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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과 살림 (공간울림 이야기)

키워드로 풀어보는 예술, 예술가, 그리고 삶

by 여운


1990년 어드메쯤 국내에 파이프 오르간이라고는 몇 대가 존재하지 않던 시절 파이프오르간 연주를 하시던 연주자가 한분 있었습니다. 젊은 후학들을 가르치기도 하고 고음악에 흠뻑 빠진 촉망받는 연주자이셨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작고 앙증맞은 파이프오르간 한대를 힘겹게 이태리로부터 수입해 들어옵니다. 비록 앙증맞은 사이즈의 파이프 오르간이지만 전자오르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진짜 파이프 오르간이었습니다.

대단지 아파트 가장 위층에 살던 선생님은 천정을 뚫기까지 하면서 거실에 파이프오르간을 들여놓고 음악과 행복한 동행을 시작합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하우스 콘서트


그렇지만, 학교에 후학들을 가르치시던 선생님은 진짜 파이프 오르간의 터치를 느끼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늘 미안해하셨고 그러다가 자신의 집 문을 열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러나, 무시로 연주를 할 수 도 없는 아파트의 환경 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때문에 선생님은 한 가지 묘안을 생각해 냅니다.

한 달에 한번 오픈하우스를 하고 후학들이 오르간을 마음껏 연주하도록 하고 이웃들에게는 미리 양해를 구하여 작은 연주회에 초대를 합니다.


아마도 우리나라 최초의 하우스 콘서트의 시작이라 생각되는 사건입니다.

하지만, 일반 주거공간인 아파트에서 이러한 공연을 이어나가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습니다.


491bc35ae814c.jpg 공간울림 입구 전경


그 후 파이프 오르간을 위한 이사가 시작되고 두 번의 이주를 거쳐 대구시 수성구에 마침내 안착하게 됩니다. 지하에 작지만 아름다운 파이프 오르간을 위한 연습실 겸 연주공간이 갖춰지고 이층에는 주거가 가능한 2층 공간으로. 선생님과 가족들은 파이프 오르간이 있어야 할 곳으로 점점 더 삶을 옮겨 나갔습니다.


공간울림이 만들어진 역사입니다.


물론, 가족들의 희생과 힘듦은 얼마나 컸을지 상상조차 가지 않습니다만.



491bbaf7d894c.jpg 공간울림 연주회 전경


언제든지 찾아와도 문을 열어주는 선배님의 지하 연습실 그리고 파이프 오르간.

이곳은 젊은 연주자들의 천국이 되었습니다. 그러자 자연스레 피아노 연주자도 찾아들고 바이올린 연주자들도 찾아들어 협연하는 곳이 되었습니다.


491bc1c97c33a.jpg 파이프오르간의 모습

세월이 쌓이고 드나들던 학생 음악가들이 하나둘씩 가정을 꾸리기도 하고 연주자로 왕성한 활동들을 시작하면서 그 작은 연주공간은 매주 연주회가 끊이지 않는 연주홀이 되었습니다. 클래식에서 출발한 공연들은 국악과 연극 무용에 이르기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자라나 지금까지 매달 수번의 다양한 연주회를 이루어지게끔 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이 공간울림은 국제음악제를 잉태하고 수년째 흔들리지 않는 명실상부한 최고의 민간 음악제로 만들어내었습니다.


공간울림은 음악의 울림을 통해
사람을 살림으로 바꾸는 일을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썸머페스티벌 인 대구 그리고 대구음악제 예술감독 이상경 선생님과 공간울림의 이야기입니다.



최근 공간울림은 수성구 삼덕동으로 이주, 새로운 시대를 열어내고 있습니다.


공간울림이 궁금하시면

http://www.spaceu.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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