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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속에서 숨 쉬는 교회들

과천교회·청주서남교회·광주 선한친구들

by 여운
세상과 함께 호흡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목회하는 세 개의 교회 이야기입니다
자료의 수집과 저술이 다소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혹시, 문제가 있으면 제게 DM 주시면 바로 잡겠습니다.

*저술은 유튜브채널 "유목민이야기"(https://www.youtube.com/@%EC%9C%A0%EB%AA%A9%EB%AF%BC%EC%9D%B4%EC%95%BC%EA%B8%B0)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지면을 통해 감사드립니다.






숨 쉬는 교회들 — 과천교회·청주서남교회·광주 선한친구들

마을과 환경 속에서 호흡하는 교회


1. 숨 쉬는 교회들


인간의 몸이 심장(예배)의 박동으로 피(세대)를 온몸에 순환시키듯, 교회 공동체 역시 끊임없는 활력으로 살아 숨 쉬어야 합니다. 앞선 연재에서 우리는 예배 회복이 공동체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과정(17화, 인천 불로교회)을 보았고, 세대 간의 소통이 혈관을 타고 흐르는 관계의 회복(16화, 대구평강교회)임을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살아있는 몸은 그 자체로 호흡하며 세상과 소통해야 합니다. 이 소통의 호흡을 책임지는 기관이 바로 폐(肺)입니다. 교회는 담장 안의 거룩한 숨결만을 들이마시는 공간이 아니라, 세상이라는 공기를 함께 마시고 내쉬며 살아있는 생명력을 나누는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만약 예배가 심장의 박동이라면, 공간은 몸의 외부와 맞닿아 있는 피부와도 같습니다. 피부가 외부의 공기와 맞닿아 호흡하고, 세상의 온기와 냉기를 느끼며, 온몸의 감각을 깨우듯, 교회는 열린 공간을 통해 세상과 직접 연결됩니다. 닫힌 공간은 공동체의 숨을 막아 버리지만, 열린 공간은 새로운 공기를 순환시키며 살아있는 생명력을 품어냅니다. 이번 이야기는 한국교회가 어떻게 이 호흡을 되살리고 있는지, 작지만 용기 있는 시도들을 통해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교회들의 풍경을 담아보려 합니다. 교회 밖의 세상, 그곳에서 함께 호흡하려는 작은 교회들의 이야기입니다.


2. 과천교회 — 마을이 곧 교회다


73년의 오랜 역사를 가진 경기도 과천교회는 도시 한복판에서 조용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주는 실험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주현신 목사의 담임 아래, 이 교회는 “마을이 교회다, 마을 주민이 교인이다”라는 비전을 품고, 거대한 건물의 문을 활짝 열어젖혔습니다. 교회는 이제 예배당을 넘어선 모두의 공간이 되었습니다.

교회 1층에는 시냇가 상담센터가 있습니다. 이곳은 단순히 교인들의 고민을 듣는 곳이 아닙니다. 이웃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마을 사랑방’이자, 지역 경찰서와 연계하여 위기 청소년과 가정 문제를 함께 풀어가는 치유의 숲입니다. 어느 날 밤, 가정 폭력으로 방황하던 한 청소년이 경찰과 함께 이곳을 찾았습니다. 전문 상담사는 차분히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습니다. 이처럼 연간 200건에 달하는 상담은, 교회의 복지 공공성이라는 호흡이 얼마나 넓고 깊은 울림을 만들어내는지 보여줍니다. 이곳은 교회가 소유한 건물의 한 귀퉁이가 아니라, 경찰과 주민들이 함께 드나들며 삶의 문제를 나누는 열린 공공 공간이었습니다.


또한, 과천교회는 미래 세대가 꿈을 키우는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과천스타’ 오디션은 노래와 춤, 연주 등 아이들의 재능을 마음껏 펼치는 연례 프로그램입니다. 한 아이는 작은 무대 위에서 서툴지만 진심을 다해 노래를 불렀고, 관객석에 앉은 마을 주민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습니다. ‘e스타’는 게임과 코딩을 통해 건강한 온라인 문화를 선도합니다. 아이들은 재능을 뽐내는 무대에서 경쟁이 아닌 건강한 관계를 배우고, 교회는 그들의 꿈을 지지하는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줍니다.


교회가 설립한 하늘행복나눔재단은 마을의 가장 연약한 이들을 품고 있습니다. 지역 돌봄센터와 어린이집을 위탁 운영하며,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을 따뜻하게 보듬고, 노년 세대에게는 안식과 돌봄을 제공합니다. 이는 교회의 문턱을 낮추고, 하나님 나라의 사랑이 마을 전체에 스며들도록 하는 부드러운 호흡입니다. 교회 공간은 이제 **‘마을 아이들의 두 번째 집’**이 되어, 아이들이 예배당 앞뜰에서 해맑게 뛰어놀고, 그림책을 읽으며 꿈을 키우는 생활의 공간으로 기능합니다. 3년 연속 복지부와 여가부의 우수기관으로 선정되었다는 성과는, 교회가 단순히 선교라는 이름으로 무언가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진정으로 마을과 함께 호흡할 때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음을 증언합니다. 예배당이 닫힌 공간이 아니라, 마을의 호흡을 품는 공유 공간이 된 것입니다.


3. 청주서남교회 — 아이들과 청소년이 숨 쉬는 공간


1955년 설립된 70년 전통의 청주서남교회는 2017년 장승권 목사 부임 후 “섬나도(섬기고·나누고·도와주는)"라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비전으로 변화를 시작했습니다. 교회는 지역의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마음껏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데 집중했습니다.


교회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2018년 문을 연 무료 키즈카페 ‘하이랜드’입니다. 알록달록한 놀이시설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지친 부모들은 편안한 의자에 앉아 한숨을 돌립니다. 이곳은 교인 100명 외에 지역 주민 2,400명이 회원으로 가입하며 그야말로 교회의 허파와 같은 역할을 해냈습니다. 주일에는 예배를 드리는 교회가, 주중에는 지역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한 놀이터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숫자는 교회 공간이 소수의 소유물이 아니라, 압도적인 다수의 지역 주민에게 공유되는 공간임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2023년에는 무료 스터디카페 ‘에메트’를 열었습니다. 해가 진 늦은 밤, 교회 건물 2층 창문에는 불이 환하게 켜져 있습니다. 입시와 경쟁에 지쳐 갈 곳 없는 청소년들이 이곳에서 조용히 공부하고, 자원봉사자 교사들에게 질문하며 미래를 꿈꿉니다. 6개월 만에 1,885명의 학생들이 이용하며, ‘에메트’는 단순한 학습 공간을 넘어 청소년들의 고민을 나누는 소통의 장이 되었습니다. 한 학부모는 "다른 스터디카페는 돈을 내야 하는데, 여기는 무료라서 부담 없이 보낼 수 있어요. 아이도 마음 편하게 공부하니 훨씬 좋네요"라고 말하며 감사해했습니다. 특히, 무제한으로 라면, 김밥, 밥을 제공하는 ‘라면방 로뎀홀’은 학생들에게 단순한 끼니를 넘어선 따뜻한 돌봄과 나눔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한 학생은 “이곳에서는 라면을 먹으면서 선생님과 이야기하는 시간이 가장 좋아요. 집보다 편해요”라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러한 교육과 돌봄 공공성에는 적지 않은 긴장이 동반됩니다. 무료 시설 운영에 따른 재정적 부담은 물론, 교인보다 지역민이 훨씬 많은 이용 구조 속에서 '과연 이 사역이 교회의 본질을 놓치지 않는 것인가?'라는 질문이 끊임없이 제기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청주서남교회는 이 긴장 속에서 오히려 교회의 존재 이유를 되묻습니다. "우리가 문을 열었을 때, 아이들과 주민들이 들어와 복음의 숨결을 체험하는 것. 그것이 교회의 사명이다." 이러한 믿음은 2년 만에 800명의 새로운 사람들이 공동체로 유입되고, 이들의 정착률이 94%에 달하는 놀라운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4. 공유교회 ‘선한친구들’ — 공유예배당


광주에 자리한 공유교회 ‘선한친구들’은 소유를 넘어선 공유연대가 교회의 새로운 숨결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도시형 연대 모델입니다. 2013년 기쁘고즐거운교회로 시작해 2019년 공유예배당 사역으로 전환한 이들은,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의 건물을 여러 교회가 함께 사용하는 모델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이곳의 공간은 획일적이지 않습니다. 1층에는 따뜻한 카페 ‘카페조이’가 있어 입주 교회 성도들과 지역 주민들이 함께 커피를 마시며 교제합니다. 2층과 3층에는 50석과 30석 규모의 예배실이 있어 4개 교회가 각자의 예배 시간에 맞춰 공간을 사용합니다. 주일 아침, 건물 안에는 여러 교회 성도들이 뒤섞여 서로에게 밝게 인사하며, 각자의 공간으로 흩어졌다 다시 모이는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집니다. 공유 목양실과 도서관은 목회자들이 서로의 고민을 나누고, 함께 성경을 연구하는 영적 교류의 장이 됩니다. 입주 교회들은 월 30만 원이라는 최소한의 비용만을 내며, 재정적 어려움 없이 사역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이는 교회가 굳이 거대한 건물을 소유하지 않아도, 연대와 협력을 통해 충분히 살아 숨 쉴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들의 호흡은 건물 안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공유교회는 ‘8.15 운암동 건강축제’를 주최하며, 지역 주민들에게 무료 의료 봉사와 다양한 체험 부스를 제공합니다. 이 축제는 교회 건물이 닫힌 공간이 아니라, 열린 광장처럼 기능하는 순간입니다. 또한, 이들은 여기서 얻은 소중한 재정을 케냐와 캄보디아의 선교 단체에 후원하며, 연대의 숨결을 국경 너머까지 이어갑니다. 이는 초대교회가 가정마다 모여 떡을 떼고 서로의 것을 나누었던(행 2:44-46) 것처럼, 교회의 본질이 건축물이 아니라, 하나님을 예배하고 서로 사랑하는 공동체에 있음을 증언하는, 연대와 공유 공공성이라는 또 다른 호흡의 방식입니다.


5. 작은 호흡들의 공통점


이 세 교회는 각기 다른 지역과 상황 속에서 사역하고 있지만, 그들의 작은 호흡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째, 이들은 거대한 성공을 이야기하기보다 ‘시도하는 용기’를 택했습니다. 이들의 실험은 아직 완성된 모델이 아니며, 재정적 어려움이나 운영상의 문제에 직면하기도 합니다. 둘째, 이들은 공간을 소유의 개념에서 나눔의 개념으로 전환했습니다. 교회 건물의 문을 닫아두지 않고, 지역 주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열린 공간으로 바꾸었습니다. 셋째, 이들은 관계를 가장 중요한 자원으로 삼았습니다. 숫자와 통계에 집착하는 대신, 한 영혼, 한 공동체의 필요에 귀 기울였습니다. 이들의 용기 있는 시도는 멈춰 있는 듯한 한국교회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6. 배움과 과제 — 지속가능성을 묻다


물론 이들의 여정에는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무료 시설 운영에 따른 재정적 부담, 지속적인 섬김에 필요한 인력 확보, 그리고 급격한 성장 속에서 초기 비전이 희미해지지 않도록 하는 영적 점검의 필요성 등입니다. 하지만 이 교회들은 성장 전략으로서 이러한 사역을 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합니다. 이들의 몸부림은 하나님 나라가 이 땅에 이미 시작되었음을 보여주는 표지(sign)·도구(instrument)·전조(foretaste)이며, 그 나라를 향한 신앙 공동체의 진솔한 증언(μαρτυρία) 임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7. 숨 쉬는 교회, 살아나는 공동체


교회는 거대한 건물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몸이 되어야 합니다. 앞선 연재에서 우리가 보았듯, 예배(심장)의 뜨거운 박동이 살아날 때, 세대(혈관)를 잇는 관계가 흐르고, 이제 이 작은 교회들의 호흡(공공성)을 통해 온몸에 생명력이 전달됩니다. 과천교회는 마을과 함께 호흡하며 신뢰를 얻었고, 청주서남교회는 아이들과 청소년들의 숨결을 되살렸으며, 광주 선한친구들은 여러 교회들이 함께 호흡하는 새로운 연대의 길을 열었습니다.


공간이 닫히면 공동체도 숨을 잃고, 공간이 열리면 교회는 다시 호흡한다는 단순한 진리를 이 교회들은 몸소 증명해 보였습니다. 숨 쉬는 교회는 단지 살아남는 교회가 아니라, 한국교회의 새로운 호흡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들의 작은 발걸음 위에, 하나님 나라의 표지가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숨 쉬는 교회는 마을과 세대를 품으며 하나님 나라의 공기를 전합니다.
과천·청주·광주의 실험은 교회가 여전히 지역의 숨결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공동체가 숨을 쉴 때, 신뢰와 복음도 다시 살아납니다.


청주서남교회 : 유목민 이야기

https://youtu.be/2KiL3a_g5-U?si=TZ1_442GRQEzx6e







다음 회 예고:


다음 회(19화)는 “서울 한성교회— 도시 한 가운데 나눔과 공공성을 세우다"



9fbb5a492cec48a3ea8f8ffd455c86cf.jpeg 서울한성교회 금요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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