회가 그들의 삶에 진정으로 참여하는 치유의 현장입니다.


3) 협력을 통한 공공성 강화: 한성교회는 동사무소(행정기관)와 협력하여 ‘교동협의회’를 결성하고 회장을 역임하는 등 지역사회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했습니다. 이는 교회가 일방적으로 사역을 제공하는 주체가 아니라, 지역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함께 문제 해결에 참여하는 파트너십을 구축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 지역 주민은 “예전에는 교회가 그들만의 잔치를 하는 곳이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동네의 어려운 일을 함께 고민하는 파트너”라고 말하며 달라진 인식을 전했습니다.


4) 문화적 접근으로 신뢰 회복: 2021년에는 교회 야외 주차장에서 “우리 마을 공감음악회”를 열었습니다. 밴드 공연과 트로트 가수 초청, 다양한 부스 운영으로 약 3,000명의 지역 주민들이 참여해 인근 공원까지 인산인해를 이루었습니다. 한 주민은 “코로나 이후 이런 행사가 없었는데, 교회가 이렇게 멋진 행사를 열어줘서 고맙다”라고 말했습니다. 음악회는 교회가 가진 사적 공간이었던 주차장을 지역 주민들을 위한 열린 광장으로 전환하는 동시에, 복음의 언어 대신 문화의 언어로 소통하며 신뢰를 쌓는 중요한 통로가 되었습니다.


행축 — 교회의 본질을 드러내는 축제


한성교회가 도시 대형교회로서 지역 사회와 호흡하며 성장할 수 있었던 핵심에는 ‘행복한 사람들의 축제’, 즉 ‘행축’이 있습니다. ‘행축’은 단순히 연중 가장 큰 전도 행사가 아니라, 교회의 본질과 사명을 구현하는 플랫폼입니다. 한성교회는 ‘행복한 사람이 행복한 세상을 만든다’는 슬로건 아래, 모든 교인이 전도의 주체로 서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행축’은 10단계에 걸친 체계적인 프로세스로 진행됩니다. 먼저 ‘행축 아카데미’라는 2박 3일 교육 과정을 통해 교인들이 전도의 의미와 방법을 배우고, 잃어버린 영혼을 향한 사랑을 회복합니다. 이후 전도 대상자를 태신자로 품고 기도하며 초청하는 모든 과정에 전 세대가 함께 참여합니다. 유치부 아이는 친구에게, 청년은 직장 동료에게, 장년은 이웃에게 복음을 전하는 주체로 서는 것입니다.


이러한 ‘행축’은 모든 교인들의 자발성을 이끌어내는 동력이 됩니다. 거대한 조직의 명령이 아닌, 전도의 기쁨을 회복하고, 교회 안에서만 머물던 시선을 밖으로 돌리게 합니다. 지난 12년간 ‘행축’을 통해 65,074명의 방문자가 교회를 찾았고, 그중 8,547명이 예수님을 영접했으며, 7,787명이 교회에 새롭게 등록했습니다. 이 수치는 ‘행축’이 교회의 양적 성장뿐만 아니라, 모든 교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역동적인 전도 시스템임을 보여주는 분명한 증거입니다.


나눔·치유·자발성의 실현


한성교회의 사례는 도시 대형교회가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세 가지 원리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행축’이 있습니다.


1) 나눔: 나눔은 단순히 쌀과 음식을 제공하는 물질적 지원에 그치지 않습니다. 사랑의 차·쌀 나누기는 물리적인 나눔을 넘어, 교회가 지역과 삶의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음악회는 문화적 나눔을 통해, 복음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관계의 씨앗을 뿌립니다. ‘행축’은 이 모든 나눔의 정점이자, 최종 목표입니다. 교회가 가진 가장 소중한 것, 즉 복음을 지역 사회와 나누고자 하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2) 치유: 돌봄 사역은 도시에서 소외된 이웃의 고립과 외로움을 치유하는 과정입니다. 무료 중식 봉사를 통해 식당은 단순히 밥을 먹는 공간을 넘어, 교회가 노년 세대의 삶에 깊숙이 들어가 함께 울고 웃는 영혼의 치유 공간이 됩니다. ‘행축’ 또한 영혼의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관계의 상처를 치유하는 플랫폼입니다.


3) 자발성: 이 모든 사역의 중심에는 성도들의 자발적 참여가 있습니다. 거대한 조직의 명령이 아닌, ‘지역을 섬기자’는 비전에 동의하고 자발적으로 헌신하는 성도들이 있었기에 이 모든 사역이 가능했습니다. 이는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어냅니다. 성도와 주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체적 실험이 바로 한성교회의 핵심입니다. 도시 대형교회일수록 공공성의 열린 공간을 공유할 때, 진정한 신뢰와 공동체성이 회복된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세대통합 새로운 과제


물론 한성교회에도 여전히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가장 큰 과제는 이 연재의 핵심 주제인 ‘세대 통합’입니다. 지역과의 관계 회복에는 성공적인 모델을 제시하고 있지만, 교회 내부의 세대 간 단절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입니다. 세대별로 분리된 예배 구조와 소그룹 시스템은 공동체의 물리적 통합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이는 한성교회가 앞으로 풀어가야 할 중요한 과제입니다. 공공성은 탁월하나, 내부 공동체성 회복은 여전히 진행 중인 실험인 것입니다. 향후 세대와 지역이라는 두 개의 축을 이중으로 연결하는 과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형교회의 변화를 향한 모색


서울 한성교회는 완벽한 공동체 모델은 아닐지 모릅니다. 그러나 거대 도시 한복판에서, 교회가 거대한 건물을 소유하고 닫힌 공간으로 존재하는 대신, 나눔과 공유를 통해 지역과 호흡하며 열린 공간을 만들어가는 길을 보여줍니다. 지난 18화에서 보았듯, 닫힌 공간은 교회의 숨을 막지만, 열린 공간은 호흡을 되살립니다.


그들의 작은 발걸음은 단순히 규모의 확장을 위한 것이 아니라, ‘도시 대형교회’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미래를 제시합니다. ‘행축’이라는 고유한 플랫폼을 통해 교회의 문을 열고, 지역을 품으며, 영혼을 향한 나눔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세대는 아직 다 잇지 못했으나, 지역과의 연결 속에서 호흡을 되찾고 있는 한성교회의 실험은, 침체된 한국교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중요한 사례로 기록될 것입니다. 그들의 열린 공간과 나눔의 실천은 하나님 나라의 사랑이 담장 밖으로 흘러갈 때, 교회는 다시 살아 숨 쉴 수 있다는 진리를 증언하고 있습니다.




한성교회는 도시 한복판에서 지역과 호흡하며 열린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다.
나눔·치유·자발성의 실험이 공공성을 회복하게 한다.
세대를 잇고, 지역과의 연결 속에서 교회는 다시 숨을 쉬게 될 것이다





다음 회(20화)는 청암교회— 세대와 지역을 잇는 온 가족 공동체의 실험을 하고 있는 교회 사례를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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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공동체 회복을 위하여』 연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처음 글을 시작할 때보다 더 많은 자료와 사례를 만나게 되면서,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부득이하게 연재의 목차와 내용을 조금씩 수정하며 글의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예정된 연재 일정에 변동이 생기더라도,

이 모든 과정은 더 나은 글을 선보이기 위함이니 너그러이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독자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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